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277일) - 50
나는 외출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명확한 규칙이 있는 스포츠가 아니라면 육체적인 활동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육아 역시 굉장히 정적인 스타일을 유지했다.
그나마 와이프가 동적이어서 함께 육아휴직을 할 때는 보완이 되는 편이었지만, 6개월의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자, 숲이는 정적인 육아에 갇히게(?)되었다.
와이프가 결단을 내렸다.
'오빠도 집에만 있으니 너무 울적한 것 같고, 숲이도 뭔가 경험이 필요할 것 같으니 이번 주말에는 나가자!'
그리고는 이것저것 알아보더니, 백화점 내에 있는 아쿠아리움을 찾아냈고, 가기로 했다.
외출에 여러 걱정이 많은(솔직히 아이와 외출을 꺼리는 이유는 변수에 대응이 힘들어서 이다)나 이지만, 실내이고, 백화점이라면 걱정하던 웬만한 경우의 수는 해소가 될 것 같아 찬성을 했다. 그리고 나무와 숲을 좋아하는 숲이가 물속 세상은 어찌 바라볼지 궁금하기도 했다.
결전(?)의 날 무사히 장소에 도착했다. 우선 도착하자마자 수유실에 들어가 숲이 기저귀를 확인했다. 응아를 싼 상황이었지만, 와이프와 둘이 함께 했기에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다음은 이유식 차례! 외부에서 처음 먹는 이유식이고, 과거 분유를 먹을 때는 장소 낯가림이 조금 있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도 숲이는 너무나 잘 먹었다. 숲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직원이 뿌듯해할 정도였다.
오랜만에 외출이었기에 우리 부부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로 했고, 그 순간에도 숲이는 너무 평온하게 우리를 기다려 줬다.
드디어 아쿠아리움에 입장! 아뿔사...숲이가 졸려하더니, 도착하자마자 잠에 들었다. 아쉬웠지만,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우리 부부가 미리 구경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숲이는 좋은 컨디션으로 눈을 떴고 더욱더 다행히 아쿠아리움을 굉장히 즐거워했다(숲이의 원픽은 놀랍게도 해파리...).
숲이가 너무 즐거워하다 보니 우리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숲이를 위한 준비물은 대비하고 챙겼기에 걱정이 없었지만, 우리 부부의 준비물을 챙기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다닐 때는 무엇을 사 먹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아이를 챙기기 위해서는 부모의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한 우리는 너무 지쳤고,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지는 백화점 특성 때문에 무엇인가 사 먹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게다가 사기로 마음먹은 만두집 포스기 고장까지).
우리는 유부초밥과 떡갈비를 겨우 포장했고, 차 안에서 떡갈비를 한입씩 먹고 나서야 겨우 에너지를 차릴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우리는 포장해 온 음식을 먹었고...
7시 30분, 숲이를 재우면서 둘 다 곯아떨어졌다.
정말 오래간만에 느낀 극하의 피로감이었다..
많은 것을 느낀 하루였다. 아이와 함께 하는 관광(?)은 정말 수준이 다른 영역이란 것, 그리고 아이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부모의 에너지가 있어야 하고, 이 에너지를 위해 부모를 위한 준비물도 잘 챙겨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알게 되었다. 부모들이 쉬어야 할 주말에 왜 힘든 몸을 이끌고 자녀와 외출을 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다음 주에는 어디 갈지? 고민과 함께 장소를 검색하는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