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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후 첫 자유를 얻은 날, 아이가 장염에 걸렸다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279일) - 51

by 차거

숲이는 24년 5월 29일에 태어났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육아휴직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에 미리 직장에 이야기한 상태였고, 일전 글에 작성했던 것처럼 와이프가 조기 출산 이슈로 입원 퇴원을 반복해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 두 달간 가족독봄휴직을 사용했다.


그렇게 2024년 3월부터 나는 말 그대로 '집'에만 있었다. 실제 아이의 백일 사진을 촬영하러 가기 전 까지는 정말 집에만 있었고, 그 이후 아주 가끔씩 가족이 함께 외출을 할 뿐이었다.


나는 밖에 나가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았기에 집에서 아이 그리고 와이프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올해 2월 와이프가 회사에 복직을 하고 숲이 와 둘이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조금씩 외출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참 스스로도 신기했다. 외출에 대한 욕구가 없고, 사람 약속에 대한 관심이 진짜 없는 편인데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얼마만인지도 모를 나 스스로 약속을 잡았다. 물론 그 약속도 동내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는 후배들이었지만...


드디어 약속 당일, 2025년 3월 4일! 정말 거의 1년 만에 숲이를 집에 두고 홀로 하는 외출이었다. 이 마저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점심 약속으로 잡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숲이가 갑자기 설사를 하기 시작한다. 일 회성이 아니라, 연속으로 몇 번의 설사를 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픈적이 없는 숲이였기에 정말 정말 많이 놀랐다.


이게 아이 키우는 부모 마음이구나, 전혀 상관이 없지만, 꼭 내가 약속을 잡아서 숲이가 아픈 것만 같았고, 토요일에 우리 욕심에 아쿠아리움을 가서 아이가 아픈 것만 같고, 전날 숲이가 잘 시간에 괜히 외출을 해서 더 아픈 것 같고... 온갖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첫 자유(?)는 끝이 났지만, 전혀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 그저 숲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


그날 저녁 자고 있는 숲이를 보며 나지막이 홀로 말했다.


'평생 자유 없어도 되니 숲이 너만 안 아프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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