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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Nov 09. 2024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 - 36.

164일 첫 이유식을 먹었고, 같은 날 내성발톱으로 병원을 갔다.

 숲이는 벌써 아랫니 두 개가 나 있다. 이가 올라온 지 2주 정도 된 것 같으니 평균보다 조금 빨리 난 것 같다. 이가 나온 속도뿐 아니라 숲이의 신체 성장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성장속도만 보면 이유식을 진작에 시작했어야 하지만, 아직 스스로 앉지 못해서 이유식을 미루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게을러서 인가? 앉히는 연습을 시도해 봤다면 더 빨리 알았을 것도 같다. 숲이가 앉을 수 있다는 것을... '때가 되었으니 앉지 않을까?'란 생각과 함께 숲이를 앉혀보니... 너무 잘 앉는다... 뒤집기도 그렇고 되집기도 그렇고... 앉는 것까지... 숲이는 이미 다 할 줄 알고 있었다. 귀찮아서 하지 않았을 뿐.


 이미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조급함에 이유식을 주문하고, 미리 준비했던 식기들을 소독하고, 숲이전용 의자를 조립하고 부랴부랴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대망의 첫 이유식!


솔직히 숲이의 먹성을 봤을 때 확률적으로 이유식 또한 잘 먹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혹시 먹지 않으면 어쩌지? 란 생각 역시 마음 한편에 존재했다.


첫술! 이런... 흘린다... 역시 분유와 이유식은 다른 건가라고 약간 좌절하며 두 번째 숟가락을 넣었다. 처음은 익숙하지 않아 흘렸을 뿐, 너무 잘 먹는다. 반절쯤 먹었을 때 삼키지 않고 뱉어내길래 그만 먹일까 하는 순간, 스스로 트림을 하더니 다시 잘 먹기 시작한다. 숲이는 그렇게 첫 이유식(쌀미음) 40그람을 15분 만에 싹 비웠다(흘린 거를 제외하면 30그람은 먹은 것 같다).


먹는 거에 있어서는 정말 효자라면서 기특함과 동시에, 계속해서 증량이 되겠구나라는 약간의 걱정(?)도 함께 했다.


첫 이유식을 먹은 날, 이전부터 보이던 숲이의 발톱에 염증을 진료하러 병원을 찾았다. 와이프가 보기에 내성 발톱의 느낌이 있는 것 같다며 큰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말하길 염증이 있는 것은 많으며, 염증이 지속될 경우 발톱을 들어서 절제하는 치료가 있다며 피부과에 가보길 권유했다.


병원에서 나오고 집에 오는 길, 와이프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우리가 너무 무심해서 숲이가 아픈 것 같다고, 나는 명확하게 내성발톱을 진단받은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며 와이프를 달랬지만, 속으로 역시 조금의 걱정을 했다. 무엇보다 숲이와 많은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이런 일이 생겼음에 마음이 아프기는 했다.


 피부과에 가기 전 내성발톱을 관리하는 풋숍에 전화를 해봤고, 관리사님께서 신생아의 경우 그런 경우가 꾀나 있다며 안심시켜 주셨고, 돈도 받지 않을 테니 한 번 방문하라며 안내를 해주셨다. 그렇게 우리는 발톱관리숍을 가게 되었다.


 관리사님은 숲이를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발톱을 살펴주셨다.


 염증이 있기에 염증 부분을 제거해 주시고, 발톱도 정리를 해주셨다. 병원을 가시지는 않아도 될 것 같으며, 염증도 지금 생기는 단계가 아니라 굳은 상태이기에 처방받은 연고만 발라주고 약은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 주셨다.


 숲이를 살펴봐주신 관리사님도 너무 감사했고, 염증이 제거되는 과정이 아팠을 수도 있는데 그저 해맑게 웃기만 한 숲이도 너무 대견했다(관리 과정에서 하나도 아파하지 않는 숲이를 보며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숲이 발톱이 이렇게 된 이유는, 우선 아이들은 발톱이 얇은데, 발을 오므리며 힘을 주어서 파고드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숲이는 심지어 체중이 많이 나가서 살이 발톱을 감싼 상황이었고, 키까지 컸기에 스와들업을 입혔을 때 발톱이 위로 들렸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예비 부모님들! 신생아시기 스와들업이 입힐 때 꼭 양말을 신기시고! 스와들업 사이즈가 작다고 느껴지시면 꼭 한 사이즈 크게 입히시길 추천합니다).



 동시에 많은 일이 있는 하루였다. 전혀 상관없는 두 가지 에피소드를 함께 묶은 이유는 하루에 동시에 일어난 일이기도 하지만,


'잘 먹어서 걱정이 좋은 점이 많지만, 잘 먹어서(잘 크다 보니) 내성발톱 같은 부작용도 생길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즉 아이를 양육하며 모든 것에 완벽할 수 없으니,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그저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며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최근에 '내가 남기는 글이 너무 가벼운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글을 시작할 때, '육아가 주된 목적인데 주객이 전도되서는 안된다'라는 다짐을 다시 한번 새기고, 숲이와의 에피소드들을 기록에 남겨 증발시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 글의 의미는 충분함을 상기하며, 스트레스가 아닌 행복의 연장이 될 수 있게 더 잘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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