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은 우아한 직업이 아니다.
상담방송을 하다 보면 가끔 상담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들어온다.
아예 10대 학생인 사람들도 있고, 관련전공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며, 이미 사회생활을 경험 한 상황에서 전직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상담을 직업으로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꼭 방송이 아니라 실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후배(제자)들에게도 마찬가로 해주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일단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상담은 우아한 직업이 아니다.'로 정리할 수 있다.
간접 경험만으로 그 직업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은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상담은 왠지 그 정도가 심하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미디어에서 비추어지는 상담이란 직업은 굉장히 고귀하고 우아하게만 비추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히 나의 현 상황에 빗대어 두 가지 정도만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준다.
첫째. '나는 항상 내가 일로서 만나는 사람이 당장 내일 죽을 수 있음을 각오하고 있다.'
실제로 자살 자해 위험 내담자는 너무나도 많이 만난다. '죽고 싶다'라는 문자만 딸랑 보낸 뒤 잠수 타는 경우도 꽤 있고, 새벽 2시경 '선생님 저 약을 먹었어요'라고 연락이 와서 이에 대응하느라 애쓴 경험도 있다. 다행히도(?) 나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케이스들을 많이 진행했기에 아직까지 직접 죽음을 맞이한 적은 없다. 하지만 주변에 이를 겪는 동료들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보고 있다.
이 이야기하면 '그 정도는 당연히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라고 받아들이는 친구들이 있기에 두 번째로 현실적인 이야기도 해준다.
'노력 대비 급여가 굉장히 적다'
상담을 하는 사람들은 석사학위는 대부분 기본으로 가지고 있으며, 추가로 박사학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주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수련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 수련과정을 상담사가 되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해서 남들보다 평균적으로 최소 2년 이상 직업전선에 늦게 뛰어들지만, 그 급여는 생각보다 무척 적다! 처음 상담을 시작한 사람들은 주 40시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보장받기도 쉽지 않다.
조금 더 와닿게 이야기하자면,
10호봉(10년 동안 꾸준히 급여가 상승했다는 이야기)으로 일했던 2023년의 내 원천징수액이 4200만 원 정도였다. 이때 나의 나이는 38세(한국나이)였고 나는 박사학위도 받은 상태였다. 더 놀라운 것을 알려드리자면, 아마 이 금액이 같은 나이대나 같은 경력대의 상담사 중 분명 많이 받는 축에 속할 것이다.
물론 평균으로 하면 다를 수도 있다. 최상위권은 분명 많이 버실 수도 있으니 하지만 중윗값으로는 분명... 굉장히 높은 축 일 것이다.
심지어, 4대 보험이 적용되는 풀타임직장에 다닐 수 있는 비율도 굉장히 적다. 좋게 말하면 일하는 만큼(능력만큼) 버는 나쁘게 말하자면 일 없을 때는 굶어야 하는 개인사업자의 삶을 사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
물론 위 두 가지는 직업으로서 특성(?)을 현실적으로 이야기한 것이고, 진짜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상담을 직업으로 삼고 싶으신 분들 중에서는
'실내에서 앉아서 할 수 있는, 제2의 인생으로 좋은 직업 같아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내가 상담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기에 나도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상담이란 직업 역시 그렇다.
사명감 없이 자신의 상황만 생각하거나, 혹은 자신의 상황은 모른 체 사명감만 가진 체로 이 길을 직업으로 택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