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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모음집#11

by 실버레인 SILVERRAIN






#감당할 남자


늦은 밤, 공원에서 달리고 있는데 배드민턴장 구석에서 두 커플이 나란히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탱고 특유의 긴장감과 리듬이 느껴졌다.


친구와 통화하며.


"재밌겠다. 나도 추고 싶어.. 빨간 드레스 입고!"


"어휴... 가서 알려달라고 해ㅋㅋㅋㅋ. 야, 근데 잘 어울려. 너랑 탱고. "


"널 감당할 남자가 궁금하다."


"..ㅎㅎ나도"







#반신욕 중 드는 생각


그 순간.

감사한데,

감사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워도 되나'라는 어디에선가 묘한 내적 갈등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틀째 생각이 많아 잠을 좀 뒤척였다.

살아있음에 감사하지만,

도대체 그 끝은 어디인가..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 전도서 3:11


인간 안에 있는, 일시적인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깊고 본질적인 것을 갈망하는 마음.

죽음 너머, 시간의 너머를 본능적으로 바라보는 마음.


"If I find in myself a desire which no experience in this world can satisfy, the most probable explanation is that I was made for another world."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나의 갈망을 온전히 채울 수 없다면, 나는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위해 지어진 존재일지도 모른다.” - C.S. Lewis -






#유언비어의 현현


친한 언니 결혼식에 다녀왔다.

신랑신부는 눈부시게 빛났고 아름다웠다.


나는 마음껏 축복해 주었다.



동시에,

하고 싶었다.

막연히.

(결혼'식'보단) 결혼이.


'내가 드레스를 입을 날이 올까... 먼 얘긴가..'



식장에서, 남동생으로부터 들은 말.


“누나, 남자친구 있어?”


“.....? 무슨 소리야.”


“어떤 어른이 공원에서 누나랑 남자.. 봤다던데...? 누나 남자친구 있냐고.”


“또 어디서 시작된 유언비어야. 넘겨, PASS.”


공원을 자주 가는 건 맞다. 하지만 거기서 남자와 데이트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또 누군가 형체 없는 말을 입 밖으로 내놓기 시작했나 보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얼른 갈길 가기나 해"






#Let Them


오랜만에 타임스퀘어에 다녀왔다. 이번 F/W 시즌에는 어떤 디자인의 옷들이 나왔는지 구경하고 싶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발걸음이 자연스레 교보문고로 향했다.


이 책장, 저 책장 한참 바라보고 책을 읽다가 베스트셀러 진열장에서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있던 책이라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 같다. (이 책의 작가와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를 본 적이 있다.)


제목은 Let Them — ‘그들의 감정은 내 몫이 아닙니다. 내버려 두세요. 그리고 당신이 할 일을 하세요.’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삶.


나는 어렴풋하게나마 그렇게 살아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경험과 사유가 글로 구체화되어 내게 닿으니, 묘하게 반가운 마음이 일었다.


사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외에는 내가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요약하면,
'그냥 내버려 두고 네 인생에 집중해~'


집쭝..!


오늘은 아이쇼핑보다 서점에서 책을 본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Shall we dance?


Por una Cabeza

https://www.youtube.com/watch?v=Gcxv7i02l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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