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던 때, 불렀던 아리아들이 있다.
그 당시 나는 단지 아리아의 가사를 읽고 해석하며 음정을 따라가는 데만 몰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삶이 쌓이면서, 이제는 그 안에 담긴 감정의 흐름과 서사적 맥락을 보다 섬세하게 음미할 수 있는 감수성과 여유가 생겼음을 느낀다.
아리아 Arie
아리아는 오페라, 오라토리오, 칸타타 등에서 독창자가 부르는 독립적인 노래.
등장인물의 감정, 생각,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역할을 함.
유명한 곡으로는 밤의 여왕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오페라 《마술피리 - Die Zauberflöte》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이다.
간단히 배경을 설명하자면, 이 오페라는 18세기 유럽에서 계몽주의 사상이 절정에 달했을 시기에 탄생하였다.
작곡: Wolfgang Amadeus Mozart
대본: Emanuel Schikaneder
모차르트와 쉬카네더는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의 일원으로, 그들이 추구한 가치는 이성과 진리, 도덕적 실천이었다.
이러한 프리메이슨적 사상과 계몽주의 철학은 인간의 내적 성숙과 도덕적 완성을 중시하며, 그 영향이 오페라의 내용 속에 깊이 스며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마술피리는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사랑과 용기, 이성과 감정의 조화, 인간 존재의 성장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우아하게 구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마술피리는 왕자 타미노가 사랑과 인간적 성숙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타미노 (Tamino) - 인간적 성장, 용기와 사랑, 도덕적 선택
사랑과 헌신, 도덕적 성장의 시험대, 시련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용기, 자기 통제, 순수한 사랑을 드러낸다.
파미나 (Pamina) - 순수함, 사랑, 희망
타미노의 시험과 성장의 동기이자 인간적 감정의 상징이다. 타미노가 자신의 도덕적·영적 시험을 통과해야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자라스트로 (Sarastro) - 진리, 지혜, 정의, 도덕적 이상
티미노의 인간 내면의 도덕적 성장과 영적 성숙을 이끄는 스승이다. 신의 뜻을 실현하는 인간적 대리자, 사랑과 용기, 자기 통제를 시험하며 인간을 빛과 진리의 세계로 인도한다.
밤의 여왕 (Die Königin der Nacht) - 감정적 폭력, 복수심, 세속적 권력과 유혹
인간 내면의 본능적 욕망과 감정적 충동을 시험한다. 타미노와 파미나가 도덕적·영적 성숙을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유혹과 어둠이다.
마술피리는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막
타미노는 괴물에게 쫓기다가 밤의 여왕의 시녀들에게 구조된다. 그는 밤의 여왕의 딸 파미나의 초상화를 보고 깊은 사랑에 빠진다.
밤의 여왕은 타미노에게 딸을 자라스트로에게서 구해 달라고 부탁하고, 타미노는 마술 피리를 받고 새 사냥꾼 파파게노와 함께 모험의 길에 오른다.
막 마지막, 자라스트로가 등장하며 그는 악인이 아니라 지혜로운 인물임이 암시되고, 두 사람은 앞으로 시련을 통해 성장하게 될 여정에 들어서게 된다.
제2막
타미노와 파미나는 시련을 통해 자신의 사랑과 진리, 도덕적 자격을 시험받는다.
타미노는 침묵과 불과 물의 시련을 견디며 내적 성숙을 이루고, 파미나는 유혹과 협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사랑의 순수함을 지켜낸다.
밤의 여왕은 딸에게 타미노를 죽이라고 협박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모든 시련을 통과한 타미노와 파미나는 이성과 사랑, 인격과 감정의 조화를 완성하며 빛과 진리의 세계로 나아간다.
그중 2막에서 파미나 역의 아리아 ‘Ach, ich fühl’s’라는 곡이 있다.
이 장면은 파미나의 감정이 요동치지만 시련 속에서 통제와 성숙으로 이어지는 중간 지점이다.
S. - 타미노의 ‘침묵의 시련’
타미노는 시련 중 하나로 “아무 말도 하지 말 것”이라는 규칙을 받는다. 하지만 이때 파미나가 찾아와, 자신을 외면하는 타미노에게 절망하고 슬퍼한다.
그녀는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라고 오해하고 떠난다. 타미노는 가슴이 찢어지지만, 시련을 통과하기 위해 끝까지 침묵을 지킨다.
타미노는 감정(사랑하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자기 통제와 침묵을 통해 내면의 단단함과 이성을 택한다. 파미나의 오해는 그에게 고통이지만, 그 고통은 시험이다.
이 장면은 ‘진리를 향한 길은 고독하고, 때로는 오해와 단절을 감수해야 한다’는 인간의 숙명을 보여준다. 동시에,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닌 책임과 선택이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타미노가 침묵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도덕적 의무와 신성한 질서를 따르는 행위이며, 파미나는 이 선택을 이해하지 못해 상실감을 느끼지만, 결국 타미노의 사랑은 시련과 이성을 통한 진정한 사랑임이 드러난다.
이곡은 G단조(G minor)이다.
비극, 슬픔, 고통을 상징하는 조성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요하고 애절하며 내성적인 슬픔에 가득 차 있다.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는 속으로 삼키는 듯한 울림이 있다.
단조로워 보이지만 음정의 높낮이가 있는 부분에서 감정의 진폭이 매우 깊다. 고음으로 올라가는 부분은 희망을 향해 외치는 듯하지만, 다시 내려오며 절망 속으로 가라앉는 구조이다.
길게 이어지는 음과 반복적이고 섬세한 하행선율로 이루어져 울먹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종종 나오는 감 7화음(diminished 7th) 등은 파미나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표현한다.
감 7화음 - 모든 음이 단 3도 간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음 간의 불협화음으로 여겨진다. 듣는 사람이 해결을 원하게 만드는 긴장 상태가 된다.
감 7화음은 곡 시작 직후와 “Ewig hin” 부분에서 특히 두드러지며, 파미나가 느끼는 사랑의 상실과 체념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순간이다.
반주 중간중간 오보에와 플루트의 소리는 그녀의 슬픔을 더욱 깊게 전달한다.
Rezitativ 레치타티보 : 대사
PAMINA
freudig (기뻐하며)
Du hier? Gütige Götter! Dank euch, dass ihr mich diesen Weg führtet.
여기 계시다니...! 아, 자비로운 신들이시여! 저를 이 길로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Ich hörte deine Flöte und so lief ich pfeilschnell dem Tone nach.
당신의 플루트를 들었어요. 그 소리를 따라 저는 화살처럼 달려왔어요.
Aber du bist traurig? Sprichst nicht eine Silbe mit deiner Pamina?
하지만.. 당신이 슬퍼 보이네요? 이 파미나와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다니..
TAMINO
seufzt (손짓하며)
Ah!
아!
winkt ihr fortzugehen. (손짓으로 그녀에게 물러가라고 함)
PAMINA
Wie? ich soll dich meiden? liebst du mich nicht mehr?
뭐라고요? 내가 당신을 피해야 한다고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TAMINO
seufzt (손짓하며)
Ah!
아!
winkt wieder fort (다시 손짓으로 물러가라고 함)
PAMINA
Ich soll fliehen, ohne zu wissen, warum. Tamino, holder Jüngling! hab ich dich beleidigt?
왜 이유도 모른 채 도망쳐야 하나요. 타미노, 내 사랑하는 사람, 내가 당신을 화나게 했나요?
O kränke mein Herz nicht noch mehr.
아, 제 마음을 더 아프게 하지 마세요.
Bei dir such ich Trost, Hilfe und du kannst mein liebevolles Herz noch mehr kränken?
당신에게 위로와 도움을 찾으러 왔는데, 내 사랑스러운 마음을 더 상하게 하다니..
Liebst du mich nicht mehr?
제발, 이제 저를 사랑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PAMINA
Papageno, sage du mir, sag, was ist meinem Freund?
파파게노, 제발 말해 주세요. 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알려 주세요.
Papageno hat einen Brocken in dem Mund, hält mit beiden Händen die Speisen zu, winkt fortzugehen. (파파게노는 입에 음식을 넣고 양손으로 음식을 막으며, 그녀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함)
PAMINA
Wie? auch du? Erkläre mir wenigstens die Ursache eures Stillschweigens.
뭐라고요? 당신도요? 적어도 왜 침묵하시는 건지 설명이라도 해 주세요..
PAPAGENO
St!
쉿!
er deutet ihr fortzugehen. (손짓으로 물러가라고 함)
PAMINA
O das ist mehr als Kränkung, mehr als Tod!
오.. 이건 상처 그 이상이에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에요!
Pause (잠시 멈춤)
Liebster, einziger Tamino!
가장 사랑하는, 나의 타미노!
Nr. 17 - Arie : 아리아
Ach ich fühl’s, es ist verschwunden
아, 느껴요,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어요
Ewig hin der Liebe Glück!
사랑의 행복이 영원히 떠나 버렸네요!
Nimmer kommt ihr, Wonnestunden,
기쁨의 순간은 다시는
Meinem Herzen mehr zurück.
내 마음으로 돌아오지 않겠죠.
Sieh Tamino, diese Thränen
타미노, 이 눈물들을 봐요
Fliessen Trauter, dir allein.
오직 당신만을 위해 흐르고 있어요.
Fühlst du nicht der Liebe Sehnen,
사랑의 그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So wird Ruh im Tode sein.
내 평화는 죽음 속에서만 있을 거예요.
Ach, ich fühl’s
https://www.youtube.com/watch?v=6DBlB4789SE&t=279s
《마술피리》가 말하는 인간 존재
인간은 감정과 욕망을 가진 존재이지만, 이성과 자기 선택을 통해 성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산물이 아니라, 책임과 시련을 동반하며 성숙으로 이끄는 길이며, 진리 또한 시련과 인내 속에서 얻어지는 결과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배우가 밤의 여왕 아리아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느낀다.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 Diana Damrau
https://youtu.be/YuBeBjqKSGQ?si=SMOQ741IjGS4f5mZ
‘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을 이어주는 힘을 지닌다. 세월이 흘러도 그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예술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어쩌면 가장 쉽고도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