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기본 그리고 기본

기본을 지키는 사람들 QA

by 김이난달

<게임 시작>을 누르는 것만큼 게임 시작을 위한 당연한 일이 있을까. 게임을 켜면 클라이언트가 실행되고, 캐릭터가 움직이며 전투가 시작된다. 어떤 버튼이 눌리지 않거나 퀘스트가 중간에 끊기면 "게임이 왜 이래?"하고 화가 나지만 사실 별 문제가 없다면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아무렇지 않음'을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 QA가 있고 그들이 붙잡는 한 단어는 "기본"이다.


안전벨트, 기본

운전면허 시험 때를 제외하면 안전벨트를 하는 것은 평소 티 나는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밀려 나온 뱃살에 끼어 불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고가 나는 순간이라면 그것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게임 QA에게 기본도 그렇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크게 없다. 하지만 기본을 놓친다면 게임 세상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게임이 크래시가 나지 않고 잘 돌아가는 것,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이 잘 사용되는 것, 퀘스트 진행에 막힘이 없는 것까지. 이런 평범한 순간 뒤에는 QA가 붙잡고 있는 보이지 않는 안전벨트가 있다.


기본은 의심으로부터

QA는 모든 것을 의심한다. 사람들은 버튼을 누르면 당연히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QA는 항상 다르게 접근하는 방식을 가진다.

"혹시 이렇게 하면 안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특정 상황에서는 다른 시스템, 콘텐츠와 충돌한다면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QA의 기본은 바로 의심에서 시작된다. 눈앞의 것을 믿지 않고 한 걸음 더 모니터 너머에 있는 화면을 보는 습관. 때로는 한 발짝 뒤에서 "정말 괜찮은 걸까?"를 묻는 습관. 버그의 작은 흔적을 찾는 건 크라임씬에서 범죄의 증거를 모으는 것과 같다.


기본은 반복으로 직조된다.

QA의 일상은 그야말로 반복이다. 같은 게임을 셀 수 없을 정도로 실행하고 같은 튜토리얼과 게임 진행 등 수십, 수백 번 반복해야 할 때도 있다. 겉으로 보면 지루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작은 이질감을 느끼는 감각이 길러진다. 요 몇 년에는 자동화 테스트가 단순한 반복의 짐을 덜어주지만 체내에 남는 감각 또한 예민할 필요가 있다. 어릴 적 드럼을 배우면서 메트로놈에 맞게 킥, 하이햇, 스네어를 쳤던 것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지루할 만큼의 반복이 필요하다.


기본은 플레이어의 눈

때로는 플레이어의 눈이 필요하다. 기획자나 개발자가 수치 또는 코드로 게임을 바라볼 때 QA는 사람의 눈으로 먼저 본다.

"이건 불편하다."

"이건 직관적이지 않다."

"이건 재밌다."

버그 외에도 좋은 게임을 만들기는 위해선 제안과 개선 요청, 문의 등 피드백을 게이머의 자리에서 던진다. 플레이어가 당연히 누려야 할 즐거움을 누구보다 먼저 경험하는 첫 번째 고객이 된다. 그래서 때론 QA는 게이머의 그림자와도 같다. 함께 플레이하진 않지만 곁에서 같은 화면을 보며 플레이어의 경험을 대신하는 존재니까 말이다.


보이지 않는 기본을 지켜내는 즐거움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서비스가 되면서 화려한 그래픽과 멋진 스토리, 빠른 서버 속도 등 게임의 요소는 기본이 지켜질 때 빛이 난다. 체감상 요 몇 년 사이에 QA가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다른 직군에 비해서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도 않고 화려한 업적도 부각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의 흔들리지 않는 기본 덕분에 플레이어는 아무렇지 않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 QA의 기본은 결국 다음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은 플레이어 여러분이 몰라도 괜찮은 것, 하지만 그것이 없으면 절대 즐길 수 없는 것이라고.

금, 토, 일 연재
이전 02화추리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