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잘못이 아닌, 단지 버그일 뿐
음식이 늦게 나오면 점원이 느려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앱이 멈추면 개발자가 허술했다고 단정한다.
축구를 하다가 실점을 하면 누군가 실수를 했다고 욕받이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사실, 범인은 사람보다 더 작은 것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드 한 줄.
조건 하나가 어긋나며 생겨난 버그.
그저 시스템의 빈틈이, 순간의 조합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람에게 화살을 겨눈다.
“이게 왜 안 돼?”
“대체 누가 이렇게 만든 거야?”
버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사람만 도마 위에 오른다.
오죽하면 때로는 특정 팀, 특정 인물에 대한 테스트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냉소를 택하기로 했다.
사람 대신 버그를 향한 냉소.
“아, 이 버그 또 등장했네. 오늘도 내 인내심 테스트하는구나.”
“버그는 참 집요하다. 고개를 숙이면 다시 고개를 든다.”
버그에게 화를 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람은 용납할 수 없지만, 버그는 웃어넘길 수 있다.
그게 버그의 묘한 매력이다.
물론 버그는 귀찮다.
작은 오류 하나가 시스템 전체를 흔든다.
화면이 멈추고, 결제가 취소되고, 저장이 사라진다.
순식간에 하루가 꼬이고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동시에 버그는 기회다.
버그가 있기에 우리는 다시 점검한다.
버그가 있기에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든다.
버그가 있기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간다.
역설적으로 버그가 있기에 QA의 필요성도 입증된다.
버그는 문제이자 동시에 해답의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버그에게 냉소를 보낸다.
“네 덕분에 또 한 칸 나아가네.”
비꼬듯 말하지만 사실은 고맙다.
사람에게 던졌다면 아프게 꽂혔을 냉소가
버그에게는 묘하게 유머가 된다.
결국 중요한 건 태도다.
사람을 문제시하지 않고 문제를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
사람은 보듬고 버그는 탓하자.
오늘 당신이 겪는 불편도 어쩌면 사람 때문이 아닐지 모른다.
그저 작은 버그 때문일지도.
그러니 누군가를 미워하기 전에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려 보자.
“이런, 또 버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