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추억
요즘 들어 90년대에, 특히 90년 초중반에 태어나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건 추억이다. 애니메이션, 만화로 대표되는 문화에 대한 기억들이다.
오늘 유연히 단톡 방에 공유된 영상을 통해 추억이 살아났다. 디지몬 어드벤처와 파워 디지몬의 OST를 부른 남매 성우분들이 최근에 다시 노래를 불러본 영상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두 분의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10분 동안 어느새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갔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를 침착맨의 ‘홍철 없는 홍철팀, 이상형 월드컵 만화 편’으로 이끌었다. 재미도 재미지만, 콘텐츠 속 다양한 만화들을 오랜만에 떠올리게 됐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만화들이지만 분명 내 삶의 일부를 채웠었다. 자는 시간, 학교에 있던 시간, 축구했던 시간, 공부했던 시간 등등 돌아보면 분명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어린 시절 스마트 폰은 물론 핸드폰으로 인터넷 사용도 어렵던 시절, TV는 문화의 중심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여러 채널에서 많은 애니메이션을 방영했다. 방영 시간표를 외워가면서 챙겨봤던 걸 떠올려보면, 지금의 환경에선 상상하기 어렵다.
지금의 만화카페가 아닌 만화책방은 또 다른 도서관이었다. 단돈 몇백 원에 만화책을 대여할 수 있어서 가방에 가득 담았다. 자연스레 책과 친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노는 거다. 순수하게 나를 재밌게 해 주고, 내가 할 때 기분 좋은 걸 취미라고 부른다. 어린 시절 만화, 애니메이션, 축구, 게임 등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었다. 순수하게 무언갈 즐겨서 한 게 뭐냐고 돌아보면 이때인 것 같다.
00년대 생인 동생을 보면, 처음 문화를 접하는 창구는 스마트 폰이다. 글자보다는 영상이 중심이다. 수많은 정보와 편리한 기능 덕분에 시공간을 초월해서 자신의 취미를 즐길 수 있다. 분명 자신들만의 문화 세계를 구축할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시대에 태어난 걸 다행이라 생각한다. 돌아갈 수 없기에 아름답고, 당시 노래를 3분만 들어도 행복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은 분명한 축복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