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자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축구장에 방문하다 보면, 그라운드 주변부터 경기장 여기저기까지 형형색색의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보인다. 조끼에는 다양한 영어 단어가 쓰여있다. 어디인가 소속된 축구 관계자로 보인다. 그들의 손에는 카메라 장비 따위 것들이 들려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정체는 사진기자들이다. 그 영역을 넓혀 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소속일 수도 있고, 구단이나 언론사에서 일하는 예도 있다.
조끼(BIB)는 정체성을 나타낸다.
먼저 방송 부문이다. ‘파란색-HR(조끼색과 영어문구)’, ‘갈색-TV’라고 쓰인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각 중계권사 소속이다. 그 영역은 지상파에서부터 케이블, 지역방송 등 다양하다. 보도권사 관계자들은 ‘하늘색-ENG’ 조끼를 입는다. 이들이 방송한다면, 뉴스 ‘스포츠 하이라이트’와 같은 부문에서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연맹 소속 관계자들은 ‘회색’ 바탕 조끼를 착용한다. 영상일 경우는 ‘OFFICIAL ENG’문구를, 사진 담당의 경우 ‘OFFICIAL PHOTO’라고 쓰인 조끼를 각각 입는다. 이때 영상은 2명, 사진은 1명만 그라운드에 입장할 수 있다.
구단 공식 사진 및 영상 담당자들은 연맹과 같은 회색 바탕에 ‘TEAM ENG, TEAM PHOTO’ 문구가 쓰인 조끼를 사용한다. 구단 전광판 송출용 영상 촬영은 ‘빨간색-TEAM BROADCAST’ 조끼를 입는다. 만약 홈 팀이 하프 타임 때 카메라로 관중을 지정하는 이벤트를 한다면, 이분들이 있는 곳을 찾아보면 된다. 각 구단의 명예 기자들은 K리그 1, 2부에 소속에 따라 보라색과 주황색 조끼를 착용한다. 이들의 문구는 ‘TEAM REPORTER’다. 끝으로, 각 언론사의 사진기자들은 ‘초록-PHOTO’ 조끼를 입는다.
촬영도 정해진 구역이 있다.
K리그에서 사진기자들은 정해진 구역에 따라 촬영을 진행한다. 구체적인 상황과 각 기자의 소속에 따라 위치할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다. 자세하게는 선수 입장 전, 팀 사진 촬영, 경기 진행 중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코너 플래그 근처에 사진기자들이 많이 모인 이유도 모두 규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기자들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축구에서 가장 궂은일을 많이 하는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현대 축구에서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라는 이름으로 기술적인 선수들도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활동량과 헌신, 투지가 이들의 색채다.
사진기자들도 이들과 같다. 현대 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은 이미지와 영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 장의 사진과 몇 분짜리 영상을 위해, 셀 수 없는 수의 사진을 찍고 몇 시간 동안 영상을 편집해야 한다. 날씨가 좋아도, 좋지 않아도 이들은 그라운드에서 묵묵히 축구를 담는다. 일반적으로 글 기자들이 사진 기자들보다 대중들에게 그 이름이 많이 알려짐에도 말이다.
축구장을 오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경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축구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 이분들을 만나면 반갑게 맞이해 주면 어떨까? 때론 한 장의 사진이 수 천자의 글보다 큰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 프로축구연맹은 매년 사진 기자 운영 준칙을 발표한다. 이 글은 2019 시즌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관련된 구체적인 이미지도 있으나 최신 이미지가 아니다. 혼동의 우려 때문에 업로드하지 않았다. 또, 작년 청춘 스포츠 기자단에서 작성했으나 끝내 네이버로 송고되지 못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