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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난달 Mar 04. 2020

가끔은 번개 쓰고 놀던 밤이 그립다

힙합을 좋아하게 된 계기, 스웜프

지금처럼 힙합이 음원 차트를 휩쓸지 않았던 8년 전, 대학 새내기던 난 학과 흑인음악 학회 스웜프(Swamp)에 들어갔다. 흑인 음악은 광범위하지만, 멤버들은 힙합에 관심이 많았다. 여담이지만 지금도 음악에 뜻이 있어 그 길을 걷는 선배들이 있다. 무언갈 바라고 시작하지는 않았겠지만, 언젠가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기를 바라본다.     

20살이 되기 전 힙합은 다이나믹 듀오, 슈프림팀, 에픽하이 등 대중적인 아티스트들만 알았다. 학창 시절 발라드, 락발라드를 좋아했다. 그나마 고등학교 시절 집 방향이 같았던 한 친구를 통해 언더그라운드를 알게 됐다. 소울컴퍼니와 화나의 팬이었던 친구 덕분에 믹스테이프까지 들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 세계를 넓게 해 준 고마운 친구다.      


스웜프의 활동은 음악 감상, 추천, 앨범 리뷰, 카피곡, 자작곡 만들기, 공연 관람, 공연 준비(축제, 자체 공연)등 다양했다. 그중 백미는 역시 번개 곡 쓰기였다. 보통 밤 중에 이뤄졌는데, 아무도 없는 학교에 남아 밤새 가사를 쓰고 비트를 들으며 놀았다. 장래희망이 래퍼도 아니었고, 음악의 길을 걷는 일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재밌었던 그 밤을 함께 채운 사람들이다. 가사를 써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어려운지. 새로운 리듬과 멜로디를 만들고 거기에 가사를 입히는 건 내가 해본 창조 중 가장 어려웠다. 이따끔 녹음도 하고 믹싱도 했었는데, 지금 들어보면 정말 귀가 아까울 지경의 수준이다. 무모한 도전을 안해서 다행이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각자 몸담은 곳이 다르다. 그 길을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혼한 사람도 있고, 공부하는 사람,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문득 그때가 그리워지는 건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했던 시절이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추억을 만들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젠 그때처럼 순수한 무언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길 때 아름답지만, 그런데도 아무런 겁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했던 그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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