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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난달 Mar 09. 2020

한 번만 이기면 된다

떡상 이전의 것들

네이버 포스트에 글을 쓰던 초창기 시절 게시물은 조회수 100을 넘기기 힘들었다. 팔로워는 10명도 안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게시물이 네이버 메인에 걸렸고 조회수는 3만이 넘었다. 팔로워는 몇 백 명이 됐다.


K리그 한 구단 명예기자 시절 초창기, 기사를 쓸 적엔 내 글이 남아나지 않았다. 피드백을 받으면 반 이상의 문장을 바꿔야 했다. 두세 달이 지나고 온전하게 내 글이 기사로 세상에 나갔다. 그 뒤로도 피드백으로 고쳐진 내 문장은 적었다.

작년 취업 준비 시기, 수많은 곳에 떨어졌다. 90%가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고, 면접 기회를 받은 내가 가고 싶던 회사는 지인의 합격을 옆에서 봐야 했다. 한 달 뒤, 저명한 외국계 회사에 합격했다. 지금까지 순조롭게 회사 업무를 배우면서 일하고 있다.


3년 전, 군대에서 4년 간의 연애가 끝났다. 그 뒤로 소개팅도 여러 번 했고, 다른 곳에서 썸도 몇 번 탔었지만 모두 결과가 안 좋았다. 지난달 또 다른 소개팅으로 지금의 여자 친구를 만났다. 함께 있을 때 이렇게까지 재밌는 사람은 처음이다. 나는 내가 이렇게 말 많은 남자인 줄 몰랐다.


모든 일을 할 때 한 번만 이기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전에 수없이 질 것을 예상한다. 승리의 경험이 쌓이기를 바라지만, 사실 내 인생은 승리의 경험이 충분히 쌓일 만큼 단 한 번도 순탄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떡상을 기대하지만, 결과 예상은 항상 '글쎄'다. 아마 브런치도 계속하다 보면 이전에 인기 글에 오르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게시글들이 늘어날 거다. 그때 중요한 건, 내가 성공으로 보이는 것들을 이루기 전에 존재했던 모든 일들이다.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주춧돌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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