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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난달 Apr 12. 2020

술자리 대신 게임 한 판은 어때요?

사회적으로 거리는 둬도 마음은 그럴 수 없잖아요

전 세계는 불확실한 상태다. 더 무서운 점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이 상황이 끝나면 어떻게 세상이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방식을 통해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 나는 '게임'이 그 중심에 있다.


코로나 19가 퍼지면서 한 때 질병으로 여겨졌던 게임이 이젠 권장되는 사회가 됐다. 어린 시절의 게임은 이랬다. 재밌어도 오래 하면 안 되는 것, 그러면서도 안 하면 또래랑 이야깃거리 하나가 없어지는 것, 잘하고 싶어 영어랑 일본어를 알게 되는 것, 컴퓨터 사양에 대해 공부하게 되는 것, 그게 바로 게임이었다.


내가 처음 한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였다. 컴퓨터라는 게 처음 집에 생길 때쯤 깔려 있는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였다. 7살이나 8살쯤으로 기억하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모드를 했고 저그의 모습이 무서워서 오래 못한 게임이었다. 그 게임 모드가 프로토스 첫 캠페인이었다는 것과 스토리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중학생 무렵이었다.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서 크레이지 아케이드나 큐플레이, 메이플 스토리, 피파온라인, 미르의 전설, 거상, 와우, 디아블로 2, 서든어택, 워록, 스페셜포스, 건즈 등 다양한 게임을 보고 플레이했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이라 불릴 때쯤 게임들은 인터넷 망을 통해 하나의 사회처럼 보였고 그곳에서 친구를 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했다. 그쯤엔 모든 게임이 길드나 클랜과 같은 시스템이 있어서 어른들의 술 약속처럼 모여 클랜전을 하거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곤 했다. 채팅으론 한계가 있어 헤드셋을 통한 대화는 게임을 더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거리는 의미를 잃어갔다.


시간이 더 흐르면서 고등학생쯤엔 게임이 스포츠의 일부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게이머라는 단어 앞에는 '프로'가 붙기 시작했고 여럿 게임 방송사가 생겼다. 대회가 열리면 수많은 사람들이 스튜디오를 찾곤 했는데 나도 몇 번씩 들르곤 했다. 좋아하는 프로게이머나 팀이 이기면 기뻤고 지면 아쉬웠다. 지금은 그 힘을 많이 잃은 스타크래프트가 내게 그랬고, 플레이 하진 않지만 방송으로는 가끔 보는 롤이 그렇다. 사람의 희로애락을 담는 게임이 취미를 넘어 어느덧 산업으로 자리 잡고 소통의 창이 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감회가 새롭다.


최근엔 그동안 하지 않았던 FM(풋볼매니저)을 하면서 축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다. 영화관에 가는 대신 스타크래프트 2 캠페인 영상을 보면서 스토리와 영상미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한 때 떠났던 오버워치를 플레이하면서 지인들과 플레이에 대해 대화하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동물의 숲처럼 화제가 되고 있는 게임들에 대해 보고 들으면 다양한 사람들이 취향에 맞게 할 수 있는 게임들이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게임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술자리에서 술 한 잔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채팅도 좋고 헤드셋을 통한 음성으로 대화도 좋다. 그것도 어렵다면 이어폰도 괜찮다. 컴퓨터가 없다면 핸드폰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바일 게임들도 요즘은 유저 간 소통에 대해 좋은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의 난 게임 제작사에서 일한다. 어린 시절 즐겁게 플레이했던 게이머가 이젠 그 회사 일원이 됐다. 내가 받았던 즐거움을 이젠 게이머들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한다. 재택근무 체제로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소에서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게임이 사람들이 다시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보면서 좋은 게임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다. 이 고난을 끝내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수다. 모두가 만나고 싶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를 못 보고 있다. 술잔보단 마우스를, 대화 대신 키보드를 통해 서로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 혼자 있는 방에 헤드셋 사용엔 마스크도 필요 없다.


함께 즐길 게임 한 판이라면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사회적 거리는 둬도 마음은 그럴 수 없는 우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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