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난달 Mar 10. 2020

QA만큼 게임 산업에서 지겨운 일도 없다

그리고 모든 재밌는 일들은 어느 순간 지겨워진다

같은 일을 여러 번 반복하며 무슨 일이든 지겹다. 게임QA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 산업에서 QA만큼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는 직군도 없을 거다. Quality Assurance(QA;품질보증)의 기본 업무는 테스팅이다. 주된 테스팅의 대상은 최초 개발되거나 버그 수정 등이 이뤄진 게임이다. 버그가 수정된다는 건 새로운 빌드(새로운 버전의 게임)가 나온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버그를 재현해 수정이 확실하게 됐는지 확인한다. 이걸 반복한다. '반복', 이게 QA의 핵심이다.


QA는 게임 개발 프로세스의 끝에 있다. 기획자가 기획을 하면, 개발자는 그 기획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QA는 기획대로 게임이 제대로 개발되었는지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게임 개발의 가장 마지막 과정에 위치한다. 만약 게임의 그랜드 오픈 혹은 중요 업데이트 등 개발 일정이 확정되어 있고 개발이 늦어져 QA가 뒤늦게 업무를 시작한다면 그 게임은 위험 요소를 크게 안고 간다. 마치 수많은 버그를 보여준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레포지드처럼 말이다.


QA는 유저가 게임을 접하기 전에 먼저 게임을 경험한다. 유저의 마음으로 그리고 유저의 대변인으로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버그를 찾아낸다. 본격적으로 테스트 케이스(TC; Test Case)를 작성하고 집중적으로 버그를 찾는 과정을 디버깅(debugging) 혹은 디버그(debug)라고 한다. 필자의 소속 부서의 경우 프리 테스트(pre-test), 디버그 기간을 합치면 한 프로젝트 당 약 7주 간의 기간을 가진다. 이 기간 동안은 수많은 필터를 통해 불순물을 정화하고 맑은 물을 만드는 정수기처럼 업무에 임한다. 그러기 위해 수많은 케이스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필요하다면 탐색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기획자나 개발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 모든 업무는 철저하게 반복된다.


먼저 이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행여 게임을 좋아한다고 이 QA에 도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긴 기간 동안 같은 업무를 반복하다 보면 그 어떤 사람도 지루함을 느낀다. 이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선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작성된 테스트 케이스를 보는 것 외에도 수많은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테스트 대상인 게임의 기획과 개발에 대한 피드백

-현재 프로젝트에서 있을 수 있는 리스크 분석

-공식적인 피드백 외에 일상 업무에서 있을 수 있는 피드백 제공

-사전 작성 외에 영역 테스트

-공유 폴더 혹은 공유 소프트웨어 등에 게임에 대한 분석/정보 제공

-선제적으로 다른 영역의 기획서/문서 정리


이 정도는 업무를 진행한 몇 달간 느낀 것들이다. 사실 주어진 것들만 해도 월급은 들어온다. 그러나 나는 더 높은 곳에 가고 싶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싶고 알아야 한다. 한 프로젝트에 내가 하지 않은 부분이 다음 프로젝트에서 내가 담당해야 하는 영역일 수도 있다.


모든 유저가 게임의 모든 부분을 플레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QA는 게임 내 모든 영역의 모든 부분을 플레이해야하고 잘 알아야한다. QA의 가치는 게임 개발의 윤활유 역할을 할 때 게임의 리스크를 줄일 때 빛난다. 단순한 업무만을 하니까 지루할 때 조금 넓은 시야로 다른 것을 해보자. 찾아보면 해야할 일은 언제나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 그거 기획 의도예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