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QA를 위하여
대화의 핵심은 상대방의 말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내 뜻을 오해 없이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글도 마찬가지다. 게임산업에선 기획자들의 피땀이 들어간 기획서를 읽을 때가 가장 중요하다. 게임과 관련된 모든 개발 과정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에서 QA(Quality Assurance; 품질보증)는 게임의 리스크를 줄여서 품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한 모든 업무의 바탕은 기획서다. 기획서를 통해 개발자가 개발한 게임을 플레이하고, 테스트 케이스를 작성하고, 버그로 보이는 현상이 기획 의도인지 아닌지 파악한다.
이 때문에 필자의 회사의 경우 경험 있는 리드 QA가 기획서를 기반으로 테스트할 내용을 정리하는 기술 문서 ( TB; Technical Brief)를 작성해 관련자들과 리뷰 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는 QA는 물론 해당 프로젝트의 기획자, 개발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한다. 기획서를 보다 보면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고 이를 정리하기 위함이다. 또, 해당 부분이 기획대로 개발이 가능한지, 예상되는 사이드 이펙트는 어떤 곳인지, 관련해 필요한 문서는 어떤 건지 회의 안에 모든 구성원이 공유한다.
회의를 할 정도라면 아는 것이 많아야 하고, 궁금한 점들도 미리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기획서를 미리 읽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글자와 이미지만을 보고 내용만 이해했다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따로 워드든 회사 내부 소프트웨어 개인 페이지 등 안에 본인만의 언어로 정리해야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기획서 자체가 양이 방대하다. 기획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인 양 자체가 방대하다. 간단하게 석박사의 논문 정도 생각하면 편하다.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나는 기획서를 정리할 때마다 항상 '논문을 요약한다'라는 마음을 먹는다. 게임이 재밌다고 기획서가 재밌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기획자들이 설명을 위해 내용에 비해 글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미지가 있더라도 가독성이 좋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반드시 자신만의 언어로 짧게 재정리해야 한다.
두 번째, 업무 중 기획서를 다시 볼 여유가 적다. 바빠지는 시기에 방대한 양의 기획서를 구석구석 찾아보기 어렵다. 기억에 의존한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반면 본인이 만든 문서는 기억에 오래가는 법이다. 눈으로만 읽는 것과 쓰기 중 무엇이 학습 효과가 더 커다란지는 뻔한 결과다.
세 번째, 공유와 피드백이다. 본인만의 언어로 기획서를 재정리해도 중요한 건, 기획자의 의도 파악이다. 그렇기 때문에 쓰면서 헷갈리거나 궁금한 점들을 물어봐야 한다. 또한 공유 폴더나 사내 공동 소프트웨어를 통해 동료들과 자신이 정리한 문서를 비교할 수도 있다. 피드백을 통해 서로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부족한 부분은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산업군이 그렇듯, 게임 산업에서도 기획서는 중요하다. 여러 프로젝트에 걸쳐 기획된 내용들을 내 것으로 만들 때, 그 사람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된다. 필자의 리드 분이 바로 그런 분이다. 어디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게임의 구석구석 알고 있는 사람. 누구나 필요로 하는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