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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난달 Mar 24. 2020

대리 게임이 게임회사에 미치는 영향

왜 그렇게 대리 게임에 예민할까?

승리를 위해 과금이 핵심적인 요소가 아닌 게임이라면, 승패의 여부는 전적으로 게이머 역량에 좌우된다. 현 게임 시장에 이런 게임은 롤이나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유저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한 재미, 화려한 그래픽 등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중 하나가 '공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환경은 몰라도 적어도 게임 안에서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 성과를 거둔다. 특히, 경쟁 구도의 게임의 경우 유저는 같은 환경 속에서 실력으로만 승부한다. 그것이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런 게이머들의 게임 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이 QA팀 나아가 게임사가 전체가 해야 할 일이다. QA팀은 본연의 임무인 버그를 잡고 관리하고 게임 전반에 대한 피드백을 회사 내 다양한 구성원에게 제공한다. 다른 팀 역시 본인들의 담당 업무를 책임진다. 그런데 대리 게임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유저의 이탈을 불러낸다.


게임사에 대한 불신을 만든다


서두에 언급한 게임들은 실력에 맞게 유저들은 각각 티어(Tier)를 가진다. 이 티어는 순수하게 실력별로 유저들이 속한 공간을 나눈다. 즉, 같은 티어에 속한 유저끼리는 비슷한 실력을 가져야 한다. 티어는 바둑의 급수와 같으며 골프의 타수 등과 비슷하다. 이 규칙은 게임사가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대리 게임으로 한 유저가 본인 실력이 아닌 높은 티어에 속했다고 생각해보자.


티어에 따라 팀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임이라고 가정해보자. 같은 팀 유저들은 해당 유저의 실력이 모자람에 따라 부정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결과를 얻은 팀원들은 승부에 대한 공정성이 어긋난 채로 게임을 한 거다.


상대편 입장에서는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순수한 게임의 재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로선수가 프로를 상대할 때와 아마추어를 상대할 때 체감이 다르다. 실력은 전력으로 펼칠 수 있는 상대가 있어야 늘어난다. 압도적인 승리는 재미없는 법이다.


대리 게임을 한 유저가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다른 유저들은 어떨까. 나와 비슷한 실력을 가졌는데 나보다 월등히 높은 티어에 누군가가 있다. 이들이 느낄 박탈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현상이 자주 있을수록 게임 내 모든 구성원들이 게임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생긴다. 끝내 게임사에 대해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불신이 생기면 유저는 떠난다. 유저가 없는 게임사는 망한다.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 불러올 파장은?


게임에서 대리 게임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의 표본이다. 이제는 프로스포츠로 정착한 E-Sports 모 구단의 경우 선수 모집 시 과거 대리 게임 여부를 확인해서 해당자의 경우 탈락시키기도 한다. 그만큼 잘못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E-Sports 역시 게임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프로선수가 자회사 게임 대회에서 저런 행동을 한다면? 대회를 넘어 게임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악영향이 해당 게임과 유저에게만 퍼진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 유저, 비게이머 혹은 게임에 대해 잘 모르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이 사실이 퍼진다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10년, 20년에 걸쳐 힘겹게 쌓아 올린 게임, 유저, 프로게이머 등에 대한 인식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게임을 만드는 회사 입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큰 회사들은 하나둘 씩 직원들에 대한 복지를 늘리고 일과 삶에 신경 쓰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아직도 많다. 또한 게임의 산업으로서의 가치 고취, 법적인 보장 확대 등을 위해서라도 게임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별거 아닌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진짜 문제는 해당 현상이 반복되면 그것이 문제인지 모른다는 거다. 그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모른 채로. 문제의 정도에 따라 심각한 걸 우리는 범죄라고 부른다. 특히 다른 이들에 대한 나쁜 영향을 미쳤을 경우다. 작아 보이는 하나의 문제, 하나의 범죄를 용인하고 넘어간다면, 그것도 당사자가 그렇게 넘어간다면 또 다른 어떤 후유증을 불러올지 모른다.


그렇게 예전처럼 '게임이나 하네', '그깟 게임이 뭐라고' 소리가 더 늘어나는 거다. 한 게임회사 직원으로서, 한 명의 유저로서 참 힘든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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