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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난달 Mar 25. 2020

[왕좌의 게임] 나이츠워치와 QA

닮은꼴의 어둠 속 까마귀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장기화됨에 따라 헬스장이나 다른 약속 없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무료한 시간을 빠르게 보내고자 유명한 미드 [왕좌의 게임] 정주행을 시작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익히 들은지라 별다른 기대 없이 봤다. 그런데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 개인적으로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이후 제대로 된 판타지 작품을 봤다. 드라마 내 많은 집단이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나이츠워치(Night`s Watch; 야경대)'였다. 어쩐지 QA(이하 테스터와 혼용; 제품 내 결함을 찾아 리스크를 줄이는 업무)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이츠워치가 지키는 장벽


목적


나이트워치는 북부 장벽을 수호하는 게 목적이다. 야인과 백귀들로부터 장벽을 사수하면서 웨스테로스 전체가 외부로부터 받는 위협을 차단한다. 대륙 내 세력 다툼과는 별개로 행동하면서 '인류 수호' 사명을 가지고 임무에 나선다.


QA 혹은 테스터. 이들 역시 게임, 소프트웨어 등 안에서 비슷한 목적을 가진다. 이들은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버그로부터 보호한다. 그리고 버그로 인해 벌어질 리스크를 줄인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는 물론 기획자에게도 피드백을 제공한다. QA의 모든 업무의 목표는 유저들이 받을지 모르는 모든 악영향을 막는 것이다.


서약과 헌신 그리고 영원


밤이 깊어지면서, 그리고 나의 경계가 시작되었으니
이는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리라.
나는 아내를 가지지도, 영지를 위하지도, 아비가 되지도 않겠으며,
권력과 영광을 탐하지 않고, 초소에서 살고 죽으리라.
나는 어둠 속의 검이며, 장벽 위의 파수꾼이니라.
추위를 물리치는 불이고, 어둠을 몰아낼 여명이니라.
아침을 알리는 나팔이며, 인간의 영역을 수호하는 방패이니라.
내 삶과 명예로써 나이츠워치에 맹세하리라.
오늘 밤과 앞으로 다가올 모든 밤 동안.

-나이츠워치의 서약 중에서-


한 번 나이츠워치가 된 자는 죽을 때까지 나이츠워치로 살아야 한다. 그들은 위의 서약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참고 인내하면서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QA의 경우 주어진 테스트나 버그 스텝 재현 등을 위해 알아야 할 회사 내 자체 프로그램이나 개발 언어, 고급 엑셀 스킬 등 관심 가져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업무를 위한 '무기'일 뿐 '목적'이 아니다. 나이츠워치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궁극의 목표만을 위해 움직이듯 QA 역시 그렇다. 또한 한 번 버그를 찾는 업무를 시작하면 다른 일을 할 때도 찾게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필자의 경우 다른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다 버그로 보이는 현상을 보면 해당 고객센터에 제보한다. 증상, 재현 스텝, 사용 환경, 빈도 등 정보를 제공하면서 해당 제품이 개선되기를 원한다. 아마 QA 업무를 하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이런 성향은 살아가면서 어디 가지 않을 것이다.


서약하는 나이츠워치

 

다양한 출신의 구성원


출신에 따른 나이츠워치의 구성원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원해서 온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 드라마 이전 시점에서는 자원입대 한 자들도 많고 영광스러운 집단이었다. 그러나 작 중 시점에서 대부분은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 혹은 죄를 짓거나 집안싸움에서 밀려난 귀족 등 타의에 의해 나이츠워치가 되곤 한다.  


업계 내 QA도 이와 비슷하다. 게임 QA의 경우 단순히 게임을 좋아해서 온 사람들도 있고, 기획자나 다른 직군을 원해서 온 경우도 많다. 필자의 경우 개발자를 하다가 온 경우도 봤다. 물론 원해서 하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모든 구성원이 같은 목적과 과정으로 집단을 이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QA직군의 특성과 맞물린다. QA 혹은 테스터라고 불리는 이 직종은 사실 세상에 등장한 지 오래되지 못했다. 그래서 전문성을 인정하는 곳이 많지 않다. 국내보단 외국이 대우나 인식이 좋은 편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의 인식도 점점 좋아져서 직업 안정성도 높아지는 편이다. 앞으로는 전문성이 낮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숙련되지 않은 인원들도 사라질 것이라 전망한다.


집단 구성


나이츠워치는 3개의 역할군으로 나뉜다. 레인저와 빌더, 스튜어드는 각각 전투/수색, 수리/건설, 잡일 등의 임무를 가진다. 전시에 있어서는 역할군이 나뉘지 않지만 평시 임무는 각기 다르다.


QA 역시 종류는 무수히 많다. 기본적으로 게임을 테스트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단순 테스트, 기능 테스트, 자동화 테스트, 개발 QA, 퍼블리싱 QA 등 담당과 역할의 범위로 무수히 나눌 수 있다. 이에 따라 요구되는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크게는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마다 , 작게는 프로젝트마다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QA라도 하는 일의 범위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자부심


나이츠워치는 장벽 수호라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지만 남쪽의 왕이나 귀족에게 괄시받는다. 나이츠워츠는 그 구성원들의 출신과 구성 때문에 무시받기 쉬웠다. 또한 나이츠워치가 주장한 장벽 너머의 존재를 남쪽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들은 내전 등 신경 쓰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이츠워치는 다양한 적들에 대항하는 인류의 수호자 역할을 다한다. 그 누구도 기억 못 하는 어둠 속에서도 말이다.


QA에 대한 대우나 현실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중요성과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지만 고용의 형태는 별개 문제다. 그런 환경에서도 QA직군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면서 살아남는다. 회사 내 입지를 만들어낸 QA의 경우 자발적으로 게임의 개선안을 만들거나 개발자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줬다고 한다. 또, 개발자 입장에선 QA가 없으면 불안하다. 개발과정에서 버그는 필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이 직군에 자부심이 있다. QA는 개발의 마침표를 찍는 존재들이다. 외부에서 보기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한다. 아직은 불안정한 점도 많지만 앞으로 개발에 따른 맞춤형 전문가가 될 때, 더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일 때 이 직군의 미래는 밝아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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