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

by 민진

자그락거리는 소리가 발밑에서 돋아난다. 제멋대로의 모양들이 모여 수런거린다. 돌이 두툼한 것들과 얇실하게 편편하여 손에 알맞게 쥐어지는 것들로 여러 질이다. 날카로운 것들은 거칠 것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인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아도 제 몸 처음의 자취를 알 수 없는지도 모른다. 누군들 헤아려볼 수 있을까.

북두칠성처럼 일곱 개의 바위들이 만들어낸 고요. 소나무를 울로 두르고 앉거나 서서, 눕거나 엎드려서 묵묵하다. 영원에 잇대어 살아있는 무생물. 숨 쉬지 않으나 바람으로 휘파람을 불어내는. 눈이 없으나 온 몸으로 마주 본다. 쪼개어지지 않는 덩어리의 신비로움이다. 조용한 묵상 앞에 말을 잊는다. 자그마한 돌멩이들도 시원에는 이랬으려니 위로를 해본다.

강가에서 돌멩이를 마주하면 푸근하다. 둥글거나 모나거나 어느 만큼 의 시간을 건너왔을까. 작은 것에 담긴 사연이 못내 알고 싶다. 이돌 저돌을 곁눈질하다가 하나를 골라 든다. 잘 던질 수 있을까 품어보는 기대로 만족해본다.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손재주가 없는 것은 알고 있었다. 흉내 내기는 잘 하지만 마무리 짓지 못하는 병이다. 끈기 없는 것을 애써 타박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무추름한 시간들을 마주한다. 저 먼 곳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가까이 머무는 것들에 마음을 쏟기로 한다.

지나간 감정들은 생각의 산으로 굳는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거치적거리지 않기를 바란다. 자람이라든지 성숙이라기엔 무람하다. 거친 선들이 깎이어 온 세파 앞에 더 이상 내밀만한 날카로움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인지도. 날 세울 수 없는 이지러진 자아를 덮느라 바빴다. 들쭉날쭉하던 마음의 결을 고요롭게 가라앉히는 수밖에 다른 무엇이 있을까.

나에 대하여 실망하고 낙심하기를 골백번 하다가도 비루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다. 다른 이에게 들이대던 비수 같던 잣대도 슬며시 내려놓는다. 깎이고 깎이는 세월의 끌 앞에 앙증맞은 몽돌이 되어가는 중이다.


납작한 조약돌을 고르는 모습들이 자연스러워 빙긋 웃음이 그려졌다. 하마 많이들 해본 솜씨다. 순서를 정하지 않았는데도 척척 한 사람씩 물 위로 힘을 다해 내던진다. 내리는 빛이 윤슬로 반짝거린다. 강물의 설렘이다. 모습들이 사뭇 긴장된다. 눈으로 물길을 더듬는다. 팔을 몸보다 뒤로 살짝 뺀다. 손을 빠르게 앞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다가 다시금 위로 포물선을 긋는다. 돌멩이에 온 힘을 몰아준다.


기다렸다는 듯이 통통 튕겨 나간다. 물방울들이 작은 분수로 솟다가 동그라미로 번진다. 팔 길이만큼씩 뛰더니 점점 폭을 줄이며 숨이 차다. 마지막이 가까울수록 바작바작이다가 마침내 멎는 숨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