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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by 민진

불려두었던 찹쌀과 멥쌀을 믹서에 넣어 간다. 자디잘게 으깨어진 것을 옴팍한 그릇에 부어 간하고 약간의 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한다. 부드러운 부분만 따온 쑥을 넣어 버무리면 반죽 끝이다. 팥을 푹 삶아 찧는다. 냄비에 담아 소금과 설탕을 조금씩 넣어 불 위에서 살살 저으며 고슬고슬한 팥소를 준비한다.


펜에 기름을 두르고 쑥 반죽을 한 국자 부어 동그라미를 만든다. 쑥이 초록으로 형태를 드러내며 향이 번진다. 찰싹 뒤집은 다음 가운데에 팥소를 얹는다. 동그라미의 가장자리를 중심을 향하여 오므려 소가 덮이게 눌러 놀놀하게 구워내면 쑥 부꾸미다. 종이 호일에 싸고, 방울토마토를 챙긴다. 꽃을 보러 가자고 했으니 그냥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꽃길을 향한 마음을 무늬로 새긴다.

해가 구름 사이로 들락날락한다. 친구랑 김밥을 사서 연두의 물빛이 어리어리한 나뭇잎 그늘에 자리를 편다. 이른 점심이다. 손을 재게 놀려 만든 주전부리가 김밥을 찬밥으로 만든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 둘이서 헤실 거린다. 재미난 이야기는 향기처럼 솔솔 피어나 흩어진다.


청 보리는 벌써 튼실하다. 노르스름하게 익을 날이 가까운지 수염들이 바늘처럼 꼿꼿하다. 손으로 도로로 물결을 만들어 보고 싶게 고운 색이다. 옥빛 이파리와 대궁 사이로 보리 익는 열기가 코끝에 끼쳐오는 것만 같다.

수레국화 꽃 사이로 들어선다. 씨가 떨어졌는지 지난해 보다 더 많은 꽃들이 바람에 몸을 뒤챈다. 수많은 수레바퀴들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 온통 파란빛으로 어깨동무하듯이 등성이를 오르고 있다.

꽃씨가 살기 좋은 곳만 찾아서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보도블록 그 좁다란 틈새에서 싹을 틔우고 키 낮은 수레국화를 피워 올렸다. 앙증맞은 꽃송이를 보니 은은한 감동이 마음에 얹히운다. 작은 것에 대한 애착이다. 차차로 소소한 것들을 더 애틋해하니 자신에 대한 연민 인지도 모른다.


얼마나 힘들게 가꿔냈을까. 싹눈이 텄을 때야 좋은 땅이건 아니건 다 비슷했겠지. 어렵더라도 부대끼며 살거라 생각했는데 숨이 턱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길이를 키우고 부피 생장도 해야 하는데 옴짝달싹 하기가 어렵다. 곧은 뿌리를 내려 중심을 잡은 다음 실뿌리를 뻗쳤을까. 비가 오면 빗물을 먹고, 비가 오지 않으면 목마름을 참는 수밖에.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처럼, 한숨같이 가느다랗게 버텼으려나. 사흘 걸이로 새 뿌리를 내느라 상처가 아물 새가 없었을 것이다. 그 아픔이 없었다면 자람을 할 수 있었을는지. 더 많은 뿌리를 틈 사이로 끼워 넣느라 기를 쓰고, 다른 풀뿌리와 엉키기도 했으리.

꽃이란 그냥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보이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인하여 빛난다. 산뜻한 파란 꽃이 하늘과 마주 볼 수 있는 경이의 자리. 등성이의 고운 것들도, 선 따라 줄 서기 하며 흔들리는 꽃, 모두가 주인공이다. 둔덕의 꽃들만 있었다면 외길로 그쳤을 것을. 난쟁이 꽃들이 피어남으로 꽃길은 완성이 된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마주하는 길이 되고, 또한 다른 이로 말미암아 평행선이 되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