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전어라는 말이 있다. 찬바람이 나면 뼈가 어세 회로 먹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전어가 생각나서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은 다 옛말인가 보다. 구이가 나왔는데 입맛 때문인지 그 옛날 먹었던 고소한 맛이 아니다.
하룻날 남편이 시간이 되느냐고 묻는다. 요새 남아도는 것이 시간인 것 안 보이느냐고 하자 친구가 점심 사준다는데.
사천으로 전어를 먹으러 갔다. 밀물이 되어 바다가 아닌 것처럼 물이 넘실거렸다. 남편 친구 아내가 이렇게 바닷물이 가득 찬 바다는 남해에서 처음 본다고. 여름 하늘은 뭉게구름을 띄어놓고 쨍하게 하늘 속까지 보여주려는 듯했다.
전어를 먹으면서 전에 키우던 몬스테라는 잘 있느냐고 물었다. 그분들이 집을 지어 들어갔을 때 보러 갔더니 몬스테라가 훌륭했다. 거실에 가로 세로로 천정을 둘렀는데 어림잡아 십 미터는 된 것 같았다. 너무 멋지다고 내 입에서 칭찬이 마르지 않았다. 그분 아내가 나중 한 촉을 준다고 했다. 기다려도 말이 없으니 까먹었나.
올 초에 딸이, 공방을 내면 식물을 키워 줄 것이냐고 묻기에 뭐가 좋으냐고 물었다. 몬스테라라고. 계획에도 없던, 조그마한 것을 한 개 사 왔다. 가지고 올 때 있던 잎은 구멍이 뚫리지 않아 잘못된 얘들인가 싶었다. 딸에게 이파리에 구멍이 안 나네. 했더니 자라면서 난대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겨우 적응하면서 잎을 내는데 보니 뻘쭘하게 이파리 한 공간을 비워놓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누가 이런 디자인을 했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분들 집에 있는 것만 큼 큰다면 곤란하겠는데. 지금은 아기 몬스테라이지만 점점 자라면 저것을 어쩌지 염려를 당겨서 하고 있다.
남편 친구는 몇 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다. 남편보다 한 살 밖에 더 많지 않은데 쉽지 않은 시간들을 지난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이가 거실에 나왔는데 깜깜한 데서 몬스테라들이 와락 달려드는 것 같았다고. 자신을 옥죄는 것 같아 가위를 가져다 그 자리에서 모두 잘라버렸다고. 그 집에 안 가본 지가 오래이니 그동안 얼마나 더 자랐으려나. 초록은 어둠과 합해지면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괴괴함을 내뿜는다. 아무라도 어둑한 밤에 보면 겁도 날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바래다 드리면서 보니 어른 팔 길이 만큼씩 한 몬스테라들이 다시 굵직굵직한 화분에 여러 개 자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몬스테라가 그 밤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겁을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것도 몸과 마음이 약해진 상태에 있는 분에게.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몬스테라가 무서웠다. 몬스테라가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해야 할는지, 마음이 약해진 분의 오해로 말미암아 그런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분 성격도 좋다. 그런 끔찍한 경험을 했다면 나 같으면 사그리 없애 버렸을 텐데. 화분에 심는 것을 그대로 용납했다니. 몬스테라 몇 이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쌩긋쌩긋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나눠진 몬스테라들도 여러 집에서 그러고 있으려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하더니 이상한 것은 나였다. 잘 지내는 친구 중에 ‘어떤 식물은 좋지 않다 키우지 말아라, 어느 식물은 집안에 키우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는 말을 가끔 한다. 그럴 때마다 그런 것에서 자유 하라고 으레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몬스테라에서 시작된 기시감이 나를 욱죈다.
집에 있는 몬스테라를 어떻게 하지. 이름이 하필 괴물인 거야. 가만 나를 돌아보면 이름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도 같다. 강한 척 하지만 연약한 내 마음이여!. 꽃말은 웅장한 계획이라는데 무엇에 대한 계획일까. 딸에게 얘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생각도 가지가지다. 여러 날 미워서 물 주지 않고 있다가 다시 새잎을 내는 모습이 짠하여 오늘 아침 물을 흠뻑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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