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란 장미

by 민진

끌림이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다가온다. 이성이나, 또래가 아니어도 생각이 같거나 좋아하는 것이 같을 때 친밀해진다. 사람을 알아가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다. 만학도이면서 주부라는 공통점이 서로를 편안하게 했다. 나이 차이야 났지만 가정을 건사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에서 자석처럼 끌렸을 수도.


그녀는 편입생으로서 사 학년이었다. 꽃집을 하면서 배우는 예쁜 사람이었다. 창원에서 오는데 갈 때마다 졸린다고 찻집에 들르자고 했다. 가자마자 일을 해야 하기에 간단한 요기 거리와 커피를 샀다. 동행하면 늘 찻값을 치른다. 내가 값을 낸다 해도 자기는 일을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마지막 실습으로 성탄 리스를 만들 때도 재료들을 가져와서 생기를 불어넣었다. 서울까지 다니며 화훼 기사를 준비하기에 실습시간에는 다른 학생을 도와주는 일을 톡톡히 해내기도 하면서.

한 학기를 마치며 서로가 아쉬워 과제 노트를 찾으러 가면서 만났다. 양말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작은 것이라도 마음을 나누지 않으면 못내 서운 할 것 같아서. 그이는 생각도 못한 꽃다발을 가지고 왔다. 노란 장미. 노랑나비의 착시가 일어났다. 왕사탕 같기도. 행운이라는 나팔이 울려 나는.

어쩌면 우린 짧은 만남의 이별을 준비한 것인지도. 서로 사느라 바쁘면 시간을 내서 만나로 오거나 갈 거리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씩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면 된다. 욕심을 내려놓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 아닐까. 내게로 왔던 좋은 일이나 궂은 것도 때가 되면 강물처럼 흘려보내야 한다. 우리도 어딘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꽃다발을 꽃 처지에서 야무지게 비닐 지퍼 백에 물을 자작하게 채워 꽂았음을 보았다. 물 올림이 된 꽃들이 싱싱하다. 나는 꽃다발의 형태는 그대로 둔 채 가위로 밑 부분을 잘라내었다. 락스를 물에 희석하여 부은 유리병에 그대로 담았다. 세균 번식을 막아 꽃을 오래도록 보기 위하여.

사진을 찍는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다. 그것을 보고 그이는, 혹시 꽃을 풀지 않고 그대로 꽂았느냐고 묻는다. 과정을 얘기했더니 웃는다. 참 고운 사람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정성이 가득 담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기쁨으로 이 글을 쓸 수 있어 마음이 따스해진다.

새해가 밝는다. 새해엔 또 복된 인연들로 우리의 삶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어제 뜬 해이지만 새롭고, 매양 그 하늘의 달이지만 달라 보이고, 어두운 하늘의 별은 빛날 것이다. 하늘에 있는 것들이 언제나 변함없다는 것이 크나큰 위로다.


지난 한 해를 살아내느라고 수고 한 나를 다독인다. 쥐구멍을 찾고 싶었던 때도, 부끄러웠던 순간들도 받아들인다. 그것을 밑거름으로 새해에는 새로운 용기와 지혜가 샘솟았으면 좋겠다.

새해가 새해 되게 하는 것이 온전히 내 몫으로 남겨진다.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노란 장미를 선물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