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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Oct 28. 2023

내 마음에도 뜨는 별 3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이렇게 마음이 고운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 친구가 다시 보였다. 우리는 겉멋에 치우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마음 깊은 속까지 헤아릴 수 있다면 다 된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가진 능력이나 외모 배경이 모든 것이 되어 저울질당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예쁜 아가씨도 있다.


 친구들은 자식을 여의어 손주들을 보는데 내 자식들은 기척이 없어 이제나 저제나 목이 길어지고 있었다. 지나가는 아기만 봐도 돌아보고 한 번 더 쳐다본다. 나의 주책의 시기. 나도 그럴 줄 몰랐다. 자식들이 서울에 사니 그곳에 둥지를 틀 것인데 그러면 손주들 몇 번이나 볼 수 있다고 벌써부터 이러는지.


 배 안 아프고 난 자식 둘 중 동생이 먼저 여자 친구를 인사시키러 왔다. 여러 아이들 중 처음을 잘하면 줄줄이 잘할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진다. 주말에 비행기로 왔다. 본디는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남편이 하루 종일 긴장할 수도 있으니 아예 점심을 먹고 맘 편하게 행사를 구경하도록 하잔다. 듣고 보니 맞는 것 같아 그렇게 했다. 사랑을 많이 받은 셋째 딸이었다. 셋째 딸은 얼굴 보지 않고도 데려간다는데 했더니 웃는다. 싹싹하고 다정다감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사랑스러운 아가씨다.

 

 즐겁게 식사 후 행사장으로 둘이서 구경을 갔다. 다음날 저녁은 집에 있는 아들이 장을 봐오고 스테이크를 구웠다. 형들이나 누나들이 오면 한 끼씩 요리를 해서 내가 좀 편하다. 서울에 있는 둘째 딸이 대표로 환영 인사차 겸사겸사 내려왔다. 서울에서 만난 사이인데 부담감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닌지.


  자랄 때는 고집이 세고 어지간하게 말을 안 듣기도 했다. 그렇게 책을 읽으라 해도 소용없고 컴퓨터게임만 밝혔다. 운동 신경이 있어, 하면 잘하는데 족구나 축구를 해도 하는 체 마는 체 남편 속을 태웠다. 그런데 언제 저렇게 커서 직장생활도 잘하고 맨 먼저 여자 친구를 데려와 인사를 시키는지 모르겠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진다.


  얼마 전 양복을 입고 여자 친구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렸다고. 너무 어엿해서 여자 친구 언니들도 감탄해 마지않았다고 전해 들었다. 감사할 뿐이다. 딸자식을 내어 준다고 할 때에는 만감이 교차하지 않을까 싶어서. 서로 마음을 보듬어 가면서 예쁘게 잘 살 것 같다. 다른 아이들도 줄줄이 그 뒤를 이어 배우자를 데리고 왔으면. 오만과 편견에서 아버지가 나 한가하니 다른 사위될 사람 더 없느냐고 하던 것 같이 내 마음이 그런다.

 

 고속버스로 올라간다더니 비행기로 간다고. 딸과 약속을 잡았는데 미루었다. 비행장까지 배웅을 했다. 보낸 뒤에 가까운 바다로 가서 해넘이를 보았다. 아름다운 일몰. 그렇게나 가까이서 해가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바라본 적이 있었나 생각을 뒤져도 없는 것 같다.


  서울로 간 두 아이들이 준 마음 같아서 속이 훈훈해진다. 바다가 가까운 비행장에 오기를 잘했다. 아이들이 비행기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풍경을 선물 받았다. 해가 물속으로 빠지기 전부터, 숨은 뒤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우리 인생도 저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 마음에도 별이 하나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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