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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Feb 03. 2024

바구니 안의 자작나무 숲

무게를 달 수 없는 창의력

  식물과 이어진 수업을 연지 벌써 삼 년이다. 수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재료비도 많이 들지 않고 간단하지만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은. 입 밖으로 내지는 않고 언젠가 꼭 한번 써먹으리라 싶었는데. 얼마 전 미국 소셜 네트워크 핀터레스트에 나의 생각과 판박이처럼 비슷한 것을 누군가 내놓았다. 선두를 빼앗긴 것 같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해보고 싶은 욕심은 늘 샘물처럼 차오른다. 상표 등록처럼은 아니지만 같은 것을 시도하게 되면 보고 베끼는 것 같다. 가장 세계적인 것은 나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려 애쓰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하려다 보니 힘이 들고 노력이 배로 들어간다. 이번에도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재료 협찬을 위하여 한 시간 거리를 달려가야 했다. 봄 장사 준비가 안 되어 씻은 마사가 들어오지 않았다기에 남편이 마사를 씻어 주었다. 손을 보탤 수 있는 믿는 구석이 있다 보니 뭔가를 시도하는 것에 겁이 안 나는지도.

 

  아이와 엄마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모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이 좋다.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한 사람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만 다 다른 것들이 만들어진다. 내가 바라는 작은 목표. 자연에서 온 것들을 만지고 보면서 느끼는 것은 무엇일지. 뭔가를 완성해 보는 순간들이 아이의 손과 마음에 뿌듯함으로 기억된다면. 손가락사이로 빠지는 흙의 감촉, 상록의 나무 잎을 만질 때 까슬까슬 거리는 감촉은 어떨까. 나뭇잎의 상큼함은 향기로 그날의 그곳에 남겠지.


  강사가 원하는 이미지와 모양은 다 다르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끝도 없이 펼쳐지며 무게로 달수 없는 창의력도 쌓여  수업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자작나무 숲을 작은 바구니 안에 앉히고 싶었다. 그게 무슨? 한다면 쥐구멍을 찾고 싶지만 생각을 실제로 바꾸어가는 것은 또 얼마나 멋진가. ‘나무의 여왕인 자작나무 겨울 숲을 바구니에 담아 보아요. 한가로이 새소리도 나는 듯 마는 듯 들려와요. 나지막하게 상록의 잎을 두르면 겨울 숲이 집안에 놓여요.’ 하는 문구로 안내문을 만들었다. 과장법이 너무 심한가. 더 근사하게 꾸며보고 싶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나중 가보게 될 자작나무 숲을 미리 손으로 다듬고 만져보는 것이라고 애써 위로한다.


  안내 문구를 가족 카카오 톡 방에 올렸다. 젊은 생각들을 수혈하고 싶어서이다. 아들이 새소리가 나는 녹음기를 달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럼 찬조를 해야 하는데. 하고 말았다. 다음날은 진짜 시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쓸 만한 것이 있는지, 가격은 어떤지 살펴보았다. 마땅한 가격대가 있어 사진을 보내주며 찬조하라고 무작정 이야기했다. 아들이 돈을 바로 내 계좌로 보내왔다. 그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엄마는 완제품이 내 손에 들어오는 것 까지를 찬조라고 본다고 말한다. 아들이 흔쾌히 보내주었다. 새소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진짜 새소리를 녹음해 비교해 보니 만들어진 새소리는 실망스럽긴 하다. 체험이니 아이들이 새소리울림통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한 번씩 흔들어볼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기로. 피규어 새 두 마리도 가지에 다정하게 앉아 마주 보든지 하겠지.

 재능기부에 여러 사람이 도왔다. 아이들 한 명 키우는데 온 마을이 움직인다는 말이 맞긴 하나보다. 고사리 손으로 바구니에 마사를 퍼 담고 편백, 더글라스, 구상나무를 잘라 마사흙에 촘촘하게 꽂는다. 거기에 흰색 나뭇가지를 줄 세우고 새를 붙인다. 어떤 아이는 진짜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처럼 삐뚜름히 붙였다. 어른들은 반듯하게 붙이는데 차이들이 보인다. 새소리 울림통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흔들어 보게 하니 신기해한다. 녹음 한 새소리를 들려주니 소리가 비슷하다고. 그림책을 읽어주고 화분에 심긴 꽃들을 소개하고 자작나무숲 바구니를 완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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