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시험이 취소되고 비 대면으로 치러진다고 하자 마음이 허탈하다. 자격증 시험인데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보고 치러야 되는 것 아닐까. 화면을 통해서 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저장해온 코딩 문대로 하는 줄 알았는데 코딩 문을 변경하라는 숫자를 준다. 어쩐지. 그대로 하라고 할 때 너무 좋아했던 것이 머쓱하다. 그러면 그렇지. 잘 생각이 나지는 않았지만 첫 실기수업 때 들은 것을 참고 삼아 나름대로 변경을 했다. 코딩 문을 먼저 보내고 조립과정으로 들어가야 된다. 보냈는데 시험관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엔터키를 누르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실수는 여전하다. 하얗게 세어지는 머릿속.
이론 시험을 치른다. 설문지 하는 방식으로 사지선다형이다. 이론은 다 맞아보자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육십 점 이상이면 합격선이다. 과제 발표한 곳에서 몇 문제가 출제되어 기분이 좋았다.
이중으로 된 화분 밑에 모터 부품을 넣고 선을 위로 꺼낸다. 위 화분에 마사를 넣고 흙을 넣은 뒤에 화초를 심는다. 조립을 시작한다. 무탈피 커넥터를 이용하여 피복을 벗기지 않고 전선끼리 연결한다. 잘 될까 그 부분이 걸린다. 걱정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지 역시나 반응이 없다. 한 번 더 시도로 성공. 후유. 차분하게 순서대로 색깔별로 꽂아 나간다. 하도 여러 번 해본 것이라 조립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집에서 치르는 것이라서 시험이라는 생각보다는 연습하는 것 같다. 단지 카메라 두 대가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것만 빼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이 그립다. 지나간 시간에 얽매여 있을 수는 없지만 자꾸 기계랑 친해져야 살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점점 더 고립되어 가지 않을까 염려는 쌓여만 가고. 변하여 가는 것들을 보면서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불만이 목까지 차올라 구렁에 빠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머릿속이 아닌 삶 가운데로 끌어내려야 할 때인 것은 아닐까.
작동된다. 엘이디 창에 뜬 숫자가 변한다. 오차범위 내에서 이쪽저쪽 맞아야 하는데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다. 맨 처음 끝낸 한 남학생과 숫자가 같아서 좋아했는데 자꾸만 바뀌니 마음이 불안하다. 시험 보는 학생들이 거의 같은 시간에 조립들을 마쳤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소회의실에 접속해서 채점을 맡는다. 내가 맨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말한 것처럼 시간은 흐른다.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다 그만두고 싶던 때를 벗어나고, 비 맞으며 처량하던 모습도 가물가물하다. 이론수업이라도 열심히 듣자고 눈을 빛내던 순간들. 교수님들의 넉넉한 마음이 다가온다. 무슨 일이든지 겁내지 말고 도전하는 사람으로 살자고 나를 다독여본다. 반 발짝씩이라도 아니 더듬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자고. 합격을 하든지 떨어지든지 끝까지 해 보았다는데서 만족을 하기로.
모든 것을 다 치러냈다. 일주일 뒤에 문자로 합격통지가 왔다. 믿어지지 않는다. 민간자격증이니 응시자 모두에게 주는 것은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진짜로 자격이 있을까. 사람이 간사하다. 어떻게라도 합격했으면 할 때는 언제고. 막상 발표가 나니까 또 엇나가는 생각 좀 봐. 자격증 발급 수수료가 팔 만원이라니까. 이 사람들 자격증 장사하는 것 아니야, 공신력은 얼마나 있을까. 별생각이 다 든다. 이제 자격증이 자격증이 되게 하는 일은 순전히 나에게 달려 있을 것 같다.
작은 것을 하나 이룬 것 마냥 부듯함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도 나쁠 것은 없지 않을까 하고. 여름은 끝났다. 이제 가을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