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끝이 쭈뼛

(앞글 허수아비의 다음 편)

by 민진

강의를 듣는데 모르는 말이 나온다. 설명은 계속되고. 답답해서 마이크를 켜고 질문을 한다. ‘순화’가 무엇이냐고. 말 끊는 것이 언짢은지 아니면 수료만 한다는 사람이 웬 질문이냐는 반응일까. 이미 흘러넘친 물인걸. 기다리라고 한다. 나중 질문에 대해서 자세히 대답해준다. 새로이 알아가는 즐거움. 쉬는 시간에 전화를 해 달라고.


전화를 건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실기 수업은 왜 빠지느냐고.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다음 시간에는 꼭 나오라고. 부품의 글씨가 작아 잘 안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돋보기를 가져오라고 몇 번을 당부한다. 나보다 더 나이 든 분들도 열심히 하여 합격한다고. 교수님 한 분 붙여줄 것이라고 안심을 시킨다. 마음이 약한지, 줏대가 없는 것인지 네! 대답하고 만다. 진짜 속마음은 끝까지 해보고 싶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교수님의 배려에 감지덕지한 것인가. 아니라고 뻗댈 수 있는 심장이 나에겐 없다.

세 번째 실습시간에 못 이기는 척 갔다. ‘코딩으로 반려식물 자동 물 주기’ 프로그램이다. 그래도 첫 번째에 해 보았다고 약간 익숙한 느낌이 났다. 전선들을 맞는 자리에 집어넣고 코딩 코드 작성하기를 친다. 치는 것이 느리니 도와주는 교수님이 아예 유에스비에 담아 와서 저장을 해 준다. 시험 칠 때도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오호! 그럼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집에 가서 부품 조립을 부지런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엘이디를 통하여 흙이 수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와 시간에 따라서 자동 관수가 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유에스비가 달려 있어 조립 후 컴퓨터와 연결하면 알아서 작동한다. 학교서는 잘 되었다. 집에 올 때는 비도 오지 않았다. 마음도 한결 가볍다. 아니 햇빛이 내 안 깊은 곳까지 비추이는 것 같다. 변덕이 심한 나여.

다시 해보아야겠다고 하자 남편도 좋아라 한다. 반복하면 가능하다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어서 해봄직하다. 교재를 보고 선들을 순서대로 꼽는다. 오 볼트와 영 볼트를 나누고 색으로 구분하여 조립을 한다. 엘이디와 모터 선들을 나누어 꽂는다. 다른 것은 불이 들어왔으나 엘이디와 모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책을 보면서 순서대로 한다고 했는데 왜일까. 막내를 부른다. 엄마가 다 맞게 한 것 같은데 왜 안 될까 묻는다. 자기가 해 보더니 전선의 굵기가 차이가 있어서 연결이 안 되어 그렇다고. 그 부분을 잘해야 될 것 같단다. 차별을 하는 건지, 사람을 알아보는지 아들이 하니까 바로 반짝인다.


두 번째 실습 때 가져가지 않았던 부품들을 챙겨가란다. 시험을 치를 때 따로 주지 않으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된다고. 응시료를 삼십만 원이나 받으면서 왜 새 부품을 주지 않고 썼던 것을 다시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안심이 된다. 피복을 벗겨내지 않고 선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이 두 쌍이 들어 있다. 당일 날 쓰려고 아껴둔다. 하루에 세 번 이상씩 조립을 한다. 익숙해져서 책을 보지 않고도 차례차례 조립이 가능해졌다. 유에스비를 꽂으면 엘이디는 반짝이면서 수분함량 표시를 하고, 모터가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왜 해보지도 않고 어렵게만 여겼을까. 내 삶의 자세가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게 된다. 늘 새로움에 나를 내어놓아야 하는데, 길들여진 대로 둔다. 담대해져 볼 필요가 있나. 다시 해 보기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교수님께 감사하고, 남편도 고맙다. 도와달라고 하면 싫어하지 않는 막내아들도 기특하다. 늦게 공부하는 것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닌 가족과 여러분들의 합작으로 이루어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본다.


둘째가 내려오는 날 그 아이에게 피피티 작성하는 법을 배우려고 했다. 자상하게 잘 가르쳐주고, 늦깎이 엄마의 배움에 지원을 아끼지 않기에. 가만히 있던 막내가 형이 오자 과제 초안을 달라고 한다. 아들들이 엄마 도와주는 것을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속으로 웃는다. 자기도 피피티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할 때는 언제고. 다른 말은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임시 공휴일이고 점수와 상관이 없어서인지 학생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았다. 그중에 나는 ppt로 과제 발표도 해보고. 내 사전에도 이런 일이.


마지막 날은 제주에 있는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스마트팜 기계를 들여오다 보니 비싸기도 하거니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기계를 모를 때 와지는 문제점들에 대해 알게 된다. 공학과 생들이 식물을 참고하지 않고 기계를 만들다 보니 오는 어려움들에 대하여도 듣게 된다. 원예를 아는 학생들이 처음부터 코딩을 배워서 안전한 방식으로 스마트 팜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인공지능을 생활에서 이용하기와 사물인터넷과 앱인벤터에 대해 실습했지만 나는 구경꾼이었다. 그래도 아 이렇게 세상이 달라져 가는 구나를 목격하는 듯했다. 여러 나라들이 코딩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게임도 다운로드하여서 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는 자기가 할 게임을 직접 만들어서 하는 시대로. 우리나라도 코딩 교육이 이미 의무화되었다. 세상이 달라지는데 내 설 자리는 어디인가. 머리끝이 쭈뼛선다. ‘스마트 원예전문가 2급’ 시험을 열심히 준비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곧 필요한 컴퓨터 싸인 펜을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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