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용맹과 권위, 신뢰의 아이콘이 되다
하기아 소피아에 있는「그리스도 모자이크」입니다. 그림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콘이에요. 아이콘이라고 하는 것은 이콘(icon)에서 나왔고 이콘은 기독교의 그림에서 나왔죠. 저 그림을 보세요.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콘은 기독교의 상징적인 인물들, 즉 예수와 성인들의 형상을 지칭하던 용어에요. 로마 시대, 기독교 박해는 극에 달했죠.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이콘을 작게 만들어 들고 다녔어요. 자신의 생명과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요. 지금의 부적처럼 말이에요. 이콘의 인물들은 각자가 받았던 고난과 극복을 상징하죠. 그래서 그림을 볼 때 이콘을 보면 그림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화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어요. 이후 그림에는 각자 어떤 대상을 상징하는 ‘이콘’들이 숨어져 있죠. 이것을 알고 그림을 보면 더 많은 화가의 의도와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 낼 수 있어요.
개:개가 그려진 그림들도 어떤 의미가 담겨있다는 거군요? 우리 개에 대한 이콘 즉 아이콘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집트에서는 아비누스 신의 형상을 통해 죽음과 사후세계를 상징했어요.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치유의 아이콘으로 통하기도 했죠. 이후 지역별, 국가별 상황에 따라 개의 역할이 점차 변합니다. 그리고 뛰어난 사냥꾼이었던 만큼, 용맹이 대표적인 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림은 15세기에 만들어진 『가스통 페뷔스 드 푸아의 사냥책』에 있는 삽화 중 일부입니다.
▶용맹한 사냥꾼, 개들의 협공에 맹수들은 쓰러졌다.
냥:표범에게 무섭게 달려드는 개들의 모습이 보여요. 표범에 물린 하얀색 개는 피가 남에도 불구하고 표범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요.
개:우리 개들은 사냥감을 보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죠. 비록 우리보다 큰 동물들이라도 말이에요. 그래서 개들이 중세시대에 용맹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것이겠군요.
15세기 중세 유럽에서는 귀족들의 사냥이 유행했어요. 그래서 귀족들과 함께 사냥하는 개들의 그림이 많이 그려졌어요. 특히 개들보다 몸집이 큰 표범, 멧돼지를 잡으며 용맹을 과시했죠. 그림들에 등장하는 개들은 주로 그레이하운드로 추정되요. 귀족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죠. 개의 용맹함은 곧 귀족들의 힘과 연결되면서 가문의 문장으로도 사용되기도 했어요. 기존까지는 사자, 독수리가 대표적이었는데 점차적으로 개가 귀족 가문의 문장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어요.
개:튜어 가문의 방패 휘장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그레이하운드와 붉은 용이 서로를 마주 보는 형태였어요. 개가 이제는 사자, 독수리, 용과 마주할 정도로 용맹한 동물로 인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개의 용맹함은 왕족과 귀족들에게 있어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었지요. 그들은 개의 용맹함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도 사용했습니다.
▶황제와 함께 나란히 있는 개. 권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다.
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냥을 할 수 있는 지위를 상징하죠. 당시에는 아무나 사냥을 할 수 없었거든요. 사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부를 가지고 있는 재력가라는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점차 개를 포함한 초상화들이 그려지기 시작했지요. 티치아노가 그린「카를 5세」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그림에서 등장하는 카를 5세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습니다. 황제의 초상화에 개가 함께 그려져 있다는 것은 개가 권위를 상징하고 있는 존재임을 잘 보여줍니다. 카를 5세는 이 초상화를 보고 매우 만족했다는 후문입니다.
개: 개가 용맹함을 넘어 부와 권위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의미가 확장되었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개들이 용맹함을 상징했나요?
물론이죠. 개가 인간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용맹하면서도 인간들에게 헌신을 다하는 존재였기 때문이에요. 개는 한번 신뢰 관계를 맺으면 배신하지 않죠. 인간들에게 있어 개는 신뢰할 수 있는 용맹한 친구였어요. 이러한 개와 인간의 신뢰 관계는 ‘충성’, ‘효’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 문화권이었어요. 이암이 그린 「모견도」를 보겠습니다.
▶서양과 다른 포근함이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개
냥:어미 개와 강아지들이 너무 귀엽게 표현되어 있네요. 그런데 이 그림이 어떻게 충성과 효를 상징하는 건가요?
이암은 조선 전기 왕족 출신의 화가로 알려져 있어요. 변상벽이 고양이 그림의 일인자였다면, 이암은 개 그림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지요. 너무 유명해서 일본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였어요. 조선에는 개를 유교의 덕목인 오륜(五倫)을 지키는 존재로 봤다고 해요. 개에게 있어 오륜은 주인에게 달려들지 않는다(군사유의), 새끼의 털은 아버지를 닮는다(부자유친), 한 마리가 짖으면 모두 짖는다(붕우유신), 짝짓기도 때가 있다(부부유별), 작은 것이 큰 것에 덤벼들지 않는다(장유유서)의 가치와 연결해서 해석한 것이죠.
개:우리나라는 유교 문화권이기 때문에 개의 여러 특성을 유교적 덕목으로 바꿔서 이해했군요. 흥미롭습니다. 그렇다면 충성을 상징하는 사례는 무엇이 있나요?
고려 후기 문신 최자가 엮은 시화집인 『보한집』에 오수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술을 먹고 자던 중 불이 났는데, 개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주인을 구했다는 이야기에요. 또 고려 마지막 왕 공양왕의 생명을 지켰던 삽살개에 대한 전설도 전해지고 있어요. 조선의 태조 이성계를 구한 검은 개 이야기도 있는데요. 자객들이 이성계를 죽이려 하자 검은 개 두 마리가 나타나 구해줬다는 거에요. 임진왜란이 발생할 때는 진돗개들이 짖어대면서 일본의 침략을 알려 신견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자신의 목숨을 바쳐 주인을 구한 사례가 너무 많아요. 우리 선조들은 개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석상을 세워준 경우도 있어요. 평안도 영변 곽태허라는 선비는 호랑이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개를 위해 의구총이라는 무덤까지 만들어 줄 정도였죠.
개: 역시 개들의 용맹함과 인간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개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군요. 특히 곽태허라는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개들을 위해 무덤까지 만들어 추모했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에요.
냥:개들을 사랑했던 조선인들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서양에서는 용맹함과 부의 상징 말고, 다른 의미로 개의 이미지를 사용한 사례는 없나요?
서양도 유사한 때도 있어요. 바로 부부간의 신뢰와 정절을 의미하는 아이콘으로 개를 사용한 거에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를 보겠습니다.
▶부부 사이에 있는 개는 어떤 의미일까?
개: 그림이 엄청 섬세하네요.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서약장면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에요. 신랑 조반니 니콜라오 아르놀피니는 이탈리아의 모피 거상이었는데, 당시 유명한 화가 얀 반 에이크에게 결혼식 서약장면을 그려달라고 한 거죠.
그림이 상당히 섬세해요. 그 당시의 최신 기법인 유화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샹들리에 바로 아래에는 ‘1434년, 나 얀 반 에이크가 여기에 있었노라’는 화가의 글이 쓰여 있어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부부 사이에 있는 브뤼셀 그리폰으로 보이는 벨기에 원산의 개가 보인다는 거예요. 개는 충성을 상징하며, 부부간의 신뢰와 정절을 의미했거든요. 그리폰은 ‘부부로서 성실하겠습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정절의 아이콘인 거죠.
개: 아무래도 결혼식에는 크고 용맹한 개보다는 브뤼셀 그리폰처럼 작은 개들이 더 어울리긴 하죠.
이것 말고도 흥미로운 그림이 하나 더 있어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요. 그림은 우르비노 공작의 주문으로 제작된 거예요. 그림을 자세히 보면 침대 위의 비너스 밑에 개가 보일 거예요.
▶침대 위에서 자는 강아지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냥:나체의 여인 발밑, 침대 끝에 스패니얼 종으로 보이는 개가 귀엽게 자고 있어요.
개: 이것도 마찬가지로 부부의 정절을 의미하는 것이군요.
소형견을 키우는 풍습은 15세기에 시작해서, 16세기에는 큰 유행이 되었어요. 그래서 이 당시 그림에 많이 보이죠. 일반적으로는 우르비노 공작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정절을 의미한다고 보는게 적합할 거예요. 집안에 보이는 혼수용 가구와 그림 속 나체 여인이 비너스가 그러한 의견을 뒷받침하죠. 비너스는 사랑의 여신이잖아요. 비너스 발밑에 자고 있는 개도 그리하기 때문에 정절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개: 용맹의 아이콘이었던 개가 이처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니 놀라워요. 권위, 신뢰, 효와 충성, 정절의 의미까지요. 그만큼 우리 개들이 인간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는 의미일 거예요. 또 사용된 의미들이 모두 긍정적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인 것 같고요.
개는 인간에게 있어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인간들이 역사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함께 해왔던 역사의 동료죠. 그만큼 과거-현재-미래를 함께하는 동반자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티치아노는 개를 가지고 하나의 훌륭한 그림을 그립니다. 바로 「신중함의 알레고리」에요. 알레고리는 은유를 의미해요. 그림을 보면 왼쪽부터 노인, 중년, 청년의 얼굴을 한 인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각각 연결되는 동물들이 나와요. 노인은 늑대, 중년은 사자, 청년은 개에 해당하죠. 노인은 과거의 경험과 기억, 노년의 지혜를 의미하죠. 중년의 남자는 현재의 힘 있는 행동, 청년의 개는 미래의 희망을 담고 있어요. 이 세 가지를 모두 기억하며 살아야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는 거예요.
▶개는 인간의 희망적인 미래를 상징한다.
개: 티치아노는 개의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까지 발견했었군요. 역시 대단한 화가는 다른 것 같아요.
냥: 다만, 미래를 희망차게 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실천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음도 기억해야겠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개에 관한 그림들을 봤어요. 인간들이 개에게 이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지켜줬던 수호자이기도 했기 때문이에요. 수호자로서 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