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의 오랜 친구, 세계를 함께 누비다
▶문은 열리기도, 닫히기도 한다. 인간의 운명처럼.
피렌체의 조각가이자 건축가, 로렌초 기베르티의 걸작 산 조반니 세례당의 북문입니다. 이 문은 총 10면에 구약성경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기베르티가 무려 27년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입니다(1424~1452). 미켈란젤로는 이 문을 보고 ‘천국의 문’이라는 별칭을 붙여줄 정도였죠. 원래 북문으로 제작되었는데, 너무 아름다워 동쪽 문으로 바꿔 달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개: 천국의 문이라는 이름이 딱 맞아 보여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문은 처음 본 것 같아요. 보통 문은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로 사용되잖아요. 실용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름답기까지 한 문은 처음 본 것 같아요.
냥:우리 고양이들이야, 조그마한 담벼락의 길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하지만 인간은 문이 있어야 건물로 들어갈 수 있지요. 건물에 있어 문은 필요한 존재잖아요. 그만큼 많이 노출된 곳이기도 하고. 그런데 굳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이렇게 화려하게 만들 이유가 있었나요?
흑사병 때문이었어요.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이 유럽 전역을 덮쳤어요. 흑사병은 나중에도 이야기하겠지만 유럽 인구의 1/3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대재앙이었죠. 이것은 이탈리아 피렌체에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거기다 피렌체는 대홍수가 나서 많은 건물이 무너지거나 재산 피해가 막심했어요. 당시 피렌체는 재앙 속에 도시인구의 60% 정도가 죽었다고 해요. 15세기를 앞둔 피렌체는 혼돈의 시기였죠. 이때, 피렌체인들은 희망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희망이 바로 산 조반니 세례당의 문이었던 것이죠. 피렌체인들이 화려한 청동 문을 보면서 다시 희망을 품고, 위기를 극복할 힘을 모았던 것이죠.
냥: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는 면들이 많네요. 생명을 위협받는 재앙 속에서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청동 문을 만들다니 말이에요.
개:나는 반대로 생각해요. 인간은 위기의 순간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개들이 인간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우리들의 따듯한 환대 하나로 인간들은 좌절의 순간에도 다시 일어나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보람이 있어요.
동감합니다. 인간의 예측할 수 없는 이런 행동들이 역사를 만들어나가죠. 피렌체인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무모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청동 문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은 결국 흑사병을 극복합니다. 도리어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삶을 개척해 나가죠. 그렇게 르네상스라고 하는 인간의 문화 전성시대가 도래합니다. 그래서 기베르티의 청동 문은 의미가 있는 것이죠.
냥:그런데, 그 많은 예술품 중에서, 왜 하필 문이었을까요? 더 크고 위대한 것을 만들면 좋았을 텐데요. 그 많은 것 중에 문을 화려하게 만든 것이 이해가 안 가네요.
문(門)은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원치 않는 것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시작점이에요. 산 조반니 세례당은 피렌체인에게 있어 첫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죠. 태어나면 이곳에서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인생의 첫 시작을 신에게 알리는 신고식을 하는 곳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신과 처음으로 만나는 이곳의 문을 통해 흑사병의 죽음을 극복하고 싶었던 것이죠. 문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담고자 했던 것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평소에 이런 문과 같은 역할을 했던 생명체가 바로 개입니다. 그래서 개들이 문을 지켰던 것이고요.
개:왜 우리 개들에게 문을 지키도록 한 것일까요?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개가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이죠. 나쁜 존재는 막고, 좋은 존재는 들여보낼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한 것이니깐요. 그런 면에서 개는 인간에게 있어 살아 있는 ‘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개는 죽어서 인간의 저승길을 함께 하거나 심판하는 존재였어요. 그리고 살아서는 인간을 지켜주는 수호자로서 활약했죠.
냥:생사를 함께 하는 것은 개라는 거군요. 그렇다면 개들은 어떻게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나요?
개들은 1만 5천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했죠. 그런데 인간이 함께 생활하던 시점은 빙하기였어요. 매우 추운 시기였죠. 이 시기를 함께 보내면서 인간과 개는 더욱더 끈끈한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빙하기는 1만 2천 년쯤 끝나는데요. 이 시기는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갈 시점이에요. 인간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합니다. 농사를 짓기 수월했기 때문이죠. 그때 함께 이동했던 존재들이 바로 개에요. 개는 인간과 함께 이동하면서 쉽게 먹거리를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예요. 개와 함께하면서 더 쉽게 사냥에 성공할 수 있었죠. 그렇게 인간과 개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태블릿에 있는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갈 당시 인간들의 이동 경로를 한번 보세요.
개:우리 개들은 인간과 함께 세계 곳곳을 다녔군요. 빙하기의 혹독한 시기도 함께 보내고, 따뜻한 곳을 찾아 정착한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우리 개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겠네요.
냥:궁금한게 하나 있어요. 우리 고양이들은 40여종 밖에 되지 않아요. 외모도 큰 차이가 없고요. 그런데 개들의 외모를 보면 늑대에서 나왔다고 보기에는 생김새와 크기가 너무 다양한 것 같아요. 어떤 이유가 있나요?
개:우리 개들은 고양이의 10배에 달하는 400여 종이 있어요. 그만큼 고양이보다 더 오랫동안 인간과 활하며 거주환경에 맞게 변화했죠. 그만큼 개들은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인간들과 공생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반면 고양이는 인간의 집에서도 살지만, 야생에서도 살죠. 우리 개들보다는 인간과의 관계가 끈끈하다고 보기 어렵죠.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개들에게는 분명 사냥의 역할이 컸다고 봐요. 하지만 신석기 시대 이후부터는 점차 사냥보다는 인간들의 재산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역할이 많이 요구되기도 했어요. 또 인간의 생활 환경에 맞게 품종도 점차 개량되었어요. 대표적인 경우가 말티즈라고 할 수 있죠.
말티즈는 작아요. 개들의 조상이었던 늑대의 몸길이가 무려 100cm 이상이었다면, 말티즈는 고작 25cm 내외에 불과해요. 몸무게는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나죠. 이렇게 달라진 것은 개의 역할에 따른 변화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변화의 차이를 알면 개들의 품종이 많은 이유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냥:크기가 작아졌다는 것은, 굳이 크기가 클 필요가 없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겠네요?
말티즈의 고향은 몰타로 알려져 있어요. 몰타는 지금이탈리아의 부속섬이에요. 그리고 이 섬은 이집트 지역과 가까워요. 말티즈는 아마 이집트에서 키우던 개였을 거에요. 이집트 고분에서 말티즈의 형태와 비슷한 조각상이 발견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이 말티즈를 페니키아인들이 배워 태워 같이 이동하게 되었어요.
개:페니키아인이라면 고양이들을 배에 태웠던 바다 사나이들 아니었나요? 고양이의 전파와 연관되었다고 했는데, 개도 마찬가지네요. 그렇다면 배 안에서 개의 역할이 있었다는 거군요.
말티즈의 작은 몸 사이즈는 배 안에서 돌아다니기에 매우 적합했습니다. 그리고 늑대의 본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배 안의 사냥감을 쉽게 잡기도 했었죠.
냥:설마 말티즈도 쥐를 사냥했던 건가요?
말티즈는 배 안의 쥐를 잡으며 페니키아인들의 사랑을 받았어요. 그러다 페니키아인들이 정박한 곳에 말티즈들이 교역품, 선물로 주면서 말티즈가 유럽 곳곳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죠. 페니키아인들은 또 다른 견종들도 유럽에 보급했어요. 바로 불도그의 조상 격이라 할 수 있는 마스티프의 개들이죠.
개: 페니키아인들은 대단하네요. 말티즈의 크기와 비교할 수 없이 큰 마스티프의 개들까지 배에 태워 항해했다니…. 마스티프 계열의 친구들은 뛰어난 사냥꾼들이에요. 투견으로 활약하는 친구들이 많죠. 제 친구 중에도 있어 보여드릴게요. 이렇게 생겼어요.
냥:말티즈와 마스티프는 완전히 다른 종 같이 생겼네요. 개는 정말 환경에 따라 다양한 품종으로 변화했군요.
페니키아인들은 원래 고향이 티베트로 추정되는 마스티프의 개들을 중동에서 받아 영국에 가지 전했다고 해요. 페니키아는 배가 갈 수 있는 지중해 연안의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각 지역의 개들을 운반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대단한 민족이에요.
개:페니키아인들을 보니 또 다른 바다 사나이들이 개를 세계 곳곳에 놔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바다 사나이들은 해적이기도 했어요. 해적 중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바이킹이에요. 바이킹은 유럽에서 맹위를 떨쳤던 전투민족이죠. 9세기에서 11세기 유럽을 공포로 지배했던 바다 사나이예요. 그들은 지금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에 거주했던 이들입니다. 그들은 영국,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비잔틴제국뿐 아니라 그린란드와 아메리카까지 진출해서 해적질과 무역을 겸했죠. 그들이 키웠던 개가 바로 보더 콜리라는 견종이에요. 이들이 영국에 침략하면서 보더 콜리는 영국의 양치기 개가 됩니다. 이들 말고도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해적들이 신대륙과 아프리카 지역에 많이 출몰했었어요. 그때도 많은 개가 카리브해와 마다가스카르섬에 정착해서 번식하게 됩니다.
개:카리브해와 마다가스카르섬에는 원래 개가 없었군요. 어떤 개들이 그곳에서 번식하게 되나요?
카리브해에는 하바니즈라는 견종이, 마다가스카르는 코토오 드 튈레아르라는 견종들이에요. 모두 소형견들이죠. 즉 그들 또한 제2, 제3의 말티즈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하바니즈의 경우 조상이 말티즈라는 이야기도 있기도 하고요. 어쨌든 이런 소형견들은 주로 배 안에서 쥐를 잡던 개들이었던 것이죠.
냥:바다 사나이들은 어디든 개와 고양이를 뿌리고 다녔네요. 그들 덕분에 세계가 고양이와 개들이 퍼지게 된 것이니 감사해야 한다고 해야 하나…. 또 다른 이유로 퍼져 나간 개들은 없나요?
바다에는 페니키아인과 해적들이 떠돌아다니며 이동했다면, 육지에는 집시가 대표적인 이동민족들이에요. 집시와 관련된 그림이에요.
▶떠돌아다니는 집시에게 모든 것이 집이자, 위험요소였다.
개:사자가 다가오고 있어요. 그런데 여인은 악기를 옆에 두고 잠을 자고 있네요. 야외에서 자는 것을 보니, 집시는 이동 생활을 했나 봐요.
그림은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여인」입니다. 집시의 자유로운 생활과 모습을 몽환적으로 그린 그림이에요. 집시의 기원에 대해서는 분분해요. 그중에 하나를 소개하면 소이집트에서 왔다고 해서 집시라고 불렸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서 이들을 ‘이집션’, ‘집션’, ‘집시’로도 불렸다고 해요. 집시는 복장과 생활 풍습이 유럽인들과 달라 많은 차별을 받기도 했어요. 항상 이동했기 때문에 마차 호위견이 따라 다녔는데요. 그 마차 호위견이 바로 달마티안이에요. 집시가 ‘소이집트’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이집트 벽화를 보면 달마티안과 유사한 모양의 물방울무늬의 개가 보인다고 합니다. 어쨌든 달마티안과 집시들은 그리스를 지나, 지금의 크로아티아 영토인 달마티아에 정착했어요. 그래서 그들이 함께 데리고 다닌 개가 달마티안이 된 것이죠.
냥:점박이 개였던 달마티안에게 그런 역사가 있었군요. 지금까지 개가 유럽, 신대륙으로 퍼져 나간 이야기를 잘 들었어요. 그럼 우리나라에는 어떻게 개들이 퍼져나갔나요?
물론 우리나라도 개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한 역사가 있어요. 신석기 시대 함경북도 서포항, 농포리 유적에서 개 머리의 조각품이 발견되기도 했죠.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요. 덕흥리 고분에 그려진 벽화를 보겠습니다.
견우와 직녀의 이별이 그려져 있는 벽화로 추정되는데요. 직녀 옆에 있는 개가 보일 거예요.
견우를 보내야 했던 직녀의 슬픔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 개가 있는 것 같아요.
▶개는 슬픈 마음의 위로자이기도 하다.
고구려 벽화에는 이 외에도 많은 개가 그려져 있어요. 각저총의 전실과 현실에도 개가 그려져 있고요. 안악 4호분 벽화에도 개가 그려져 있어요. 고구려는 대표적인 산악국가였어요. 산이 많은 만큼 전쟁을 통해 국력을 신장시켰죠. 아마 개들은 전쟁에도 많이 참여했을 거에요. 그리고 전쟁에서 돌아온 주인을 위로하기도 했을 거고요.
냥:고양이는 가야토기에서 발견했잖아요. 혹시 토기에서 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나요?
5세기경 신라의 토우에서 발견되었어요. 신라의 토우를 한번 보겠습니다. 보면 개가 토우가 초가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이 보일 거예요.
▶지붕 위에 올라간 개의 모습. 꼬리가 짧다.
개:그런데 개의 형태가 조금 특이하네요. 꼬리가 짧아요. 재패니즈 밥 테일 고양이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토우에 있는 개를 우리나라의 토종견 ‘동경이’로 보는 견해도 있어요. 동경이는 동경에 있는 개라는 의미에요. 여기서 동경(東京)은 고려 시대 신라의 옛 수도 경주를 부르는 말이에요. 동경이는 꼬리가 뭉툭한 모습이 특징적이죠. 우리 역사 책에는 이런 동경이에 대한 기록이 제법 많아요. 경주 주변에 사는 꼬리 짧은 개를 동경구(東京狗)라는 기록을 발견할 수 있어요. 특히 외형이 진돗개에 사슴처럼 꼬리가 짧아서 사슴 닮은 개라고 하기도 했다고 해요. 동경이는 댕갱이, 댕견, 동경개, 녹미구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삼국유사』에서도 동경이가 등장하는데요. 백제의 멸망을 예언해요. 들사슴처럼 꼬리가 짧은 개라고 쓰여 있는데요. 동경이의 모습과 흡사하죠.
냥:우리나라에 동경이라는 꼬리 짧은 개가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또 다른 개들은 없었나요?
이 그림을 보시겠어요? 조선 시대 작자 미상의「삽살개」입니다.
▶왕실의 수호견이었던 삽살개는 민족의 수호견이 되었다.
개:삽살개는 덩치가 매우 크고 털도 많은데요. 삽살개는 어디에서 유입된 개인가요?
신라 시대 티베트에서 온 개가 원형이라고 해요. 티베트에서 온 개는 원래 털이 길었는데, 점차 털이 우리나라의 기후에 맞게 짧아진 삽살개도 있었다고 해요. 삽살개의 이름 유래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개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요. 삽살개의 삽은 꽂음, 살은 액운을 의미하죠. 즉 삽살개는 액운을 쫓는 개라는 의미에요. 삽살개는 신라 시대 왕실에서 키우던 개였어요. 신성한 개로 대우받았기 때문에요. 하지만 신라가 멸망한 이후 경상도 지역 곳곳에 퍼져나갔고, 이후 우리나라의 토종개로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개:아쉽네요. 지금은 동경이나, 삽살개 모두 보기 어려워요. 대신 시골에 가면 진돗개가 많이 보여요. 진돗개는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나요?
진돗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개라고 할 수 있지요. 용맹하기도 해서, 많은 인간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원래 진돗개는 고려 때 몽골군의 개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태블릿 속 몽골제국의 지도를 한번 볼래요?
냥:영토가 엄청나게 크네요. 당시 유라시아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네요. 그런 몽골이 고려에 쳐들어왔을 때 군견으로 가져왔다는 거군요.
30여 년간을 고려는 몽골에 저항했어요. 하지만 항복하게 되었죠. 고려의 항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삼별초는 몽골군에 저항해요. 그리고 진도는 몽골에 저항했던 삼별초의 근거지가 있는 곳이죠. 이후 삼별초는 진도에서 제주도로 근거지를 옮기게 되는데요. 이 삼별초를 진압하기 위해 함께 왔던 몽골군의 개가 진돗개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요. 실제로 진돗개가 늑대와 유사하다고 하잖아요. 몽골에서는 늑대를 신성시했던 만큼, 늑대와 유사한 형태의 개들이 많았어요. 이외에도 고려와 교역했던 송나라의 무역선이 침몰할 때 배 안에 있던 개가 진도로 헤엄쳐 진돗개가 되었다는 설도 있고요. 어쨌든 진돗개는 고려 시대 우리나라에 와서 토착화된 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지에서 왔더라도, 우리 역사 속에서 함께 한 만큼 지금은 우리의 개로 사랑 받는게 마땅하겠죠.
개:그렇죠. 어디에서 왔든, 지금은 우리와 함께 사는 이웃이라고 생각해야죠. 우리나라에 동경이, 삽살개, 진돗개 들어온 과정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혹시 이 개들 말고 다른 개들에 관한 이야기는 없나요?
물론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사도세자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에요.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앞서 말한 동경이, 삽살개, 진돗개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개는 당시 중국을 지배하고 있던 청나라에서 선물로 보내준 개라고 해요. 사냥개의 일종인 라이카 계통, 보로조이종의 선조로 보고 있죠.
▶사도세자는 어떤 마음을 이 개를 그렸을까?
냥:확실히 그동안 봐온 우리나라 개들과 모양이 달라요. 균형 잡힌 몸매, 쭉 뻗은 다리, 긴 주둥아리와 꼬리까지. 모든 면에서 말이죠.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개들이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또 다양한 개들이 나라에 살았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여러 생명을 존중했던 우리 선조들의 마음씨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림은 이처럼 우리와 선조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감정의 타임머신 역할을 하기도 하죠.
개:인간들이 왜 그림을 그리고 감동을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지금까지 개들이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간 이유에 대해 알아봤어요. 그렇다면 우리 개들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