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랑한 만큼, 증오하다(3)

[#3. 고양이, 신에서 악마의 하수인으로]

by 도슨트 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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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두 남자 사이, 우리는 ‘이것’을 보게 된다.

개:부유해 보이는 두 사람이 보이네요. 뒤에는 지구본을 비롯한 여러 장식이 있어요.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무엇인가 그려져 있는 것 같아요.


해골입니다. 이 그림은 홀바인의 「대사들」이에요. 모피를 두르고 있는 남자는 영국 주재 프랑스 대사 장 드 댕트빌, 오른쪽 남자는 주교 조르주 드 셀브입니다. 두 사람의 배경이 된 책상 위에는 당시 신지식으로 여겨졌던 물건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그런데 그들 사이에 해골이 있죠. 이 해골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냥:신기한 그림이네요. 그런데 이렇게 멋진 그림 사이에 해골을 넣은 이유가 뭔가요?


각도에 따라 화가의 의도한 그림이 보이게 하는 기법을 ‘왜상’이라고 해요. 왜곡된 형태의 그림이란 뜻입니다. 서양 그림에서 해골은 의미가 있어요.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에서 나온 것이거든요. 「대사들」에서 왜상으로 해골을 넣은 것은 ‘누구에게나 죽음은 오니 교만하지 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죠.


개:두 명의 남자들을 그린 초상화인 줄 알았는데, 해골이 보이는 각도에서 갑자기 보이면 누구나 놀랄 것 같아요. 갑자기 해골이 보이면서 ‘죽음’을 생각해야 하니깐요.


맞습니다. 그냥 본다면 이 그림은 평범한 초상화에 불과합니다. 두 사람 뒤의 여러 신식문물을 보며, 섬세한 그림체에 감탄할 뿐이죠. 하지만 해골 왜상이 보이는 어느 순간,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아! 이 사람들도 죽는구나.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그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가져오는 존재가 매일 눈앞에 보인다면 여러분들은 어떨 것 같나요?


냥: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요. 눈앞에서 보이지 않기를 원할 것 같아요. 안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현재를 즐길 수 있으니깐요.


개:재앙을 물리치는 개처럼. 그러한 죽음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피할 수 있다면 부적도 걸어 놓을 것 같아요. 만약 그 죽음이 나이에 따른 자연사가 아닌, 자연재해, 질병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아요. 죽음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니깐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일곱 가지 대죄 연작 중 편안한 죽음」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화가입니다. 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줄 정도로 상상력이 뛰어났던 종교 화가였어요. 그가 그린 일곱 가지 대죄는 기독교에서 연옥으로 가는 죄에 관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정욕을 의미하죠. 그러한 죄들은 성사를 통해 용서받아야 했어요. 죽음 직전, 그림 속 남자는 성사를 받는 중입니다. 환자의 침대 위를 한번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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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천사와 악마 모두가 대동하는 자리에서 이뤄진다.


냥:해골처럼 생긴 사신이 환자를 찌르려고 하고 있어요. 침대 위에는 악마로 보이는 동물과 천사가 함께 있고요.


개:악마와 죽음의 사신이 환자를 연옥으로 끌고 가기 위해 기다리던 중 환자는 성사를 통해 구원받는다는 내용인 것 같아요.


침대 위에 있는 악마처럼 보이는 것이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를 악마처럼 그렸다는 것은 이 시대 사람들이 고양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냥:우리처럼 귀여운 외모를 가진 동물이 악마라니요. 이해할 수 없는 중세인들의 관점이네요. 그들은 우리 고양이들을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어떻게 우리가 악마가 되는 거죠? 원래 고양이는 이집트에서는 신이었잖아요. 쥐 사냥도 잘해서 인간들이 좋아했고요. 거기다 행운과 장수를 가져다주는 동물로 인식되었죠. 갑자기 악마라니 어이가 없네요.


이 시대는 흑사병이라는 유행병이 돌았어요. 전 유럽의 1/3에서 1/2의 인구가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었지요. 그 질병 앞에서 사람들은 무력해졌습니다. 자신들이 믿었던 종교도 질병 앞에서는 무기력했거든요. 이 당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흑사병이 무서웠는지 이런 풍의 그림들이 유행했다고 해요. 미카엘 볼게무트의 「죽음의 무도」입니다.


개:해골들이 춤을 추고 있네요. 그만큼 죽음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공포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해골들이 춤을 출 정도로 많은 인간이 죽어 나갔군요. 사회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았겠어요.


흑사병은 유행병이에요. 끝나지 않고 10년 주기로 다시 발생했다고 해요. 질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자 사람들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려 합니다. 하나는 인간에 대한 확신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르네상스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종교를 더욱더 믿으며 신앙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두 번째 유형의 인간들은 죽음을 가져오는 존재로 고양이를 지목합니다.


냥:왜 고양이를 지목한 거죠?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양의 습성 때문입니다. 고양이의 사냥 실력이 문제였어요. 고양이가 쥐를 잡는 모습이,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죽음 앞에서 자신들을 죽이려고 오는 사신들의 장난과 비슷해 보였죠. 사신처럼 자신을 가지고 논다고 본 것이죠. 두 번째는 고양이의 눈이었습니다. 빛에 따라 크기가 조절되는 고양이의 눈은 불길함으로 인식됩니다. 또 밤마다 우는 소리에 인간들은 공포감을 느끼며 고양이를 저주하기 시작합니다.

개:우리가 경멸의 대상이 되었던 것과 같네요.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이지만 인간들의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모든 것들을 다르게 보는군요. 앞서 이야기했던 ‘왜상’처럼 말이에요.


점차 고양이는 부정적인 존재가 됩니다. 무서운 흑사병이 주기적으로 지속 되면서,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화풀이하기 시작합니다. 흑사병은 이길 수 없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힘으로 제압할 수 있었거든요. 이 사회적 약자에 고양이도 엮이게 됩니다. 둘은 악마의 하수인으로 불리며 심한 핍박을 받게 되죠. 그렇게 고양이의 처지는 한순간에 악마의 하수인으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냥:결국 사회적 약자와 고양이는 흑사병의 희생양으로 지목되었다는 것이군요. 힘이 약한 존재들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이죠. 잔인하네요. 인간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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