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개, 경멸의 존재가 되다]
▶경멸은 한순간에 다가왔다.
중년의 남자가 젊은 여자에게 기대어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이 남자를 피하거나 손가락질을 하고 있어요.
개: 어떤 죄를 지은 것일까요? 사람들이 모두 피하고 혐오하는 것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남자의 눈이 감겨있어요. 눈이 보이지 않나 봐요.
그림 속 남자는 테베라는 도시국가의 영웅이었어요. 괴물 스핑크스로부터 테베를 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축복 속에 테베 여왕과 결혼을 하고 왕이 됩니다.
개:혹시 이 남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주인공 오이디푸스 아닌가요? 결국, 오이디푸스로 보이는 이 남자는 신의 저주를 받고 왕위에서 쫓겨나잖아요.
맞습니다. 이 그림은 샤를 프랑수아 잘라베르의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입니다. 오이디푸스가 다스리던 테베는 갑자기 유행병이 돌며 많은 사람이 죽습니다. 신탁 결과 오이디푸스가 병의 원인으로 밝혀져요. 자신의 친아버지를 죽였고, 친어머니와 결혼하여 자식까지 낳았기 때문이에요. 오이디푸스가 모르고 벌였던 일들이었지만 말이죠. 이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찌르고 왕위에서 내려옵니다. 그리고 방랑의 길을 걷게 되죠.
개:그리스 희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통해 한 번씩은 누구나 들었던 이야기네요.
오이디푸스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인식의 변화 때문입니다. 오이디푸스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들이 전해지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것이죠. 이러한 오이디푸스처럼 개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한때는 저승의 신으로서 추앙받았던 개는 로마 멸망 이후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오이디푸스처럼 말이죠.
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 살해와 근친상간의 죄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우리 개들은 어떤 잘못이 있다고 인간들이 혐오하게 된 것인가요?
▶기독교는 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혐오의 대상으로 봤다.
그림 속 예수는 채찍질을 당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몸 곳곳에는 상처가 가득하고,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네요. 그런데 예수를 때리는 이들은 웃고 있네요. 여기서 주목해서 볼 게 있어요. 그림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개의 모습입니다.
냥:지금까지 우리가 봐 왔던 귀여운 개의 모습이 아니에요. 뭔가 무섭고, 혐오스럽게 생겼어요. 개를 왜 이렇게 그린 걸까요? 또 예수가 채찍질 당하는 모습 속에 개를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됩니다. 그동안 차별받았던 기독교가 드디어 정식적인 종교로 인정받은 것이죠. 이후 로마 전체를 휩쓸며 세계 종교가 됩니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믿으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교리를 가지고 있었어요. 기독교는 팔레스타인의 작은 국가 이스라엘에서 기원한 종교에요. 그들은 『구약성경』을 경전으로 삼고 있었죠. 그런데 성경에는 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공격하고, 더러운 존재로 봤어요. 심지어 남성 창기를 비하하는 별칭으로도 사용될 정도였죠.
개: 성경에서 개를 그렇게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했던 이유가 있나요?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어요. 그 문명들은 개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었잖아요.
바로 그 부분 때문입니다. 성경을 쓴 이스라엘민족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어요. 근 사백 년 가까운 노예 생활을 통해 이집트를 증오했죠. 그리고 이집트에서 숭배하는 신들을 부정적으로 봤고요. 이스라엘민족은 신바빌로니아에 의해 멸망해요. 그리고 대략 70여 년간 ‘바빌론 유수’라고 해서, 신바빌로니아로 끌려간 적이 있어요. 그때도 마찬가지로 개를 숭배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모습을 봤죠. 그들에게 있어 개는 적들이 믿는 ‘신’이었던 것이죠.
개:그렇군요. 자신을 지배했던 국가와 민족이 섬긴 신이었기 때문에 부정적이었다는 것이군요.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개를 그렇게 나쁘게만 봤다는 게 아쉬워요.
이스라엘민족의 역사의식과 신앙이 반영된 『구약성경』을 받아들인 기독교는 부정적인 개 인식을 가졌습니다. 이슬람도 마찬가지예요. 이슬람도 『구약성경』을 자신의 정경에 포함해 『코란』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이슬람에서 개를 혐오했던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어요.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박해를 받아 도망 다닐 때, 개가 짖어 위험에 처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개의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됩니다. 심지어 개가 모스크에 들어오면 그날 예배는 무효가 될 정도였어요. 개를 의미하는 아랍어 칼프(Kalb)는 욕의 대명사가 됩니다. 반면 고양이는 매우 사랑받았다고 해요. 『코란』에 ‘고양이에게 제때 먹이를 주지 않고, 굵겨 죽이면 심판의 날에 그 고양이가 그대들을 할퀼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예요. 무함마드가 뱀에 물릴 뻔할 때, 고양이가 구해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냥: 무함마드도 고양이의 매력에 빠졌군요.
개:무함마드의 경험이 이슬람 세계에서 개를 부정적으로 만들었네요. 개는 당연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한 것 뿐인데요. 너무 억울하네요.
『구약성경』에 나오는 개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개를 혐오하기도 했지만, 역사적인 상황도 있었어요. 서로마 제국이 476년 게르만 민족에 의해 로마가 무너지면서 유럽은 혼란에 휩싸입니다. 로마가 이룩했던 발전된 문명이 붕괴하였죠. 이때 치안도 무너지게 되는데요. 로마 귀족들이 키웠던 사냥개들이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면서 마을을 습격하거나, 사람을 물기까지 했습니다.
냥:그림을 보니 몽둥이를 든 사람이 개를 때리고 있어요. 그리고 개에 물린 아이들과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아이에게 달려들어 보여요. 사람들이 와서 기도하고 있고요.
이 그림은 시모네 마르티니의 「개에게 공격당한 아이를 살리는 아고스티노 노벨로」라는 그림입니다. 아고스티노 노벨로라는 수도사가 검은 개에게 공격당하는 아이를 살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 그림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로마 멸망 후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하는 종교가 되면서 개의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고착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화가였습니다.
냥: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고양이를 매우 좋아했잖아요? 고양이 소묘도 많이 했었고요. 그런데 개는 싫어했네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스케치한 「개 소묘」입니다. 그는 고양이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의 소묘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해부학 연구를 위해서죠. 다만 고양이는 사랑으로 그렸다면, 개는 연구를 위해 그렸던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개를 연구의 대상으로 봤다.
다 빈치는 “개는 가난한 사람들을 싫어한다. 가난뱅이는 형편없는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반면 좋은 음식과 고기를 많이 먹는 부자들을 좋아한다.”라고 했습니다. 개들을 기회주의적인 동물로 본 거예요. 이것도 기독교에서 바라본 개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그대로 전해진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개에 대한 인식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점점 더 좋아졌어요. 사회가 점점 안정을 되찾아 갔기 때문입니다. 개는 다시 긍정적으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1789~1794) 때에는 천박함의 상징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이때는 로코코의 화려한 그림 풍이 유행는데요. 사치한 귀부인 무릎 위에 개들이 그려졌습니다. 프랑수아 부셰의 「퍼그의 목에 리본을 다는 소녀」가 대표적입니다.
▶사치의 상징으로 지목된 개
개:사냥용으로 키워졌던 개들은 15세기를 거치면서 점차 여러 품종들이 생겨났어요. 대표적인 개 중 하나가 푸들, 퍼그였어요. 푸들, 퍼그는 아기나 여인들의 무릎 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사이즈로 줄어들었죠. 자연스럽게 그러한 개들과 하층민이 키우는 개들의 품종에서도 많은 차이가 발생했을 거예요.
특히 이때는 개 무덤도 상당히 많이 만들어졌어요. 지금과 다를 바 없이 개를 사랑했던 문화가 있었던 거죠. 하지만 그러한 문화는 돈과 허세 가득한 귀족들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자연스럽게 개는 귀족들의 ‘천박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되기도 했어요.
개:인간은 변덕이 심한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는 그대로인데 말이죠. 그렇다면 동양에서는 어떠했나요? 효, 충성, 수호자로 여겼잖아요.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개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이었어요. 그러나 부정적으로 여기는 부분도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이 탑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 정림사지에 있는 정림사지 5층 석탑입니다. 백제 말기의 양식을 띄고 있어요. 탑의 1층면을 보면 ‘대당평백제국비명’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요. ‘당나라가 백제를 평정한 비석’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글귀는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새긴 것이라 전해집니다. 백제 멸망을 기념하며 쓴 것이죠. 백제는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했어요.
▶백제 멸망을 기억하는 정림사지 5층 석탑
개:동경이가 백제 멸망을 예언한 적도 있다고 앞서 말하기도 하셨어요.
백제가 멸망할 때 계백이 5천의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였어요. 하지만 결국 신라가 승리하고, 백제는 멸망의 길로 가게 됩니다.
냥:그런데 백제의 멸망과 개가 어떤 연관이 있다는 거죠?
백제 멸망 후 의자왕은 만나는 사람마다 ‘개세기(開世機)’를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즉 ‘나라를 다시 일으킨 인재’가 되라는 의미였죠. 이를 들은 신라는 이 말을 부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개새끼’라고 발음했고요. 백제 부흥의 운동을 무마시키고자 했던 신라의 부정적 전략이었던 것이죠. 그렇게 개새끼는 욕이 되어 지금도 전해졌다는 설도 있습니다.
냥:생각해보니 개에 관한 욕이 많네요. 그렇다면 개판 오 분 정도 같은 말인가요? 매우 혼란하고 시끄러울 때 개판 오 분 전이라고 하잖아요.
개: 그건 정말 오해입니다. 거기서 말하는 개는 동물 개가 아니에요. 바로 열 개(開)를 의미하죠.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늘어났지만, 배식이 제대로 되기 어려웠다고 해요. 그래서 솥뚜껑을 열기 5분 전이 되면 ‘개판 5분 전’이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배식 분위기는 매우 혼잡해졌고요.
어느 순간, 개는 욕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욕이 되는 시점입니다. 유럽과 우리나라 모두 나라가 혼란할 때였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유럽의 경우 로마가 무너지고 나서 치안이 부재한 상태였죠. 그때 인간들을 개들마저 적대시할 만큼 배타적인 상태였어요. ‘개새끼’, ‘개판 오 분 전’ 모두 혼란한 상황에서 나온 욕설들입니다. 어쩌면, 개와 고양이를 적대적으로 대할 때, 인간들의 삶도 힘들었던 것은 아닐까요?
냥:개와 고양이를 더 이상 사랑의 눈으로 보지 않고 대우하는 인간의 모습이 너무 슬프네요. 그리고 그런 순간은 인간의 삶이 최악이었을 때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우리 고양이들도 개 못지않게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