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고양이, 오해와 광기의 희생양(1)

[#1. 적의 친구는 더 나쁜 적]

by 도슨트 춘쌤

▶사랑이 지나치면 증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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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에는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수도원에서 오랫동안 충실한 쥐잡이였기 때문이죠. 초기 기독교에서는 도리어 고양이는 좋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존재가 부정적으로 바뀌게 된 것은 십자군 원정을 거치면서 12세기부터입니다. 이 그림을 한번 보겠습니다. 색채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뒤 흔들었던,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작품「분노한 메데이아」입니다.


개:여자가 칼을 들고 아이들을 위협하고 있는 건가요? 지키고 있는 장면인가요?


그림 속 주인공은 메데이아입니다. 그녀는 원래 콜키스 섬의 공주였습니다. 콜키스 섬에는 유명한 황금 양털 가죽이 있었죠. 이아손이라는 그리스의 영웅이 이 황금 양털을 가지러 원정대를 조직합니다. 그리고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황금 양털을 가져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이아손과 결혼해요. 이아손 사이에서 아들도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됩니다. 하지만 이아손은 배신합니다. 분노한 메데이아는 자기 아들을 죽이며 이아손에게 복수하죠.


냥:끔찍한 내용을 담은 그림이었군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이들을 안고 있는 모습에서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네요. 도리어 아이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자신의 자식마저 죽이려 하다니.


메데이아는 마녀였어요. 마법을 부려서 황금 양털을 훔칠 수 있었고, 자신의 친동생을 찢어 죽였으며, 남편의 새로운 아내 크레우사를 산채로 불태워 버리기도 했습니다.


냥:친자식과 동생을 죽일 정도면 마녀였다고 보는 것이 틀린 것도 아니겠어요. 그런데 왜 메데이아는 자신의 친아들을 죽인 건가요?


증오하는 남편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 그 존재가 바로 자기 아들이었어요. 그 아들을 죽임으로써 남편을 가장 괴롭게 만들겠다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이런 사고를 인간들은 제법 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바로 고양이었어요.


개:그렇다면 고양이를 증오했던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적이 고양이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군요.


그런 사례가 역사 속에 제법 있어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집트를 멸망시킬 때 페르시아의 전략을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고양이를 던져 이집트군을 무력화시켰잖아요. 폴 마리 루느아르의 「펠루시움을 포위 공격하는 캄비세스」를 보면 잘 나와 있습니다. 물론 이 그림은 상상해서 그린 것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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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를 계승했다고 주장했던 사산조페르시아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산조페르시아는 노골적으로 고양이를 사악하고 해로운 동물로 인식했어요. 사악한 영령에 의해 창조된 동물로 본 것이죠. 특히 검은 고양이는 사악 그 자체로 봤어요. 고양이 꿈을 꾸면 도둑맞는다고 여길 정도였죠. 호로스2세는 자신에게 거역했던 레이라는 도시를 파괴하면서 고양이를 모두 학살해 버릴 정도였어요. 그만큼 이집트와 대립했던 페르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고양이를 싫어했죠.


냥: 궁금한 게 있어요. 이슬람교는 개를 싫어하고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슬람은 페르시아와 이집트 지역을 모두 점령했어요. 하지만 이슬람은 고양이를 좋아했죠. 왜 페르시아의 전통을 따르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무함마드가 고양이를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무함마드는 자신이 키우는 무에자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자신의 팔에 무에자가 자고 있으면 옷을 찌어서 일어날 정도였어요. 심지어 무함마드가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어 남은 자국이 고양이 머리의 위의 줄무늬라고 할 정도죠. 13세기경 이집트의 술탄은 카이로에 고양이를 위한 세계 최초의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거기다 고양이들에게 연금까지 지급했죠. 이슬람교도들의 고양이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신앙의 일부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으니깐요. 그리고 이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인간들이 있었습니다.


개:유럽에서 온 기독교인들이군요. 기독교를 숭상했던 유럽인들이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서 이슬람을 믿는 지역으로 쳐들어 왔었잖아요.


기독교인에게 있어 고양이는 사실 두 얼굴을 가진 동물이었어요. 수도사들에게 있어 고양이는 매우 유용한 동물이었죠. 쥐들을 잡아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집트의 신이었으며, 이슬람에서 매우 사랑받는 동물이었습니다. 거기다 기독교가 확산하면서 고양이를 신으로 믿는 지역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였죠. 북유럽 지역에는 고양이가 사랑과 풍요를 상징하는 프리아 여신의 수레를 끄는 동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선택해야 했습니다. 고양이와 공존할 것인가, 박멸할 것인가. 결국, 메데이아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적의 친구는 더 나쁜 적’이었던 셈이죠.


냥:그렇게 고양이는 기독교인의 적이 되었네요. 동양에도 이런 사례가 있나요?


1914년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조선에 성홍열이 유행했어요. 이 질병은 일본이 가져온 질병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인은 조선에 고양이를 많이 키우고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조선인들은 일본인이 키우는 고양이를 죽이면, 일본인들이 병에 걸리고, 성홍열이 멀리 달아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양이가 죽어 나가죠. 이때 일본 순사에 잡힌 조선인만 일백여 명이 넘었다고 하니, 조선 내 고양이 대학살이라 볼 수 있어요. 이후 조선에 사는 일본인들은 고양이를 키우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개:고양이를 사랑했던 조선인들도 적에 대한 증오 앞에서는 이렇게 바뀌는군요. 일본인이 싫어 일본인이 키우는 고양이도 함께 죽인다니….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적의 친구는 더 나쁜 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네요.

냥:유럽으로 다시 돌아가 봐요. 유럽 속 고양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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