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고양이, 오해와 광기의 희생양(2)

검은색이 가져온 나비효과

by 도슨트 춘쌤

▶도발적인 그림 하나가 불어온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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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단을 뒤엎은 그림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였습니다. 이 그림은 당시 프랑스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분명, 티치아노의 「우리비노의 비너스」를 모티브로 했건만 의도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이 이 그림을 문제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림을 보겠습니다.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의 모습은 정숙한 비너스의 자세를 하고 있지만, 당시 창녀로 유명했던 실존 인물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녀의 목걸이와 머리의 꽃은 창녀를 상징했죠. 거기다 흑인은 제국주의 현실을 보여주었으며, 침대 위에는 검은 고양이가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며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습니다. 정절을 상징했던「우리비노의 비너스」와 완전히 다른 그림이었던 것이죠. 특히나 이 그림에서 ‘검은 고양이’를 보며 사람들은 불쾌했습니다.


냥:검은 고양이를 불쾌하게 생각했던 이유가 있나요? 아주 매력적인 친구들인데 말이에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중세부터 근대 초에 이르기까지 검은색은 부정적인 색이었습니다. 사실 검은색은 ‘무채색’에 속합니다. 색이 아니라는 거죠. 유럽인들은 검은색을 불길한 색으로 여겼습니다. 검정을 뜻하는 라틴어 ater은 ‘불안한 감정’을 의미했습니다. 또 검정은 유럽인들에게 있어 지옥이나 지하 세계와 연결되는 색이었습니다. 해가 지면 어두워져 세상은 검게 변했기 때문이에요. 어두워지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안해집니다. 제대로 앞을 보지도 못하고, 짐승들은 날뛰기 때문이죠. ‘불안’은 죽음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흑사병이 유행했던 중세인들은 죽음을 두려워했죠. 검은색은 죽음을 떠올리게 했던 만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검은색은 그렇게 공포와 죽음의 상징 악마와 연결되었죠. 사람이 잘 때, 악마가 활동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을 보겠습니다.


개:사람이 자고 있는데, 올빼미, 박쥐, 고양이들이 그려져 있어요. 모두 밤에 활동하는 동물들이에요.


이 그림은 돈 프란시스코 고야의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입니다. 모두 인간의 이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동물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고양이가 있어요. 고양이는 밤에 매우 활동적인 동물입니다. 울부짖으며 밤거리를 활보하죠. 밤마다 뛰어다녀 ‘우다다’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죠. 사람들에게 있어 울면서 뛰어 돌아다니는 고양이의 모습은 악마를 부르는 동물처럼 보였던 것이죠. 특히나 검은 고양이는 악마와 동실시 하여 박해를 받게 됩니다.


냥:불길한 검은색과 고양이의 습성이 부정적으로 여겨지면서 ‘검은 고양이’는 그야말로 저주의 상징이 된 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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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순간 악마들이 깨어난다.


결정적으로 고양이를 악마의 하수인으로 만든 교회의 입장이 발표됩니다. 당시 유럽을 지배했던 기독교는 부패했습니다. 교회의 정화와 관련해서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고, 그 결과 다양한 종파들이 생겨났죠. 이러한 분위기에 위기감을 느낀 교황과 교회는 ‘이단 탄압’을 명령합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는 1233년에 고양이를 악마의 화신이라고 발표합니다. 악마의 반은 고양이, 반은 사람의 모습으로 다닌다는 것이죠(라마 교서). 공식적으로도 고양이는 악마의 하수인이 된 것입니다.


냥: 너무 서글프네요. 그레고리우스 1세의 무릎 위에서 사랑을 받던 고양이가, 같은 이름의 그레고리우스 9세에 의해 악마로 규정되었다니 말이에요.


고양이를 악마로 규정한 것은 기독교인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한 분위기 전환용에 불과했습니다. 이 악마화 된 고양이의 이미지를 교황과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는 이들과 연결해 처결하는데 사용한 것이죠. 그림을 하나 보겠습니다.


개:뿔을 한 반인반수의 생물체가 고양이를 앞에 두고 인간들에게 속삭이고 있어요.


그림은 장 탱토르의 『사탄 숭배 집회의 죄악에 대하여』라는 책 속 장식화 중 하나입니다. 뿔이 난 악마는 악마 숭배자들에게 고양이의 엉덩이에 입을 맞추라고 말하는 장면이에요. 고양이가 악마의 하수인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고양이가 악마의 하수인이라는 이야기는 곳곳에 퍼져 나갑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우연히’도 교황과 교회를 비판하는 세력들이 숭배하는 대상으로 알려집니다. 독일을 근거지로 했던 카타르파(Kathars)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순결파라고 불렀죠. 하지만 교회는 그들을 케처(ketzer)라고 불렀습니다. 발음상 유사한 카체(katze)와 유사하게 들리도록 말입니다. 카체는 고양이를 뜻하거든요. 점차 ‘이단’은 ‘고양이’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레고리우스 9세가 만든 종교재판소에 넘겨져 고문을 받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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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말도 안 되는 말장난에 인간들이 속아 넘어갔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네요.


중요한 것은 흔들렸던 교회가 이단 처벌을 통해 권력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죠. 교회를 신뢰하지 않았던 사람도 이단이 되지 않기 위해 교회에 순종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1484년 교황 이노켄티우스 8세는 고양이가 악마와 계약을 맺은 이교도 동물이라고 선언합니다. 이슬람교들이 주로 검은색을 입고 있으므로, 검은 고양이는 이교도의 동물이라는 논리였어요.


개:무섭네요. 한번 고양이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나서부터는 사회 전반적으로 고양이를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확산 된 것 같아요.


고양이의 도움을 톡톡하게 받았던 수도회의 수도사들도 태도를 바꿉니다. 14세기 초 도미니크 수도회의 수도사 아르놀드 드 리에주는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악마가 인간을 가지고 노는 모습과 유사하다며 고양이를 부정한 동물로 규정합니다.


냥:고양이의 은혜를 모르는 수도사들 같으니라고…. 고양이가 없으면 쥐를 잡을 수 없잖아요. 그러면 인간들은 큰 피해를 받을 텐데 말이에요.


고양이는 악마의 하수인으로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박해했고, 고양이들은 사람들에게서 떠나갑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쥐가 늘어나게 되었죠. 쥐가 늘어나면서 14세기 이후 흑사병이 창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흑사병의 원인으로 쥐가 아니라 고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양이가 내쉬는 숨이 흑사병이며, 고양이의 눈물은 물을 오염케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였어요. 고양이가 사라진 유럽은 그야말로 참혹했습니다. 흑사병이 창궐해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이죠. 그리고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은 고양이를 박해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냥:당연한 결과죠.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어이가 없을 정도예요. 그 상황에서 인간들은 고양이의 소중함을 알았을 것 같아요.


인간은 때로, 광기에 휩싸일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하기보다는, 잘못된 행동을 더 맹목적으로 하는 것이죠. 이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이어요. 흑사병이 창궐하고, 신앙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교회와 남자들은 여성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합니다. 고양이와 함께 말입니다. 여성들이 지목되었던 이유는 힘이 없었고 고양이와 비교적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손수건으로 고양이에게 흔들었다는 이유로 마녀가 됩니다. 악마를 소환하려 했다는 혐의였죠. 그런 식으로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은 마녀로 지목되어 화형을 당했습니다. 1550년에서 1650년까지는 마녀사냥의 시대자 광기의 시대였습니다. 무려 50만 명의 희생자들이 생겨날 정도였죠. 그림을 하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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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였던 여성과 고양이는 악마의 하수인으로 지목되었다.


개:발가벗은 여자들과 고양이가 보여요. 고양이는 무엇을 읽고 있고요. 썩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닌 것 같아요.


옷을 벗은 여자들은 음란을 상징해요. 기독교 사회에서 누드는 원죄를 의미하거든요. 그리고 그녀들이 마녀라는 증거로 솥단지에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어요. 마녀 옆에는 고양이가 주문으로 가득 차 있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한스 발둥 그린의 「악마의 연회」입니다. 마녀와 함께 있는 고양이의 그림은 이후에도 제법 많이 그려집니다. 아래 그림도 마찬가지로 마녀와 함께 잇는 고양이를 그린 그림입니다. 17세기에 그려진「마녀의 친구인 고양이」에요.


개: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을 악마의 하수인으로 인식된 고양이와 함께 엮어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마녀사냥은 유럽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이 되면 위험에 빠졌죠. 여성을 뜻하는 ‘feminine’단어 자체가 여성에 대한 당시의 인식을 잘 보여줍니다. 신앙(fidelity)이 부족한(minus)존재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신앙이 부족하니 악마의 꾀임에 잘 빠졌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리고 고양이를 친근하게 대했던 여성, 특히 노파나 과부들이 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은 매우 슬픈 일이에요. 또 여기서 주목할 게 있어요. 슬픔의 전시실에서 보여주는 그림들은 대부분 삽화, 판화가 많아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손쉽게 정보가 생산되었다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러한 정보 중에서 잘못된 정보들이 생산되면서 마녀사냥을 부추긴 것은 아닐까요?


냥:마녀사냥 속에서 죽어간 여성들이 불쌍해요. 우리 고양이들도 마녀사냥 속에서 조용히 넘어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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