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놀이의 대상으로 전락하다]
▶닥스훈트의 긴 허리와 짧은 다리가 인상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림은 피카소의 「닥스훈트」입니다. 피카소는 자신이 키우는 닥스훈트 럼프를 매우 사랑했다고 해요. 피카소의 닥스훈트 그림을 한 번 보겠습니다.
개:닥스훈트의 핵심적인 포인트를 잘 담았어요. 긴 허리와 짧은 다리가 포인트죠.
허리가 길고 귀여운 모습에 많은 화가가 사랑했죠.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가 대표적이에요. 그런데 이 닥스훈트의 긴 허리에는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닥스훈트는 원래 사냥개였어요. 닥스는 오소리(der Dachs)를 뜻하거든요. 오소리를 사냥하는 개라는 의미죠. 닥스훈트는 원래 지금보다 다리가 훨씬 더 길었어요. 몸통은 지금의 2/3 정도였고요. 하지만 인간의 욕심에 의해 점차 변형되어, 지금의 형태가 되었죠.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아야 오소리 사냥을 더 잘할 수 있으니깐요. 이후 닥스훈트는 허리가 너무 길고 다리가 짧아 하중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많은 질병을 안고 살게 됩니다.
개:닥스훈트는 항상 허리 아파해요. 그래서 지금은 아예 사냥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죠. 인간은 자신들이 놀기 위해 닥스훈트처럼 많은 개를 인위적으로 유전을 변형한 것이죠.
냥:닥스훈트의 긴 허리가 인간의 욕심에 의해 변형된 것이군요. 그것도 사냥을 위해서 말이에요. 그런데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 않나요? 인간은 사냥해야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닥스훈트를 계속해서 개량했던 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거든요. 역사가 발전하면서 사냥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활동이 아니었어요. 점차 사냥은 단순한 놀이가 되었거든요. 특히 영국에서는 사냥을 귀족들의 놀이로 생각했죠. 앞서 말했듯이 개는 권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습니다. 그 뒷면에는 많은 개들이 인간의 권위를 보여주거나 놀기 위해 개량되었고, 유전적 결함을 가진 개들이 많이 생겨났죠.
개:닥스훈트는 사실 중형견이에요. 그런데 인간의 욕심으로 소형견이 되었죠. 인간들은 집에서 닥스훈트를 키우며, 활발한 성격을 비난하기도 했어요. 그들은 원래 타고난 사냥꾼인데, 집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거기다 신체는 사냥하기에 부적합한 몸으로 변해버렸고요.
닥스훈트뿐 아니라 많은 개들이 개량되거나 인간의 놀이를 위해 사육되었죠. 대표적인 놀이가 개 경주에요.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휘해야만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죠. 인간은 개들의 빠른 속도를 보며 희열을 느꼈지만, 개들은 인간의 욕망에 맞춰 자신의 속도를 높여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유전적 개량이 따를 수밖에 없었고요. 평소에는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개집에 갇혀 지내야 했어요.
개:개 경주는 주로 탁월한 사냥꾼 출신의 그레이하운드가 많이 해요. 제가 그들에게 듣기로는 하루 22시간 90cm 남짓한 상자에 갇혀 지낸다고 해요. 갇혀있으니 많은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요. 암컷은 근육 증강제를 맞아 월경이 중단되기도 할 정도라고 해요. 진통제는 수도 없이 맞고요.
영국의 경우 매년 1만 마리 이상의 경주견들이 처분됩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에요. 자신의 모든 목숨을 바쳐 뛰었던 결과가 결국 죽는 거죠. 개 경주도 상당히 개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경기지만, 더 잔혹한 놀이가 있어요. 바로 개싸움이에요. 개싸움을 위해 전문적인 투견(鬪犬)들이 양성되고 있습니다. 프란스 스네이데르스는 이러한 투견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17세기 화가였던 그는 사냥과 짐승들의 싸움 묘사에 매우 능했습니다. 그의 그림「숲에서 싸우는 개들」의 일부 장면을 보겠습니다.
냥:치열하게 싸우고 있네요. 개들에 목줄이 있는 거로 봐서는 모두 야생 개가 아니에요. 그런데도 개들이 싸우는 이유는 뭘까요?
▶인간의 욕심에 의해 동족과 싸워야 했던 투견
인간들은 개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며 즐겼어요. 도사견, 핏불테리어, 마스티프 등이 대표적인 투견들로 사용된 종이었죠. 그들은 인간의 욕망 때문에 싸우기에 적합하도록 개량되고, 죽도록 싸웠으며, 비참하게 죽어갔죠. 투견의 역사는 꽤 깁니다. 로마 시대에는 콜로세움에서 오락용으로 투견을 사용했죠. 개들끼리의 싸움에서도 투견을 쓰기도 했지만, 검투사와 개싸움도 즐겼다고 합니다. 중세시대 영국은 그야말로 ‘불도그 국가’로 불릴 정도로 투견이 유행했던 곳입니다. 에드워드 참회왕이나 엘리자베스 1세는 왕실에서 투견을 지원할 정도였죠. 다행스럽게도 유럽에서는 영국의 동물보호법이 제정되면서 투견이 불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투견이 이뤄지고 있어요. 일본의 도사견은 오직 싸우기 위해 개량된 존재가 되어 가고 있어요. 일본에서도 빨리 투견이 사라지길 바랄 뿐입니다. 조선 시대 그려진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투견도」입니다. 투견장에서의 용맹함과는 다른 매우 지친 모습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싸워야 하는 투견의 애처로움과 지침이 담긴 그림이죠.
▶투견에게 죽음만이 평안한 안식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일까?
냥: 김홍도는 「투견도」를 통해 투견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투견장에서 싸우다 지친 야윈 개의 표정이 안쓰러워요.
개: 인간의 잔인함은 정말 끝이 없네요. 인간들은 사냥, 개 경주, 개싸움을 통해 자신들의 야만적 본성을 드러내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냥: 우리 고양이들이 축제에서 대학살을 당했듯, 개들도 축제에서 많이 죽었을 것 같아요.
개: 축제에서 인간들은 개를 철저하게 놀잇거리로 삼기도 했죠. 그림은 일본 에도막부 말기의 화가 토요하라 치카노부의 목판 인쇄 삼부작 중 하나인「치요다 성」의 일부입니다. 그림 속 개는 화살을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 주변에도 많은 화살을 든 무인들이 보입니다. 이것은 개사냥을 놀이로 만든 일본의 이누오우모노 놀이(犬追物)라고 합니다. 가마쿠라 막부 시절부터 전래된 일본의 귀족 놀이였습니다. 12명씩 한 조가 되어 150여 마리의 개를 풀어 활을 쏴 맞추는 놀이였으며, 군사훈련을 위한 목적도 겸했다고 합니다. 이 놀이는 사실상 개 학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양인들의 항의에 1891년에 폐지되었습니다.
▶인간들의 놀이에 희생되는 개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할까?
개: 그 많은 화살을 맞으며 개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마음이 아프네요.
유럽도 개를 축제할 때 죽이기도 했습니다. 정화의 월요일이라고 해서 부활절 시작을 앞두고 금식에 들어가는 사순절 시작일에 의식이 거행됩니다. 두 기둥 사이에 개를 던지며 학대하는 행사였죠. 이 행사는 비교적 최근 헝가리와 불가리아에서 계속되었고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축제는 인간의 광기를 합법적으로 드러내는 순간이었습니다. 또 축제 기간도 정해져 있었죠. 그러나 전쟁은 달랐습니다. 광기의 한도는 없었고,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죠. 인간의 광기 속에 개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