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호자, 살해당하다]
▶인신 공양의 순간, 이삭은 구원을 받았다. 하지만 양의 운명은?
개:멋진 청동 부조네요. 나이든 남자가 젊은 사람을 죽이려 하고 있어요. 그런데, 천사가 나타나서 그 남자의 손을 잡았어요. 젊은 남자는 덕분에 살 수 있겠네요.
뛰어난 조각가이자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의 작품이에요. 흑사병을 극복하기 위해 피렌체에서 세례당 문을 의뢰한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 브루넬레스키가 제출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구약 성경』 속 아브라함이 이식을 하나님의 명으로 바치는 장면을 소재로 제작한 것이죠. 이 작품에서 주목할 것은 양과 이삭입니다.
냥:늙은 남자가 아브라함, 젊은 남자가 이삭이군요. 이야기는 알고 있어요. 하나님의 명령으로 아브라함이 노년에 낳은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했잖아요. 아브라함의 믿음을 본 하나님이 이삭의 희생을 막고, 대신 희생제물로 양을 주었다는 내용이지요.
아브라함에게 있어 이삭은 매우 소중한 아들이었어요. 『구약성경』에 따르면 아브라함이 무려 백 세 때에 낳은 아들이자 정통성 있는 후계자이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아브라함은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했어요. 그만큼 신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던 것이죠. 아브라함처럼 인간은 자신이 가진 가장 중요한 것을 신에게 제물(祭物)로 바쳤습니다. 그리고 그것 중 하나가 개였죠.
개: 이해가 안 가요. 개는 인간에게 있어 수호자로 인식되었잖아요. 그런데 제물로 바쳐졌다니 말이에요.
개는 이집트에서 저승의 신으로 받들어 졌다고 이야기했었죠. 마찬가지로 개는 저승세계와 현재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개는 제물이 되었던 것이죠. 그리스인들은 개가 죽은자의 영혼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림 하나를 보겠습니다.
▶용맹한 이들도 죽음 앞에 섰을 때 개를 찾았다.
신고전주의 화가였던 자크 루이 다비드의 『테르모필레 전투의 레오니다스』입니다.
개: 용맹해 보여요. 건강한 몸에 사기가 잔뜩 올라간 표정들이에요. 전쟁을 앞두고 승리를 예감한 듯한 모습들이고요.
다비드는 역사화를 잘 그렸는데요. 이 그림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영화 300의 배경이 되었던 테르모필레 전투를 다루고 있죠.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왕은 그리스를 침략합니다.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은 스파르타의 정예병 300과 여러 지역에서 온 그리스 병사들과 힘을 합쳐 페르시아 군대를 막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전사하죠. 레오니다스와 스파르타 병사들의 헌신 덕분에 시간을 번 아테네는 살라미스 전투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냥:스파르트의 군사들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적군을 막을 정도로 용맹했군요.
스파르타는 군국주의로 유명한 병영국가입니다. 스파르타 인은 전장에서 죽는 것을 가장 큰 영예로 여겼죠. 그들에게는 개를 제물로 삶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거나, 장례를 치를 때 말입니다. 전쟁은 많은 이들의 죽음을 동반합니다. 실제로 1937년에 그리스의 한 우물에서 수백 구의 시신과 함께 100여 구의 개 뼈가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개들은 인간들의 제물로써 사용되었습니다.
개: 굳이 개까지 죽여서 함께 묻어버려야 했을까요. 개도 생명이 있는데 말이죠. 개에게 물어보고 하는 행동이 아니잖아요.
슬프지만, 이런 제물로 사용된 개들은 이집트에서도 있었습니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죽으면 함께 사냥했던 개들도 같이 순장해 버리는 것이죠. 아메리카 대륙의 아스테카 문명에서도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사슴사냥에 사용했던 개를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순장했습니다.
개: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네요. 살아서는 사냥에 써먹고, 죽어서는 파라오의 무덤에 산채로 묻어 버리다니 말이에요. 개를 신으로 섬겼던 이집트에서 이 정도였다면, 다른 지역에서는 더 심했을 것 같아요.
개를 제물로 바쳤던 역사는 계속됩니다. 로마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어요. 250년에서 280년경으로 추정되는 영국지역의 한 우물에서 개 8마리의 유골이 발견되었어요. 제사의 제물로 사용된 것이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개가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개를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기도 했습니다.
냥: 개가 어떤 역할을 하지 못했으면 십자가 형벌을 가할 정도였나요?
기원전 387년, 로마의 수도가 함락됩니다. 로마를 함락시킨 이들은 갈리아인들이었어요. 그들은 로마의 성벽을 넘었고, 로마를 순식간에 함락했죠. 로마인들은 최후의 결전을 대비하며 캄피톨리오 언덕의 헤라여신 신전으로 대피했어요. 개들과 함께 말이죠. 밤이 되자, 갈리아인들은 야습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개들은 짖지 않고 잠만 잤다고 해요. 대신 신전의 거위들이 소리를 질렀고, 잠에서 깨어난 로마인들이 갈리아인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
개:전쟁에서 패한 로마인의 잘못이 먼저 아닌가요. 개들이 짖지 않은 것 때문에 십자가 형벌을 개들에게 줬다니 너무해요. 서양은 이렇게 개를 제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동양은 좀 달랐겠죠? 아무래도 재앙을 막아내는 12방 위신 중 한 명이었잖아요.
안타깝지만 동양도 마찬가지였어요. 중국의 경우 춘추전국시대 중산국 착왕의 능에서 개 유골이 출토되었는데, 순장으로 보입니다. 또 청나라의 황제들이 죽으면 키우던 개를 같이 순장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함풍제의 경우 궁에서 키우던 개(페키니즈)가 적군에 넘어가지 않게 하려고 도망가면서 학살한 적도 있고요. 최근에도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개를 키우는 것이 부르주아의 생활 태도라며, 개를 대량 학살한 적도 있었습니다.
개: 도망가면서 자신이 키우던 개를 학살하다니…. 개는 자신을 지켜줬는데 말이에요.
개는 지금도 제물로 사용되고 있어요. 동물실험에서 말이죠. 대표적인 견종이 비글이에요. 비글은 14세기 영국인들이 개량한 사냥개예요. 원래는 여우를 사냥에 적합했다고 해요. 인내심이 워낙 강하고 체력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동물실험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약 3000마리의 비글들이 한 해 실험에 사용되기 위해 수입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여전히 많은 개가 동물실험으로 죽어가고 있어요. 사료 회사 이암스의 경우 개 허벅지 살을 잘라 근육 덩어리 테스트를 하기도 했을 정도죠.
개:비글은 상당히 활기차고, 사교성이 좋은 친구예요. 그 친구의 성격 때문에 동물실험의 주된 실험대상으로 전락했다니 너무 충격적이에요.
인간은 개를 우주실험에도 개를 사용했어요. 1957년 10월 4일, 소련에서는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합니다. 최초의 인공위성이죠. 그리고 곧 11월 3일에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하는데요. 여기에는 모스크바 거리를 떠돌던 유기견 라이카를 탑승시킵니다. 라이카의 이름은 ‘짖는 개’라는 의미죠. 라이카도 자신의 운명을 알았던 것이던 것일까요. 라이카가 탔던 인공위성은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지 않았습니다. 원래부터 돌아오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었으니깐요. 다음에는 무려 9마리의 유기견들이 인공위성에 태워져 우주실험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인간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순간에, 개들을 희생제물로 바쳤던 것이죠.
냥: 개들의 삶이 너무 슬퍼요. 우리 고양이들 보다 개들이 인간에게 더 살갑게 굴잖아요. 그런데 이런 대우를 받았다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개는 제물을 넘어 음식으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동아시아에는 유교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데요. 유교에서는 제사를 지냅니다. 이때 개를 제사용품으로 사용하도록 했어요. 돼지고기보다 고급음식으로 여겼기 때문이에요. 또 집과 성곽을 축성할 때 근처에 개를 같이 묻었다고 해요. 이것은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재앙을 막기 위해서였던 것이죠. 다행스럽게도 개를 순장했던 풍습은 점차 짚신이나 토기로 대체됩니다. 개고기 섭취도 마찬가지였어요. 6~7세경 도교가 확산하면서 개고기 섭취는 금지되었죠. 청나라의 경우 누르하치는 아예 개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개를 보호하기도 했습니다.
냥:중국에서는 점차 개를 식용이나 순장으로 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군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했나요?
그림은 조선통신사 행렬을 담은 모습입니다. 조선은 1404년(태종 4)부터 1811년(순조 11)까지 수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에 사신을 보냈습니다. 이것을 조선통신사라고 하죠. 이때 조선통신사의 규모는 대략 300~500명가량의 조선인이 파견되었습니다. 워낙 대규모의 인원들이 일본으로 갔기 때문에, 일본은 이들을 대접하기에 정신없었다고 해요. 그런데 일본인들이 반드시 조선인에게 대접하는 음식이 있었는데요. 그것이 바로 개고기입니다. 일본의 가마가리 주민들은 개고기를 대접하기 위해 개를 대량으로 사육할 정도였다고 해요.
개:조선마저 그랬다니 뭔가 배신감이 느껴져요.
고려 시대는 불교가 유행했기 때문에, 개고기를 잘 먹지 않았어요. 하지만 고려 말기 원나라의 영향으로 고기를 먹는 풍습이 확산되었죠. 몽골은 우리나라의 개를 징발해가기도 했었죠. 이후 조선에서는 제법 개고기가 뇌물로 사용될 정도로 유행했던 것 같아요. 중종실록에 보면 이팽수라는 자가 김안로라는 권신에게 뇌물을 바쳤는데, 거기에 개고기가 들어갔을 정도거든요. 개고기에 대한 수효가 생기자 요리법도 다양해 졌다고 합니다.
개:신에서 수호자로, 수호자에서 제물로, 제물에서 음식물로 점차 떨어져 가는 개의 모습이 너무 서글퍼요.
그림은 우리나라 공성훈 화가의 작품 「개」입니다.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밥을 먹고 있는 개의 모습이 처량해 보입니다. 화가가 사는 동네 근처에 식용견들을 사육하는 공장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를 보면 더 씁쓸함이 배가 됩니다. 흡사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 개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걱정도 되고요.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개의 운명은 알 수 없다.
냥:고양이, 개 모두 슬픈 과거가 있네요. 혹시 핫도그도 개로 만든 음식이 기원인가요?
개:핫도그는 개고기가 아니에요. 그건 제가 알고 있어요. 핫도그는 19세기 미국으로 온 독일 이민자에서 출발했어요. 소시지는 원래 독일 음식이잖아요. 당시 미국은 골드러시로 많은 유럽인이 몰려들었거든요. 핫도그는 원래 닥스훈트 샌드위치라고 불렸어요. 긴 소시지가 닥스훈트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닥스훈트 샌드위치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야구 경기장에서 많이 팔렸다고 해요. 이후 미국인들이 편하게 불러서 핫도그라고 부르게 된 거죠.
냥:핫도그가 닥스훈트 샌드위치에서 기원한 거였군요. 그러면 닥스훈트 샌드위치의 어원은 어떻게 된 건가요?
개:닥스훈트 샌드위치는 닥스훈트처럼 소시지가 길어 보이잖아요. 정육점 주인이 닥스훈트를 키웠는데, 사람들이 귀여워하여 샌드위치를 길게 만들었다고 해요.
냥: 닥스훈트의 긴 허리가 음식의 모양과 닮았어요. 핫도그는 개로 만든 음식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닥스훈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닥스훈트가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슬픔의 전시실에 있는 개 그림을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