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개, 도구로 전락하다(3)

[#3. 전쟁의 도구가 되다]

by 도슨트 춘쌤

▶인간의 광기는 동족인 인간에게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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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은 우리에게 있어 매우 기억하기 싫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해입니다. 한국전쟁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직접 전투에 참여했던 군인들은 양측을 합쳐 대략 100여만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죠. 하지만 더 큰 피해는 민간인들이 입었습니다. 민간인들은 무려 200만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거기다 천만 이상의 이산가족이 생기면서 이 전쟁은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습니다. 피카소는 비극적인 한국전쟁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바로 「한국에서의 학살」입니다.

개: 그림 속에서 군인으로 보이는 무장한 이들이 비무장의 여인과 아이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어요. 인간은 자신의 종족을 대량으로 죽이는 지구상 유일한 종족일 거예요.


피카소는 한국전쟁의 비극, 특히 양민들이 학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당시 황해도 신천 군에서 약 3만 5천여 명의 민간인들이 학살당하는 사건이 있었거든요. 인간은 전쟁에서 무자비해집니다. 경제, 정치, 종교, 이념 등 온갖 이유를 들먹이며 전쟁의 정당성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전쟁은 모두를 공멸로 몰아가는 살인행위에 불가하죠. 전쟁은 인간들의 광기가 만든 최악의 순간이라 할 수 있어요. 그 광기의 순간, 개들도 인간의 전쟁 도구로 사용됩니다.


냥: 인간들의 전쟁에 개를 끌어들인 이유가 뭔가요? 인간은 개에게 없는 칼과 활, 총 등 다양한 무기들이 있잖아요. 굳이 개를 전쟁 도구로 사용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개의 뛰어난 후각과 날카로운 발톱, 영리한 두뇌는 전쟁에서 매우 요긴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역사 속 오랫동안 이뤄졌던 일이기도 합니다. 아시리아 수도 니네베 테라코타 유물에는 군인들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는 개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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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전쟁에 쏟아부었다. 개마저도….


개:개들의 모습을 봤을 때 마스티프 계열의 개들로 보여요. 이 개들은 매우 뛰어난 힘을 가진 개들이죠. 주로 목축업에서 활동했고요.


전쟁터에서 사용된 경비견의 사례는 전 세계에서 발견됩니다. 펠레폰네소스 전쟁이 발생했을 때 코린토스는 해변에 경비견 50마리를 배치해 도시를 보호하기도 했죠. 로마도 도시 보호를 위해 개를 키웠다가, 실패해서 십자가에 매달았다는 이야기를 앞에서도 했습니다. 나폴레옹도 무스타슈라는 경비견을 활용해서 부대 내 스파이를 색출하기도 했었죠. 이처럼 경비견들은 주로 도시의 방어, 순찰, 적군을 찾는 순간에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교적 개의 습성을 활용한 온순한 방법의 활용이죠. 반면 아메리카를 침략한 유럽의 군인들은 개들을 상당히 공격적인 방법으로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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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하면 더욱더 무자비하게 행동한다.


그림은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잉카를 포로로 잡은 피사로」입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아메리카 현지 문명이었던 잉카를 몰락시키고, 왕과 원주민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에르난 코르테스, 프란시스코 피사로 등은 현지 문명과 원주민들을 공격할 때 개를 활용했습니다. 이들은 전투견에 대못이 박힌 목걸이를 착용하여 원주민을 공격하도록 훈련했죠. 이 전투견들은 원주민의 인육과 내장을 먹을 수 있도록 키우기도 했을 정도였죠.


개:사실 개들은 인육을 잘 먹지 않아요. 인간의 자신의 동족을 먹도록 훈련 시켰다니, 그 개들도 힘들었을 거예요.


현대전에 올수록 개를 잔혹한 전쟁의 무기로 사용합니다. 세계 1차 대전 때에는 독일의 경우 1만 1천 마리를 동원하여 참호전에 투입합니다. 처음에는 탄약과 기관총을 나르는 역할을 담당하거나 쥐를 잡도록 했죠. 점차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들에게 다양한 역할이 부여됩니다. 개들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2차 대전 때에는 무려 25만 마리 이상이 투입되었는데요. 영국의 경우 일본 공군 전투기의 소리를 듣고 알려주는 레이더 역할로 개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태블릿에 있는 사진을 보겠습니다. 개 위에 폭탄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탱크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소련은 독일 탱크를 폭파하게 시킬 때 개를 이용했습니다. 탱크 밑에 먹을 것을 두고 개에게 찾게 하거나 기다려서 자폭하도록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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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개는 인간보다 훨씬 후각이 예민해요. 그런데 기름 냄새가 나는 전차로 가라고 했다니. 개는 절대 가지 않았을 거예요. 의미 없는 시도였을 것 같아요.


소련군대는 개들을 24시간 굶깁니다. 그리고 훈련할 때 탱크 밑에 먹이를 뒀죠. 결국, 개가 탱크를 보면 먹이를 먹으러 갈 수밖에 없도록 말이죠.


개: 의미 없는 짓을 했네요. 그래도 개는 절대로 전차로 가지 않았을 거예요. 개들은 소련 전차의 냄새에 익숙해 져 있었을 테니깐요.


전쟁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개들은 독일군 전차가 아닌 소련의 전차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도리어 소련군에 피해를 주었죠. 어리석은 행동의 대가였습니다.


냥:전쟁의 광기는 정말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나타나네요. 개를 자폭의 도구로 사용할 정도였다니 말이죠.


전쟁은 인간의 잔혹성을 극도로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또 그것을 조장하기도 하고요. 나치의 경우 SS 친위대 정예대원들은 독일 셰퍼드를 받고 같이 생활합니다. 12주가 지나면 상관 앞에서 자신의 충성을 맹세하며 키웠던 셰퍼드의 목을 부러뜨리는 의식을 행했죠. 프랑스를 점령할 때는 민간인 개 2만 6천 마리를 학살하기도 했습니다.


개: 전쟁에 참여했던 개들은 전쟁 후 평화로운 삶을 살았나요? 인간도 전쟁 후 막대한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들었거든요.


개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개들도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개들은 그나마 살아서 돌아온 소수의 개였어요.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철수할 때 무려 4000마리 중 200마리만 본국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도살해 버립니다.


개:전쟁의 비극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어지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삽살개도 전쟁 때문에 멸종 직전까지 갔다고 하던데요. 그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1910년 대한제국은 역사에서 사라집니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합니다. 이때를 일제강점기라고 해요. 일본은 점차 주변국들을 침략합니다. 결국, 미국과 전쟁하게 되면서 태평양전쟁이 발생합니다. 일본은 일련의 계속된 전쟁을 지속하면서 조선에 있는 토종견들에게 관심을 보이게 됩니다. 조선총독부에서는 《조선의 개와 그 모피》라는 문서가 만들었어요. 일본의 관심은 전쟁에 사용할 수 있는 조선 토종견의 모피였던 것이죠.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약 8년 동안 토종견 150만 장의 껍질을 벗겨 군수품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특히 많은 털을 가졌던 삽살개가 큰 피해를 받았던 것이죠. 그래서 삽살개는 멸종 직전까지 갔어요.


냥:진돗개는 어떻게 살아남아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종견으로 알려지게 된 거예요?


진돗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외모 때문이었어요. 진돗개는 일본 개들과 외모적으로 유사하게 생겼기 때문이에요. 경성제국대학의 모리 교수는 식민지 개와 일본 개가 혈연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진돗개를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진돗개를 ‘일본과 조선이 하나다’라는 구호인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상징하는 동물로 홍보하기 시작했죠. 결국,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던 거에요.

개:일본은 전쟁에서 사용될 군수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토종견을 학살했던 것이군요. 그래서 삽살개도 멸종 직전까지 갔던 것이고요. 그렇다면 일본 내 개들은 괜찮았나요?


일본은 자국 내에 있는 개들도 전쟁의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하치 이야기’에요. 하치는 일본 아키타견으로 주인에 대한 충절을 상징해요. 주인을 만나기 위해 10여 년 동안 주인을 만나기 위해 시부야역에 갔던 하치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죠. 하지만 일본은 하치 이야기를 악용하여, 일본국민이 천황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논리로 사용했어요.


개:하치가 알았다면 억울했을 것 같아요. 자기의 이야기가 이렇게 악용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테니깐요.

미국의 화가이자 삽화가로 유명한 노먼 록웰의 그림 「동물병원의 소년」을 보겠습니다. 소년은 급하게 왔는지 신발 끈도 풀려있어요. 하지만 두 손에는 아픈 개를 꼭 안고 있죠. 인간들은 어린 시절 개를 사랑했던 그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이렇게 슬픈 역사로 가득 차 버렸지만요. 하지만 다시, 서로를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전쟁이라는 광기의 순간에 희생된 개들을 기억해야겠죠. 앞으로 이런 비극들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함께 고민하며, 슬픔의 전시실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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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이 일어나지 않는 최선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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