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다시, 사랑하다(2)

[#2. 사랑 뒤의 그림자]

by 도슨트 춘쌤

▶이런 연인이 있을까? 사랑이 아닌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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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우리는 다시 좋은 기억과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고쳐야 할 부분들이 여럿 있어요. 이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이 예요. 앞에 봤던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더 묻지 마세요」와 비교해서 보세요.


냥: 연인이라고요? 어떤 연인이 저렇게 키스를 하나요? 천이 얼굴을 감싸고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사랑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개: 타데마의 그림 속 연인과 완전 느낌이 다르네요. 거짓과 위선이 가득한 연인인 것 같아요.


잘 봤어요. 진정 사랑한다면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내 머릿속에 머물러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정면으로 사랑하는 존재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해요. 그림 속 연인에게는 그러한 용기가 없어요.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마주할 용기가요. 인간들도 마찬가지예요. 여러분들을 제대로 마주할 용기가 부족하기도 하거든요. 사랑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이번 시간을 통해 떨쳐버리고 싶네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인간들은 아직 여러분들을 존재로 사랑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바로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개와 고양이를 키우기도 하고 팔기도 하거든요.


개: 펫샵이라고 불리는 가게가 있어요. 그 가게 앞 강아지들의 얼굴을 본 적 있지요. 아주 작은 품종견이라 불리는 강아지들이었어요. 유리창 안에 보이는 강아지들의 모습은 매우 슬퍼 보였어요. 밖에 나와서 놀고 싶어 하는 그 강아지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냥:품종이란 소리를 들으면 소름이 돋아요. 품종이 어디 있어요? 다 인간들이 만든 모양일 뿐인데 말이죠. 그런데 왜 우리 고양이와 개들은 펫샵과 같은 곳에서 물건처럼 판매되어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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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근대의 상징이자, 수탈의 상징이다.


이 그림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그림은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생 라자르 역」입니다. 역에 서 있는 기차는 증기기관차예요. 증기기관은 대규모 기계를 돌릴 수 있는 혁신적인 기계였죠. 증기기관이 결합한 기계는 인간의 삶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산업혁명을 맞이하게 된 것이죠.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력을 뛰어넘는 생산력을 보여줍니다. 막강한 생산력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해버렸죠. 산업혁명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인간의 욕망을 화폐로 대체시켜 버립니다.


개: 펫샵은 인간의 욕망과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냥: 산업혁명을 통해 막강한 생산력을 손에 넣은 인간이 자신들의 욕망을 화폐를 통해 소유해버릴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인간은 화폐의 노예가 됩니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진 것이죠.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던 산업혁명은 도리어 인간을 욕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했던 것이죠. 펩샷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돈만 있다면 손쉽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여러분, 개와 고양이가 된 것이죠.

이 그림을 한번 보세요. 조지 스티브스의 「앤 화이트 양의 새끼 고양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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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했다. 감정 또한 돈이 된 세상.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를 보며 인간들은 ‘갖고 싶다’라는 욕망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렇게 고양이와 개의 새끼들은 ‘애완동물’이라는 이름으로 펫샵의 상품이 된 것이죠.


개:우리는 상품이 아니에요. 그런데 상품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상품이라면 생산되는 물건이라는 의미인데요. 우리를 생산하는 곳이 있다는 말이네요.


상품을 생산하는 곳이 공장입니다. 동물공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죠. 우리나라에서 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동물공장만 해도 무려 3천여 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거기다 식용을 목적으로 한 곳까지 합치면 2만여 곳이 넘죠.


개: 여전히 동물들의 삶은 비참해요. 상품처럼 취급당하고 있다니 말이에요.

동물공장이 문제가 되는 것이 그 부분이에요. ‘사랑’하는 대상이 아닌, ‘상품’으로서 보기 때문입니다. 상품이 된 암캐는 뜬 장이라고 불리는 철장에서 평생 새끼를 낳게 됩니다. 새끼 낳는 기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강제로 임신을 하고, 출산 때도 자격증 없는 이들이 개들의 배를 자르고 새끼를 꺼내죠. 이 개들은 90% 이상이 물도 제대로 못 먹고 사료도 같이 살던 개들의 사체를 먹으며 보내고 있어요. 학대를 받고 있어요. 새끼들은 8주가 되면 시장에 팔리고, 어미는 8년 정도 새끼를 낳고 쓸모가 없어지면 도축 당합니다.

냥:우리나라에서만 해도 동물들이 무려 1천만 마리라 이상이라고 들었어요. 동물들과 함께 사는 인간들은 부려 전체 인구의 30%가량 되는 600만 가구에 달하고요. 그중에서 개는 666만 마리, 고양이는 207만 마리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개와 고양이의 비중이 컸던 이유가 바로 이 동물공장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동물공장이 성행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그동안 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급증했어요. 최근 5년간 무려 57%가 증가했거든요. 자연스럽게 동물과 관련된 경제 규모도 커졌어요. 돈이 되는 산업이라는 이야기예요. 펫코노미(petconomy)라고 하는데요. 현재 3조 정도의 경제 규모입니다. 앞으로 6조 이상으로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문제는 동물을 키우는 인간들과 경제 규모가 급증하면서,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들의 처우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공백을 틈타 개와 고양이의 처지도 매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요.


개: 양극화는 인간들 사회에서만 문제가 될 줄 알았는데요. 우리 개와 고양이도 그렇다는 건가요?


펫코노미는 주로 동물의 인간화와 연관되어 있거든요. 동물을 인간처럼 대우하기 위해 유기농 식단의 사료와 각종 용품들이 만들어지죠. 그리고 이것을 구매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 용품의 희생양이 되는 동물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에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고양이예요. 그림을 하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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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위로였던 털 만지기는 다른 이에게 돈으로 보였다.


냥: 노인이 하얀색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어요. 우리 고양이들의 털이 부드럽긴 하죠. 매일 매일 혀로 핥으며 다듬거든요.


자코모 체루티의 「가난한 노인과 고양이」라는 그림입니다. 가난한 노인에게 있어 하얀색 고양이는 큰 위로가 되었을 거예요. 고양이 털을 만질 때마다 걱정 근심을 잊었을 것 같고요. 그만큼 고양이 털은 부드럽고 매력적이죠. 그것 때문에 고양이들은 공장에서 사람들을 위해 도살당해야 합니다. 중국의 경우 매해 500만 마리의 고양이들이 고양이 털 때문에 도살당해요. 그리고 고양이 털로 또 다른 고양이를 위한 장난감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사실, 이것은 개도 마찬가지예요. 개도 약 2천만 마리가 모피 때문에 도살당해요. 슬프지만, 이렇게 도살한 개와 고양이의 모피는 주로 우리나라에서 수입한다고 하네요.


개:끔찍하네요. 개와 고양이에게 있어 털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틀린 것이 없어요. 털이 없다면 우리 개와 고양이는 신체 온도 조절이 안 되거든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요. 개와 고양이의 품종을 자신의 입맛에 맞춰 개량하고, 생산하며, 판매하죠. 그리고 생산된 개, 고양이들은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분양됩니다. 이렇게 분양된 개와 고양이들은 유전적으로 매우 취약해요. 앞서 살펴봤던 닥스훈트처럼 말이에요. 잉글리스불도그의 경우 백내장, 모나충증, 혈우병 등 유전적 질병이 많습니다. 인간이 욕망이 빚은 비극이라 할 수 있어요.


냥:저는 ‘분양’이라는 말이 마음에 안 들어요. ‘분양’은 물건을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잖아요. 정말 우리 고양이와 개를 물건으로 보는 거예요.


좋은 지적이에요. 분양이 아니라 ‘입양’이라고 하는게 더 좋은 표현이 될 것 같네요. 물건이 아닌 생명이니깐요.


개: ‘입양’된 개와 고양이의 미래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아요. 사람의 욕망은 변덕스러우니까요. 귀여워 보였던 강아지와 고양이가 커버리면, 버리겠죠.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13만 마리의 동물들이 유기된다고 해요. 유기된 동물 중 개가 75%, 고양이가 23%로 압도적으로 많아요. 그만큼 인간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동물이기 때문이에요. 사랑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은 순간적인 욕망이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개:사랑이 식으면 버린다는 것이군요. 유기된 동물들은 어떻게 되나요?


다시 분양받는 비율은 26%, 자연사는 24%, 안락사 21%,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12% 정도라고 해요. 자연사의 비율이 높은 점을 주목해 주세요. 유기된 동물들은 그 순간 인간으로부터 상처에 큰 피해를 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어요.


냥:우리를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 생각하니깐 그런 것 같아요. 장난감처럼 쉽게 가졌다가 버릴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처음 입양한 순간부터 동물이 죽는 순간까지 함께 한 인간의 비율이 고작 5%라는 것은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아요.


동물을 장난감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인간이 반드시 바꿔야 할 사고의 인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사고는 데카르트가 동물을 기계론적 관점에서 봤던 것과 같거든요. 데카르트는 이성과 감성이 없는 생물학적 기계로 본 거예요. 오로지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정신이 없는 기계로 봤어요. 이러한 데카르트의 사고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우리 인간들의 사고에 뿌리 박히게 됩니다. 안니발레 카라치의 「고양이를 괴롭히는 두 아이」라는 그림은 우리 인간이 가진 잘못된 인식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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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장난이지만, 고양이에게는 학대다.

냥:우리 고양이들은 저렇게 인간들이 장난치면 너무 싫어요. 가제의 집게가 귀를 찌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림 속 고양이도 너무 싫은 표정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두 아이는 웃으면서 고양이에게 장난치고 있네요. 그들에게는 장난일지 모르지만, 우리 고양이들에게는 학대입니다.


개: 동물공장, 펫샵에서부터 버리는 그 순간까지, 인간들은 아직도 우리를 상품과 장난감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사랑한다고 했지만, 그 뒤에는 여전히 이렇게 짙은 그림자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앞으로 인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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