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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e Jan 18. 2021

하늘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읽지 않았던 책을 리디북스에서 발견하여 생각없이 읽기 시작하였다. 얕은 지식이라는 제목과 달리, 뜻밖에 우주와 존재론에 관한 낯설고 깊은 내용에 나는 당황과 설렘을 동시에 안았다. 드넓은 우주 가운데에 나라는 작은 인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라는 궁금증이 자아낸 감정일 것이다.


책은 인간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다중우주라는 현대 물리학의 한 축을 설명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빅뱅은 사실 신의 존재를 내포한다. 유일한 우주는 점의 폭발로 '시작'하였고, 점이 폭발하기 위해서는 유일자(신)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 지점은 빅뱅이 대중적으로 인정되는데 큰 공헌을 하였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이 밝혀내고 있는 다중 우주는 이러한 신의 개입이 필요없는 우주를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 우주는 수없이 많은 우주의 하나이며, 그 중 우리가 탄생한 우주는 우연의 산물일 뿐이며, 거기에는 '시작'과 끝이라는 개념도 없다.


인간은 한낱 먼지와도 같은 것에 불과한걸까.


그렇게 우주는 138억년의 시간 동안 깊은 침묵 속에 있었다. 하지만 어느 때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는 우주가 자기 안에 우주에 대해 사유하는 존재, 즉 인간을 잉태함으로써 비로소 시작되었다. 밤의 들판에 서서 어두컴컴한 하늘의 심연을 올려다보며 더 넓은 세계에 대한 질문을 마음에 품은 이름 모를 존재로부터 우주는 오랜 침묵을 깨고 비로소 자기반성의 사유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한 평 남짓의 공간에 앉아 우주의 탄생과 종말, 팽창과 수축을 상상하는 이유, 자신의 내면 안에 무한한 우주를 담아내려 하고 우주를 이해하려 하는 진정한 이유는 어쩌면 '우주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


우주는 스스로를 바라보지 못한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그저 존재일 뿐이다. 인간,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 한낱의 조그마한 것을 통해 비로소 우주는 스스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인간의 탄생은 우주의 자기반성 과정이다."라고 책은 말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엉뚱하게도 '밤의 들판에 서서 어두컴컴한 하늘의 심연을 올려다보며 더 넓은 세계에 대한 질문'이 정말 말 그대로 '세계'에 대한 질문이었을까 생각하였다. 정말로 세계에 대한 질문만 이었을까. 오늘 있었던 일과, 내일에 대한 걱정들 그 모든 것들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그러한 생각들도 어쩌면 우주에 대한 생각은 아니었을까 라고 말이다.


아마 나 또한 컴컴한 하늘을 들여다보며,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누워 생각을 하기 때문인거 같다. 나의 삶과 뒤돌아 버린 사람들, 사건들. 나의 진로와 내일 해야 할 일들, 하지 못한 일들. 아쉬운 마음들. 사소한 질문들이 뒤섞일 때에 또 혼자 되뇌곤 한 순간들에도 의미가 있었음을 부여하고 싶은 마음. 그럼에도 가치가 있는 삶과 시간들이라고,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자라고. 다짐한 것들도 우주적인 것,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마음을 품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여전히 들판에서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바라보던 고대의 사람들은 삶에 대한 생각도 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한 생각들이 모여 빛나는 발전과 문명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또 생각하며 정리되지 않은 글이라도 완성해보려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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