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코로나로 하루종일 집에 있던 주말, 오랜만에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나의 어린 시절 사진 속에 비교적 젊은 얼굴로 웃음 띈 모습과, 다리가 아프셔서 매일 쇼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 지난주 저녁 퇴근하던 길, 겨울이 되어 어두컴컴해진 하늘과 차가운 공기, 빠르게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할머니가 떠올랐던거 같다. 나의 초중고 시절을 함께 하고, 나를 가르치며 먹이셨던 분이기에 빠르게 흘러가는 직장인의 삶 속에서, 지금은 볼 수 없고 이제는 익숙해진 빈자리가 눈에 들어온걸까. 그때부터 마음은 조금 먹먹했던거 같다.
어릴 때, 할머니는 내게 몇가지의 말을 자주 하셨다. "예수 잘 믿어라, 담배 피지마라, 술 마시지마라, 효도해라" 이 네가지의 말을 주문처럼 듣고 자랐다. 그리고 나와 누나를 아껴주시고, 헌신하시며 사람의 인생이란게 화려함과 성취 외의 사뭇 평범해 보이는 모습 속에서도 얼마나 가치있는가를 보여주셨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나무를 좋아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 연애편지를 쓰고 이름을 지을 때, 나무라는 말을 좋아했던건 아마 나의 할머니가 떠올라서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