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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e Nov 17. 2020

음악을 듣지 않고, 조깅을 하는 것.

나를 바라보기 위한 시간

오랜만에 조깅을 했다, 고장난 이어폰은 내려둔 채로.

오늘은 미뤄왔던 조깅을 다시 시작했다.  오른쪽이 고장난 운동용 이어폰은 두고, 운동복을 입고 맑은 하늘 아래를 달렸다. 


우리는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으며 거리, 대중교통, 사무실 등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다. 음악을 통해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고, 사적인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때로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는 나를 바라보는걸 멈추게 만든다. 지극히 사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실은 '나'라는 존재를 잊게 만든다. 습관처럼 걷듯이, 습관처럼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만든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 많은 소리, 물건들 속에서 살아간다. 내가 하고자 하는 사적인 생각들 '앞으로의 계획, 좋아하는 것, 비밀, 취향' 등 모든 것이 주변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고 나의 공간으로 들어가는건 일관된 생각을 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나라는 존재를 객관화 시키고 삶과 시간을 돌아보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래서 정말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채, 습관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대학생 시절 읽었던 에리히 프롬의 말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엄마라는 일체된 세상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신과 분리된 거대한 세상을 보며 두려움에 빠진다.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몇몇 아이는 자신이라는 세상으로 다시 들어가, 세상에 등을 돌린다."


달리며, 걸으며 하는 생각들

도림천을 달리며, 헐떡이는 내 숨소리를 듣고 태양을 쬐는 거북이와 오리,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기에, 거기에 있는 '나'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한다. 나의 오늘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을까? 나는 올바른 기획자의 길을 가고 있는걸까? 등등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왜 나는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냈을까 하며 반성한다.


세상의 소리를 그대로 들으며, 걷고 달리는 시간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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