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의 마이크로소프트행
"늑대새끼가 어떻게 개 밑으로 들어갑니까"
이 대사는 영화 '타짜'의 주인공인 '고니'의 명사대 중 하나입니다. 도박계의 새롭게 떠오르는 별이었던 고니는 거물급 조직의 보스를 만나 큰 판을 벌였고, 이 판에서 진 보스는 고니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는데요. 이때 고니가 이 대사를 통해 자신의 야망과 함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나흘 전까지 OpenAI의 CEO였다가,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AI 팀 수장이 된 샘 올트먼을 보고 있으니 불현듯 위 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내심 개인적으로 늑대(고니)라고 생각했던 샘 올트먼이 따듯한 개의 무리(마이크로소프트) 안으로 들어갔을 때 과연 이전과 같은 날카로움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달까요.
이번 샘 올트먼의 결정으로 OpenAI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말 그대로 내우외환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의 해임 소식 이후 예상보다 더 큰 후폭풍에 휩싸였고, 내부적으로는 친 샘파와 반 샘파로 나뉘어 갈등을 겪는 모습도 대외적으로 노출이 되었기에 이를 수습하고 봉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출혈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뒤늦게 샘 올트먼의 복귀를 추진하기 위해 우왕좌왕했던 모습도 이제는 '닭 쫓던 개'처럼 조롱거리의 대상이 될 것 같아 보입니다.
지난 나흘간 벌어진 샘 올트먼의 OpenAI 해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입사소식까지 쉴 틈 없이 지나갔는데요. 워낙 속전속결로 모든 것들이 진행된 탓에 마치 영화를 한 편 본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과연 늑대가 개의 무리에서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낼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평범한 개로 살아가게 될지 영화의 후속편이 궁금해집니다.
ps.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마냥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인류를 위한 AI를 개발이라는 초심을 뒤늦게라도 지키기 위한 이사회의 순수한 의도를 그대로 받아주지 못하는 세상이 조금은 야속하다랄까요. 이를 반증하기라도 하듯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차트는 불기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