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크게 공격수(스트라이커),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라는 네 가지 포지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미드필더는 공격수와 수비수의 가교 역할을 하는 포지션인데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정해진 임무가 다양하다 보니 활동량도 많아야 하고, 공격과 수비도 두루두루 잘해야 유리한 포지션입니다. 그리고 미드필더 중에서도 간혹 골을 넣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을 가리켜 '미들라이커(미드필더+스트라이커)'라고 부르곤 하는데요. 이런 면에 있어서 최근의 AI 기술을 보자면 미들라이커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사실 AI라는 기술은 전면에 나서서 골을 넣는 공격수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특정 서비스나 제품 뒤에 숨어 동작을 원활하게 해주는 미드필더의 성향이 강한데요. 지난해에는 ChatGPT라는 미들라이커가 혜성같이 등장하며 골 폭풍을 일으켰고, 다른 걸출한 공격수(구글 등)들을 제치고 득점왕에 오른 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다시금 AI의 역할이 본래의 포지션인 미드필더로 돌아갈 전망입니다. 관련해서 포브스는 "2024년부터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AI 기술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영역에 사용되기 때문에 더 이상 이를 강조하거나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없다는 'AI 역설(AI Paradox)'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AI는 이미 우리의 실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유튜브나 OTT 등에서 흔히 '알고리즘'이라고 불리는 개인화 추천 기능도 AI 기반이며, 스마트폰 어시스턴트인 Siri나 빅스비 역시도 AI 기반의 서비스입니다. 또한, 스마트폰 카메라에 사용되는 자동 보정, 객체 인식 기능 등 역시 모두 AI 기반의 기능이지만 워낙 익숙해진 탓에 더 이상 AI 기반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존 매카시(John McCarthy)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As soon as it works, no one calls it AI any more.(일단 실제로 작동하면, 누구도 더 이상 AI라고 부르지 않는다)"라고 말했는데요.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의 트렌드는 다시금 AI가 제품 뒤에 녹아들어 사용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가 다시금 미드필더로 돌아간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어떤 기술 트렌드가 공격수로 올라설지 예측해 보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
*위 글은 'Tech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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