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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Mar 07. 2024

'애플다움'이 애플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깊어지는 애플의 고민


2000명이 10년간 매달렸는데 접는다...'애플카' 포기 선언 무슨 일

삼성 폴더블폰 뜯어본 애플... 내구성 부족에 '폴더블 아이폰' 개발 중단

애플, 스마트 글라스·피트니스 링(애플링) 개발 여부 고민


위에서 언급한 3개의 기사는 모두 최근 한 달 이내에 발행되었습니다. 물론, 폴더블폰의 경우 확실하게 중단했다고 속단하기 이른 상황이라는 반박 기사가 나오고 있으며, 애플링 역시 갤럭시 링의 수요 추이에 따라 빠르게 출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기사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최근 애플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발목 잡는 애플다움


문제는 이러한 고민이 생기는 이유가 경쟁사의 강력한 챌린지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애플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애플다움'을 포기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애플다움이란 '완벽주의와 혁신을 추구하는 정신'과 '독자적 생태계 기반의 생산 구조'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관점을 적용해 본다면 그들이 개발하고자 했었던 애플카가 충족해야 할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현재 시장에 출시된 전기차 배터리보다 뛰어난 배터리 성능 혹은 상회하는 수준의 성능

2) 5단계 자율 주행에 근접하는 기술 

3) 독자적 생태계 기반에서 생산되어야 하며, 시제품 수준이 아닌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조 인프라

4) 새로운 시장 창출 및 수익성 확보

5)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디자인


결론적으로 애플은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애플카를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현시점에서 자동차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혁신은 완전 자율 주행 기술이지만, 이는 애플도 풀지 못한 숙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초 5단계 자율 주행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4단계, 2단계로 레벨이 다운됐고, 이러한 변화는 프로젝트 본래 목적을 상실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애플이 선호하는 내재화 중심의 개발 장식은 자동차 제작에 더욱 큰 어려움으로 돌아왔습니다. 애플은 제품 제작 시 가능한 많은 부분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것을 선호하며, 외부 제조업체(OEM)를 이용하더라도 깊게 관여하여 제어하고자 합니다. 이런 방식이 스마트폰 등의 디바이스를 제조할 때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제작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부품이 사용되고, 그중에는 애플이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부품들도 많기 때문에 직접 컨트롤하는 데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그렇다고 애플다움을 버릴 수도 없다


지금까지 애플의 손에서 탄생한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애플워치 등의 제품은 자체적으로 설정한 엄격한 기준에 의해 제작됐고, 기준이 충족됐기 때문에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제품들은 애플만의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고, 이 정체성은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애플카와 같이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이라도 그동안 애플이 지니고 있는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자칫 애플의 전반적인 지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제작에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앞서 언급됐던 폴더블폰, 스마트 글라스, 애플링 등도 개발 중단 및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 중요해진 비전 프로 2세대


이렇듯 수많은 고민에 잠겨 있는 애플이 새롭게 내놓은 라인업이 바로 '비전 프로(Vision Pro)'입니다. 그러나 비전프로도 애플의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까지 나온 비전 프로의 전반적인 평가를 종합해 보면,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지 여부는 회의적이다"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전프로 리뷰 주요 기사 모음

The Verge : Magic, until it's not

CNET : A Mind-Blowing Look at an Unfinished Future

NYT : First Headset Lacks Polish and Purpose


이런 상황에서 비전 프로 2세대의 성공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애플의 성공 방정식을 살펴보면, 실험적인 1세대 제품을 발표한 뒤, 소비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된 2세대 제품을 통해 성공 궤도에 올랐던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전 프로의 경우 애플이 현재 가진 최고의 기술을 집약하여 만든 제품으로, 현재 애플의 기술적 한계와 확장성의 정점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비전 프로가 기술력을 동반한 논란으로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애플카는 커녕 애플 브랜드의 영향력 유지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핵심 : 생성형 AI


애플이 애플카를 포함한 여러 프로젝트를 중단함에 따라, 이제 회사는 선택과 집중을 할 시기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애플카 프로젝트에 투입됐던 직원 일부를 생성형 AI 개발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집중할 대상으로 생성형 AI가 선택되었음을 암시했습니다. 


생성형 AI 기술은 기존 애플 제품 라인업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자, 비전프로에도 통합될 수 있는 기술로, 현재 구축되어 있는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애플다움이 담긴 새로운 제품을 제작하는 데에 힘을 분산시키기 보다는, 현재 보유한 제품 라인업에 애플다움을 더욱 집약하여 제품 간 결속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함을 의미합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생성형 AI에 집중하는 시기가 다른 빅테크 기업에 비해 다소 늦었다는 것입니다. 경쟁사의 경우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은 AI 기술 개발 경쟁이 점차 머니게임으로 변모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애플은 여전히 많은 투자 자본과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2023년 기준 129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애플카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이 약 2000명 정도라고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자원을 AI 개발에 전환한다면, 애플은 강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이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 즉 '애플다움'을 고수하며 위기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역시 '애플다움'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위 글은 'Tech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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