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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May 26. 2022

너도 나도 스타트업, 그래서 어딜 가야 하나?

저는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 오기 전까지 세 곳의 회사를 거쳤습니다. 그중에 한 군데는 AI 기술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 창업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잠시 투자 시장이 얼어 붙으며 감소 추세이긴 하나,앞으로 테크 스타트업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창업한 모두가 성공하면 좋겠지만 당연하게도 그러지는 못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을 창업한 지 5년 내에 폐업할 확률이 70% 정도 수준이라고 합니다. 5년을 버티더라도 그저 그런 회사로 남는 곳들이 많습니다.


스타트업이 많아진 만큼, 이직할 때 스타트업을 선택지로 두는 분들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대기업 가야지! 외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 고스펙, 고경력(?)을 가지신 분들이 스타트업으로 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부분이 인력난에 시달리기 때문에 좋은 조건을 내세워 스카웃해가는 곳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스타트업을 가는 것이 좋을까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제가 스타트업을 다니며 느꼈던 경험을 공유해보자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작성할 예정이다 보니, 편향된 시각으로 작성될 수 있습니다.

내용 중에 공감이 가는 부분만 취하시길 권장드립니다.



1. CEO가 뭐하는 사람이지?


스타트업을 고를 땐 당연히 아이템을 보고 가야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 가려는 곳이 꾼이 창업한 회사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아이디어가 팔리기 전에 회사가 망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망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에게 팔리기 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 그 또한 문제입니다. 스타트업의 동력은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안정성, 성공 가능성 측면을 고려하여 '꾼'이 창업한 회사를 찾아가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꾼이라 함은 철저한 시장 조사를 바탕에 두고, 자신만의 특별한 감각을 더하여 창업에 뛰어든 사람을 말합니다.


꾼은 크게 두 종류로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연쇄창업마'와 '(소위 말해) 잘 나가는 사람'.


*연쇄창업마란,

최소 1번 이상의 창업과 엑시트를 경험한 사람을 말합니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 중에서는 세상에 먹힐만한 아이템을 찾아다니고, 창업하고, 엑시트 하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위 말해) 잘 나가는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고스펙(석/박사 출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혹은 외국계(특히 구글, 애플 등 이름만 대면 알법한 곳들)에서 개발자 혹은 기획자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러한 부류들은 특히 주변의 잘 나가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창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러한 꾼들이 창업을 하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당연히 감각이나, 기술 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장 좋은 점은 투자금 유치가 쉽다는 점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꾼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을 회사로 가정한다면 꾼들은 뛰어난 스펙을 가진 취준생이자, 이미 타사에서 성공한 경험을 가진 경력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Risk가 적고, 같은 아이템을 들고 오더라도 기존 아이템에 엣지를 더해서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아 지갑을 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러한 꾼들이 차린 스타트업은 그렇게 받은 넉넉한 총알을 가지고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쳤던 것을 (실제로) 팔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변모시킬 '시간'게 됩니다. 만약 준비한 아이템이 시장에 잘 먹히지 않더라도 이들의 대부분은 빠르게 판단하고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역량과 배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꾼이 차린 대표적인 스타트업의 예로 딥브레인AI 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AI Human이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이 600억 원에 달하며, 기업가치는 2,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곳이 과연 처음부터 AI Human을 만들기 위해 창업했을까요? 아닙니다. 초기에는 AI챗봇이 주요 아이템이었습니다.


야심 차게 AI챗봇을 내놓았지만, 생각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아니라면 죄송합니다). 다음 스텝을 고민하던 차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유사해 보이는 AI Human 기술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AI Human이라는 열매가 훨씬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손을 대면 그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요즘은 이런 상황을 두고 피보팅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판단이 서자 지체하지 않고 바로 경로를 변경했고, 그 선택은 제대로 적중했습니다.

그 한 번의 선택으로 인해 딥브레인AI는 현재 유니콘 기업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습니다.


딥브레인AI의 수장은 장세영 대표님으로 SK C&C를 거쳐 페이지온이라는 회사와 핑거라는 회사를 연속으로 창업해서 엑시트에 성공하신 꾼 중에 한 분이십니다. (서울대 출신으로 제가 말한 꾼의 기준에 매우 규합하시는 분입니다)


이러한 꾼이 CEO로 있었기, AI챗봇 시장에서 대박이 날 수 없음을 빠르게 판단했고, 곧바로 AI Human이라는 아이템으로 경로를 바꾸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곤 결과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말하는 꾼이 차린 회사를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례를 찾으려다 평소 관심 있던 기업을 적었습니다. 광고글 아닙니다 :)


2. 그럼 꾼들이 차린 회사는 어떻게 알아보지?


다행히도 이러한 꾼들이 차린 회사들은 알아보기가 쉽습니다.

꾼들이 차린 회사는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기 때문에 기사가 많이 나기 마련입니다.

대표님의 인터뷰를 찾아본다던지, 로켓펀치/링크드인/페이스북 등을 통해 대표님의 이력을 참고하면

꾼이 차린 회사인지 아닌지는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를 참고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Thevc, 혁신의숲이라는 곳이 있는데, 스타트업의 누적 투자 금액이 얼마인지 확인 가능하며, 경쟁사 대비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는지도 간단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잘만 활용하면 스타트업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Thevc

https://thevc.kr/


*혁신의숲

https://www.innoforest.co.kr/


3. 이 아닌 사람들이 차린 회사는 그럼 다 망하나?


꾼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뛰어난 능력과 특별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삼아 성공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돈이 되는 아이템으로 바꾸는 작업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며, 회사를 올바르게 경영하는 것 또한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창업을 하기만 한다고 회사가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꾼이 아닌 분들의 열정과 아이디어만 보고 뛰어들기엔 상대적으로 Risk가 크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꾼이 아닌 분들이 차린 스타트업을 선택지로 두고 있다면, CEO와 면접을 볼 때(스타트업은 CEO가 면접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드시 몇 가지를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아이디어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판매용 솔루션으로 변모시킬 구체적인 로드맵은 있는지(BM확인), 회사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은 있는지 등을 사전에 반드시 확인하고 입사를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4. 아이템은 어떻게 평가하지?


최근 생기는 스타트업은 신기술로 대표되는 ABC 즉, AI / Blockchain / Cloud 관련 회사가 많습니다.

혹자는 ABC만 보이면 무조건 좋은 회사라 합니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신기술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세상에, 특히 대한민국에서 성숙되지 않은 기술이기 때문에 신기술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며, 모두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신기술을 무기로 삼는 곳을 가고자 한다면, 더욱 더 앞서 말했던 꾼이 차린 회사로 가길 권장합니다. 

그런 회사일 수록 인재를 모으기도 상대적으로 쉽고, 기술 발전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더 안정적입니다.


꾼이 차리지 않은 회사라면 그 회사가 선택 아이템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아이템인지를 평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것이 왜 중요한지는 투자사에서 많이 얘기하는 질문에서 정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네이버나 토스 등 빅테크 기업에서 같은 아이템으로 서비스하면 어떡하실 건가요?"

"대기업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내면 어떡하실 건가요?"


이런 상황에서 선점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템은 매우 중요합니다.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아이템이라 함은 말 그대로 누구라도 시장을 먼저 선점했을 때

다른 회사가 자본과 기술로 찍어 누르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선점효과를 제대로 누린 대표적인 곳으로는 카카오톡이 있습니다.


다른데선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못 만들까요?

아닙니다. 아마 개발자들 몇 명 붙잡고 만들어 달라고 하면 얼추 비슷하게는 만들어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에 특별한 기술이 들어갔을까요?

아닙니다. 최초에 카카오톡이 나왔을 때 와우포인트라고 할만한 기술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최초에는 단순한 채팅서비스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대기업 등에서 메신저 시장에 침투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요?

아닙니다. 라인, 텔레그램, 왓츠앱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에서도 국내 메신저 시장을 공략했지만

결국 지금까지도 점유율을 늘리지 못했습니다.


최초로 나왔다보니 모두들 사용했고, 다른 걸 쓰자니 다른 사람들이 모두 카카오톡을 쓰기 때문에 갈아타지 못합니다. 심지어 욕을 하면서도 결국 쓰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완벽한 선점 효과입니다.


꾼이 창업하지 않은 곳이라면, 이러한 선점 효과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곳인지를 판단해보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아이템이 최초의 타이틀을 달았다고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케이뱅크가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1호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공룡플랫폼을 등에 업고 나타난 카카오뱅크 덕에 선점 효과를 오래 누리지 못하고 1등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지금 현재 단순히 매출액만 비교해보자면, 2,878억 vs 1조 649억으로 카카오뱅크가 약 3.5배 앞서고 있습니다.


케이뱅크가 지금 망한 회사라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은행 시장을 선점했지만, 아이템 자체가 자본/기술력에 의해서 비교적 쉽게 1등 자리를 뺏길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예시로 들었습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안주할 것이냐, 최초라는 타이틀 이후에 최다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느냐 아니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이템을 평가하는 방법은 무수히 있지만, 이것저것 잘 모르겠다면 제가 말한 방법을 기준으로 아이템을 평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얘기했던 내용을 한 장의 매트릭스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꾼이 차린 스타트업인데 아이템마저 좋다? 다른 조건이 맞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자.

2. 꾼이 차린 스타트업인데 아이템이 별로다? 다른 식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조건을 들어보자.

3. 꾼이 차리지 않았는데 아이템이 좋다? 가서 아이템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보자.

4. 꾼이 차리지 않았는데 아이템마저 별로다? 돈을 많이 주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르자.


이직할 때 회사의 상황보다 중요한 요소들은 훨씬 많습니다. 연봉, 거리, 복지, 워라밸, 스톡옵션 등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전에 어느 정도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기왕 갈 거면 좋은 스타트업을 골라서 가라는 의미로 적어보았습니다.





이직 준비, 면접, 연봉협상 등 이직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제 프로필에 있는 '제안하기'를 활용해서 질문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도움드릴 수 있는 선에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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