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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May 28. 2022

솔직해지면, 의외로 일이 빨리 끝날지도?

소소한 에피소드

 필자는 2017년 영업직군에서 일을 시작했다. 영업직에서 일하는 동안 남이 만들어준 PPT로 발표만 해봤지, 직접 만들어본 적은 많이 없었다. 해봐야 고객사에 맞춰 일부 수정하는 정도?


 그러다 Digital Transformation 기획팀으로 오고나서부터 얘기가 달라졌다. 이곳에서는 모든 보고서를 직접 작성해야 했다. 익숙하지 않았지만, 간단한 보고서 정도는 지금껏 쌓아온 눈칫밥과 짬밥(?)으로 어찌어찌 적응해가며 작성해가고 있었는데, 최근에 솔루션 도입 검토보고서라는 걸 처음으로 쓰게 되면서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막연하게 생각했을 땐 어려울 것이 없어 보였다.

뭐.. 대충.. 보고서를 쓰게 된 목적과 배경, 현황 파악, 문제점 도출, 개선책(솔루션), 기대효과, 벤더사 검토.. 요정도 순으로 쓰면 되지 않을까? 라고 쉽게 생각했다. (쓸데없이 긍정적..)


 처음 작성하다 보니 의욕도 있었고, 잘 쓰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잘 작성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야심 차게 시작한 것과 대조되게 자료는 점점.. 산으로 가고 이었다. (그럼 그렇지..)


 머릿속에서 생각한 내용들을 장표에 옮기는 작업은 어려웠고, 텍스트와 그림 사이의 밸런스도 조절해야 했으며, 장표 내 레이아웃 구성도 고민이고, 통계 자료를 어떤 것을 써야 효과적으로 전달될 지도 고민이었다. 그렇게 점점 디테일한 것에 매몰되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내가 작성한 자료임에도 "내가 여기서 뭘 말하려고 했었지?" 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번 이런 늪에 발을 디디게 되면 빠져나오려고 할수록 더 깊은 늪으로 빠지게 된다. 이럴 때에는 더 깊은 늪에 빠지기 전에 빠르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사람이 참 아이러니한 게, 자기가 무언갈 작성하려면 잘 안되다가도 남이 작성한 걸 보면 기가 막히게 잘못된 점을 찾아내고, 금방 개선점을 찾는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같은 것들도 내가 작성하면 이상하게 잘 안 써지는데, 남이 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첨삭하는 건 의외로 쉽다.)


 필자는 늪에 빠졌다고 생각이 들자마자 도움을 요청했다.


 "혹시, 오후에 잠깐 시간이 괜찮으시면 저한테 20분만 투자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도입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제가 이런 것을 작성하는데 익숙지 않아 너무 어렵네요ㅠㅠ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ㅠㅠ" (여기서 조금 불쌍한 척을 더하는 게 포인트다)


 "어휴, 이요르 씨가 그렇다고 하면 우리가 도와줘야지. 점심 먹고 오후에 퀵하게 리뷰 한 번 해봅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을 시키면 싫어하지만, 무언가를 평가를 해달라고 하면 의외로 흔쾌히 수락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도 한 번 상상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지금 같이 일하는 팀원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자기가 만든 자료가 너무 이상한 것 같다며, 같이 보면서 피드백해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을.

아마 정말 급한 일만 없다면 대부분 수락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


 이번 제 도움 요청에도 팀원 모두가 흔쾌히 수락해주었고, 약 30분 간 제가 작성한 자료를 보면서 막혔던 부분, 고민했던 부분들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었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충분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해답으로 금방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재정비할 수 있었고, 빠르게 작성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 기억해두어야 할 건,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충분한 노력을 해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력해보지 않고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하자. (이 자식이 날로 먹으려고..?) 


 혹자는 남에게 나의 부족한 점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실 수도 있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상대가 날 얕잡아 보거나 귀찮게 생각하진 않을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자. 도움을 요청한 대상이 나보다 선배이면 "아 후배가 성실하고 진지하게 일에 임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고, 요청하는 대상이 나보다 후배이면 "아 나보다 선배임에도 꼰대처럼 자존심 부리지 않고, 발전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멋있다" 하고 오히려 존경심이 생길 수 있다. (너무 비약인가..?) 


 고로, 일이 막힐 땐 한 번쯤 용기 내서 솔직해져 보자. 일이 의외로 빨리 끝나고, 퀄리티도 높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직 준비, 면접, 연봉협상 등 이직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제 프로필에 있는 '제안하기'를 활용해서 질문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도움드릴 수 있는 선에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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