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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Oct 19. 2023

애플과 구글의 불편한 동거, 남은 유효기간은?

구글 반독점 소송


2023년 9월 12일.


구글이 검색 엔진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그 지배력으로 경쟁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연방 법원에 기소되었습니다. 미 법무부 대리인 케네스 단처 변호사는 "구글 독점은 앱을 열고 브라우저를 다운로드할 때부터 시작된다. 이때 나오는 '기본 설정'창을 통해 구글은 경쟁 기업보다 검색을 더 많이 확보하고 통제했다. 구글이 가장 근접한 경쟁자 빙(Bing)보다 16배나 많은 신규 데이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서 데이터는 곧 경쟁력입니다. 방대한 데이터의 수집은 더욱 정확한 검색 결과 제공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사용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데이터 수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죠.


문제는 구글이 워낙 강력하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경쟁 기업의 성장이 제한되고, 혁신의 속도가 느려지게 되는 점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과 애플의 검색 서비스 계약


구글의 반독점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애플과의 검색 서비스 계약입니다. 현재 애플의 기본 웹브라우저인 사파리에는 구글이 기본(Default)으로 설정되어 있는데요. 구글은 이에 대한 대가로 검색 광고 매출의 일부를 애플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매출의 일부라고 표현했지만, 구글이 애플에 지불하는 금액은 $19 Billion(한화 약 25조 원)으로 지난해 애플이 거둔 순이익의 약 20%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굉장히 큰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매출의 일부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구글이 아이폰 모바일 사용자들로부터 얻는 광고 수익이 그의 몇 배 이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딜레마


애플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19 Billion을 벌어들일 수 있어서 좋지만, 그보다 몇 배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는 구글의 광고 매출에 눈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같은 빅테크 기업으로서 구글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굉장히 보수적인 애플이지만, 자체 검색 엔진 출시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애플GPT(가칭)'의 개발 소식과 전 구글 직원들이 설립한 AI 기반 검색엔진 '레이저라이크(Laserlike)' 인수소식, 전직 구글 임원인 '존 지아난드레이(John Giannandrea)'이 현재 애플에서 머신러닝과 AI를 총괄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체 검색 엔진 개발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애플 검색 엔진의 경쟁력


새로운 검색 엔진이 구글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기 쉽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구글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인 빙은 생성 AI 시대에 가장 먼저 ChatGPT를 도입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자 노력했지만, 구글의 아성은 흔들림조차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애플이 한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막강한 애플 생태계

애플의 제품군은 전 세계적으로 깊은 충성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워치 등의 제품들은 그 자체로도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지만, 이들 제품이 서로 연결되어 동작할 때 그 진정한 가치를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서 시작한 작업을 맥북에서 이어받거나, 애플워치로 알림을 확인하는 것처럼 사용자는 애플의 다양한 제품들 사이에서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 사람이 하나의 제품이 아닌 여러 대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생태계 내의 애플의 새로운 검색엔진이 통합된다면, 애플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통합된 검색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강력한 충성도와 함께 수많은 디바이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초기 시장 진입 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2) 검색 엔진 패러다임 격변기

최근 검색 엔진의 패러다임은 단순한 텍스트 기반 검색에서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개인화된 검색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격변기 속에서 사용자들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애플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은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애플은 사용자 경험에 있어 독보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혼란스러운 시기에 사용자들에게 안정적이고 우수한 서비스를 애플만의 스타일로 제공한다면, 사용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사용자 데이터 보호

애플은 퍼스트 무버인 동시에 패스트 팔로워이기도 합니다. 늦은 시장 진입에도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애플입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후발주자였지만, 스마트폰의 기준이 되었고, 에어팟 역시 무선 이어폰을 주류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역량과 경험은 검색 엔진 시장 진입 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애플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인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책은 검색 엔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AI 서비스들의 경우 뛰어난 기술력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사용자 데이터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에 비해 애플은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고, 광고나 다른 서비스에 사용자 데이터를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검색 엔진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애플이 AI 기반 검색 엔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을 보유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경쟁사 대비 안전하면서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술력에 있어 전체 1위는 아니더라도 안전과 윤리가 보장된 기술 중에서는 1등이 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며 


대외적으로 보나 대내적으로 보나 애플과 구글의 불편한 동거의 유효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동거가 끝나면 곧바로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눌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두 기업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검색 엔진 분야의 경우 구글의 근간이 되는 분야인 만큼 두 기업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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