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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Oct 27. 2023

X(트위터)는 선풍기값을 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가?

"빈 비누 케이스 제거"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붐이 불기 시작한 초창기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요약하자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의 어느 비누 공장에서는 포장 기계의 오작동으로 비누가 없는 케이스가 종종 출하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했습니다. 경영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큰 금액을 투자하여 컨설팅을 받았는데요. 컨설턴트들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열심히 분석했고, 고민 끝에 엑스레이 투시기를 사용하여 빈 케이스를 감지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50만 달러의 엑스레이 기계 비용과 5만 달러의 인건비가 필요했는데요. 경영진은 높은 금액으로 인해 실시 여부를 고민하는 사이, 현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단 50달러에 해결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공장을 방문한 경영진은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신입사원이었고, 그는 선풍기를 포장 라인 뒤에 설치하여 빈 케이스를 날려버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휘황찬란한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X의 연 1달러 유료화 정책을 보며, 불현듯 위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X는 뉴질랜드와 필리핀에서 일반 이용자들에게 연 1달러의 구독료를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는데요. 해당 구독료는 이용자가 봇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낫 어 봇(Not A Bot)'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도입될 예정입니다. 구독료를 내지 않은 신규 가입자들은 게시물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수 없으며 오직 게시물 조회만 가능하게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X의 이번 정책 발표는 수많은 기업들이 봇과의 전쟁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단 1달러의 비용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정책 실제로 '당장'은 꽤 높은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늘 그러했듯 봇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어 그들을 괴롭힐 것입니다. 그때에도 과연 1달러의 금액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더 큰 문제는 선풍기 값에 해당되는 1달러의 돈을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입니다. 스팸과 봇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런 방식을 선택했지만, 그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는 의문입니다. 그럴싸한 이유를 붙였지만, 결국 유료화로 넘어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에 지나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X는 이미 여러 유료화 방안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일정 금액을 내면 유명인에게 달아주었던 '블루체크(파란색 체크 표시)'를 주고, 기존 글자 수 한도를 넘어서 최대 4천 자의 긴 게시글을 올리고 수정할 수 있게 해주는 '엑스 블루'유료 서비스도 운영 중에 있습니다.


걱정되는 점은 이러한 유료화 정책은 소셜미디어의 본질, 즉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공간'을 훼손할 위험이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적은 비용이지만, SNS를 사용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유료화가 더 건강하고 올바른 공론의 장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반 쪽짜리 공론장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됩니다. 


예상이야 어찌 됐든 머스크의 실험은 다시 한번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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