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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큐 Jun 09. 2022

인터뷰 진행이 어렵다면 5가지를 기억하세요

'후..너무 떨린다.'


2021년 5월, 종로구 사직동 어느 건물 앞에서 깡생수를 들이키며 했던 생각이다. 기자로서 첫 대면 인터뷰를 앞둔 순간이었다. 8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조사 내용, 인터뷰 기획안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었음에도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어느 기업의 CMO, CEO를 뵙는다는 건 실로 떨리는 일이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는 인터뷰가 끝나고 머리가 복잡했다. 재밌는 경험이었기에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이후 매번 인터뷰를 마치면 주변 카페 또는 벤치에 앉아 노션에 아쉬운 점을 정리했다.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했는지를 적고 또 적었다. 회사 선배에게 여쭤보고 출근길마다 유퀴즈, EO 등 매끄러운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며 인터뷰어*에게 필요한 자세를 배우기도 했다. (인터뷰 때마다 머릿속으로는 유퀴즈의 유재석님을 꿈꾼다..)


*인터뷰어(Interviewer): 인터뷰 진행자 / 인터뷰이(Interviewee): 인터뷰를 받는 사람


물론 지금도 부족하다. 하지만 보완점을 찾고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이제는 인터뷰 때마다 긴장감보다 설렘이 더 크다. 최근 한 CEO분께서 "지금까지 진행했던 인터뷰 중에 가장 재밌고 유익했어요, 예리한 질문에 대해서도 편안하게 답변드릴 수 있었어요."라며 과찬해 주셨다. 1년간의 노력이 조금은 효과가 있던 것 같아 잠시나마 뿌듯했다.


인터뷰어로서 중시하는 5가지 원칙이 있다. 인터뷰 진행을 앞둔 분들이 작년의 나처럼 깡생수를 들이키지 않기를 바라며 공유한다.


1. 받아 적지 않고 경청한다.

인터뷰이의 답변과 동시에 시작되는 타이핑 소리. 첫 인터뷰 당시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 녹음을 하고 있음에도 답변 한 글자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받아 적기 바빴다.(그 와중에 능숙해 보이고 싶어 인터뷰이 분과 눈을 마주치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인터뷰할 땐 손가락을 멈추고 귀를 열어야 한다. 받아쓰기 하듯이 적기보단 인터뷰이에게 동의를 얻고 녹음하는 것이 100배는 효과적이다. 어차피 콘텐츠로 편집하려면 녹음 파일을 들으며 인터뷰이의 말을 정리해야 한다.


2. 자료조사가 철저해야 '디깅'이 가능하다

"이 내용은 어떻게 아셨어요?" 인터뷰이에게 듣는 칭찬 중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자료조사가 잘 됐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보통 질문 1에 대한 답변이 끝나자마자 질문 2로 넘어가지 않는다. 답변으로부터 파생되는 추가 질문들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이를 파고든다는 뜻에서 '디깅(Digging) 질문'이라고 표현한다.


디깅 질문은 사전 자료조사로 쌓은 배경지식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어느 푸드 스타트업을 인터뷰했던 때, "유통 채널을 넓히기 위해 편의점을 공략했다."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자료조사하며 봤던 편의점용 버전은 이전 제품과 성분 및 패키지가 달랐기에 제품에 변화를 준 이유를 여쭤봤다.


콘텐츠 내용이 깊이 있으려면 디깅 질문이 중요하고, 순간적으로 이러한 질문을 생각하기 위해선 철저한 자료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인터뷰할 브랜드의 기존 인터뷰 콘텐츠를 꼼꼼히 읽고, 인스타그램의 모든 게시물을 살펴보는 이유다.


3. 인터뷰이에게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짧으면 30분, 길게는 1시간가량의 인터뷰 동안 인터뷰이가 100% 집중력을 쏟아내기란 무리다.


따라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쉬는 시간이란 인터뷰이가 한숨 돌릴 수 있도록 인터뷰어가 소소한 토크를 풀어내는 과정. 이를테면 답변에 공감을 표하며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거나 적당한 농담을 던지는 식이다. 실제로 질문 2~3개가 끝날 때마다 쉬는 시간을 갖는 편이다. 길어도 3분이 넘지 않는 순간이지만 인터뷰이가 집중력을 충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4. 기획안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기획안(질문지)을 적을 당시 알지 못했던 후킹한 내용을 들을 때가 있다. 자료조사를 열심히 했어도 기획안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짜놓은 내용 구성으로만 시야를 좁힐 경우, 인터뷰에서 얻을 수 있는 후킹 포인트를 놓치고 만다. 아끼는 기획안일수록 '방향을 잘못 잡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5. 헷갈리는 부분은 솔직하게 짚고 넘어간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을까요?"라고 질문하기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너무 당연한 내용인데 내가 이해하지 못했나?', '제대로 이해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여쭤보는 게 효과적이다. 이해한 내용을 공유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해당 내용을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할지 등 세부적인 방식을 정할 수도 있다.


디자이너 출신 CEO 분과의 인터뷰에서 공간 기획의 3요소를 들은 적이 있다. 디자인 용어도 언급됐던 터라 화이트 보드에 이해한 내용을 도식화해서 그린 후 인터뷰이분께 재차 여쭤봤다. 아마 이 과정이 없었다면 비전공자인 내가 디자인 Tip을 정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거다.


인터뷰는 매번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경험이다. 인터뷰이가 시간을 내주고, 여러 답변을 한 편의 콘텐츠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인터뷰의 매력을 느끼려면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팁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인터뷰 때마다 드는 생각을 정리하고 다양한 팁을 도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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