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태국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by Joy


2년 만에 다시 찾은 태국은 나에게 익숙한 친정집 같은 기분이 드는 도시다.

물론 방콕은 살았던 곳은 아니어서 몇 군데를 제외하면 여전히 새로운 곳이기도 하다.


오래전 치앙마이에서 살던 기억이 스르르 떠올랐다.

태국의 치앙마이는 내게 친정집 같은 곳이다. 20대에 처음으로 집을 떠나 긴 시간을 보냈던 도시였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마주했던 시간이었다.

익숙했던 환경과는 전혀 다른 상황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 새로운 환경과 함께하며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익숙한 곳을 떠난 이유는, 지금까지의 삶이 나를 위한 삶이었다면

한 번쯤은 오롯이 타인을 위해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길은 타인을 위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결국 나를 위한 시간이기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나. 내 생각이 이렇게까지 흘러갈 수 있구나

내 성격이 이랬었나 싶을 정도로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그 시절의 기억 속에는 좋았던 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함께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에게 그 시간은 참 좋았던 시절로 남아 있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조금은 성장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그 1년이라는 경험을 통해 생각과 가치관이 많이 변화했다.

진짜 중요한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여럿이 함께 사는 공동체 생활 속에서 불편함도 있었지만

좋은 친구들과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함께 호흡 맞춰 살아갈 수 있었던 시간은

떠나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깨달음을 주었다.


그 모든 추억 덕분에 태국은

언제든 편하게 떠날 수 있는 곳,

언제나 나를 안아줄 것만 같은

익숙하고 따뜻한 나라가 되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남편과 함께한 방콕이었다.

여러 가지 목적을 안고 떠난 여정이었다.


며칠 여행하는 짧은 시간 동안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카오산 로드를 거닐고,

예전에는 혼잡하기만 했던 시장의 기억과 달리

몰라보게 잘 정리된 짜뚜짝 주말시장을 관광객의 시선으로 둘러보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길거리 음식도 맛보았다.

이곳에 오면 꼭 마시는 땡모(수박) 주스도 빠지지 않았다.


검색에서 유명하다고 했던 도심 속 룸피니 공원도 함께 걸었다.

조금은 뜨거운 날씨였지만, 방콕에 혼잡한 공간에 생각보다 큰 공원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고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관광객이면 다 가본다는 방콕의 핫한 쇼핑몰 아이콘 시암,

태국에 와서 실크를 세계에 알린 미국인 짐 톰슨의 옛 집.

세련된 카페. 레스토랑. 바가 많아 트렌디한 핫플 지역인 수꿈빛 통로

일본인 거주자가 많아 거리와 가게 곳곳에서 일본 특유의 정서가 느껴져

마치 일본 같은 느낌마저 드는 동네도 다녀왔다.


하루 종일 정말 많이 걸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현재 태국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았다.

그 사이 이곳에도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천천히 걸으며 도시를 바라보는 일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남편이 일을 하는 동안, 나는 카페에서 혼자 보내는 느긋한 시간도 즐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태국 음식이다.

고수를 못 먹던 내가, 그곳에 살면서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매번 먹을 때마다 “맛있다”를 연신 외치며 식사를 했다.

다만 배가 금방 차 하루에 많은 음식을 맛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과일 또한 태국 여행의 큰 즐거움인데,

좋아하는 두리안을 이번에는 먹지 못해 더 아쉬움이 남는다.


오랜만에 함께한 이곳의 시간은 즐겁고 편안했다.

오랜만에 만난 태국은 여전히 친근했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