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곳으로의 초대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대만.
습한 공기 속에서도 공항 곳곳에 반가운 한국어 ‘환영합니다’ 문구가 보이는 순간,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마음이 풀렸다.
대만은 두 번째 방문이지만, 기억은 희미해져 있었다.
오래전… 사랑하는 동생의 연애에 작은 힘이 되고 싶어 떠났던 여행.
그리고 이번에는 사랑하는 남편의 일정에 함께하며 다시 밟게 된 땅.
같은 나라라도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다가왔다.
다시 만난 대만은 놀라울 만큼 새로웠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도시의 결은 다채로웠다.
우리가 머문 지역은 대만 사람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사람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거리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먹거리, 지금은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대만 디저트와 음료들…
비가 내려도 그 향과 색감들은 흐려지지 않았다. 나름의 운치도 있었다.
첫날부터 우산을 쓰고 오래 걸어 다녔다.
비가 오히려 선선함을 더해줘, 여행의 리듬을 천천히 맞춰줬다.
우연히 들어간 한 카페는 문을 여는 순간부터 마음을 움직였다.
오래된 흔적이 곳곳에 있고, 곳곳에 빈티지 느낌의 소품들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익숙하지 않은데 편안한, 처음인데 오래 알고 지낸 공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미리 계획하지 못하고, 갑자기 함께 온 거라 멀리 나가지 않고 ‘전철로 닿을 수 있는 대만’을 느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놀랄 만큼 많은 곳을 발견하였다.
여러 곳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장소는..
오래된 양조장을 새롭게 해석한
Chiayi Cultural and Creative Industries Park.
낡은 구조물들의 숨결을 간직한 채 카페·전시·디자인숍으로 채워져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멋을 최대한 살려낸 그 공간은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감각적인 다리 같았다.
그리고 오래전 담배 제조 공장이었던
Songshan Cultural and Creative Park.
지금은 전시, 디자인숍, 공연장이 공존하는 큰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
너무 넓고, 너무 알차고, 너무 잘 활용되고 있었다.
행사 기획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완벽한 공간.
공간을 보는 순간부터 무수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입점한 다양하고 다채로운 디자인숍들을 둘러보며,
‘이 나라 참 흥미롭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대만.
이번에는 조금은 제대로 느낀 것 같다.
아마 맑은 날이었다면 더 아름다운 풍경들을 봤겠지만,
비 오는 대만은 또 다른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지치지 않을 정도의 선선함, 잔잔히 젖어드는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는 도시.
대만은 조용한 듯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살아있는 에너지가 있었다.
젊은이들이 움직이고, 오래된 것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깨어나며
여전히 변화하고 있는 나라.
그 비의 도시에서, 나는 또 하나의 기억을 천천히 마음속에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