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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라이트 Sep 17. 2018

스타트업이 꼭 알아야할 법률, 계약, 투자 등의 모든것

ㅍㅍㅅㅅ 리승환

1.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가 된 이유: 스타트업이야말로 법률 전문성이 필요하다  


리(이승환 ㅍㅍㅅㅅ 대표):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조원희: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대표변호사 조원희입니다. 사법고시 합격한 후 태평양에만 16년 일했습니다.


잘나온 사진 보내달라고 하니, 이런 셀카를 보내는 아저씨다


리: 태평양 16년쯤 있으면 그래도 연에 한 3억은 벌지 않아요?


조원희: 파트너가 되면 그 이상 벌죠. 크게 보면 로펌은 어소시에이트(associate)하고 파트너(partner)로 나눠요. 어소시에이트는 월급을 받는 근로자 개념이고, 파트너는 일종의 동업자 같은 관계에요. 자기가 한 만큼 그에 대한 대가를 가져가는게 파트너죠.


리: 태평양 떠나서 여기로 오니까 수입은 얼마나 줄었어요?


조원희: 지금 한 1/4? 반의 반토막이죠.


리: 그 좋은 직장을 왜 때려치고…


조원희: 제가 태평양에 있을 때 기술과 관련한 일을 하다보니, 스타트업이나 기술벤처를 많이 상대하게 됐어요. 일을 해보니까 법무팀과 일하는 것보다는, 작은 기업과 같이 성장하고 의사결정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이 쪽이 앞으로는 큰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도 장기적으로는 어렵다고 보고, 결국 네이버 같은 곳도 스타트업에서 나온 거니까요.

초기 네이버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아재


리: 연수입 확 줄면 마음 아플 것 같은데…


조원희: 사회적 기여를 좀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물론 태평양 같은 큰 로펌들이 사회적 기여를 하긴 하는데, 아예 사회적 기여가 메인 미션인 로펌을 해보고 싶어진 거죠.


리: 뭐, 확 줄었긴 해도… 스타트업에 법률 자문하는 것 치고는 먹고 살만큼은 버네요?


조원희: 아, 지금 저희 고객들이 스타트업들만 있는 건 아니에요. 대기업과 일반 기업에서 돈을 벌고, 스타트업은 몸빵하는 쪽에 가깝죠. 돈을 안 받는 건 아니지만 스타트업 자문은 꽤 많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임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리: 왜 스타트업에 법률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거죠?


조원희: 막상 와보니까, 정말 스타트업에 필요한 법률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적었어요. 왜냐면 투자 계약이나 이런 건 일반 소송 서비스와 달라요. 소송은 저년차라도 그냥 맡아서 열심히 하면 돼요. 근데 투자 계약 같은 건, 일정기간 이상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정확하게 조언하기 어렵거든요. 스타트업도 조금만 단계가 지나서 리걸 피(법률서비스 이용료)를 낼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어느 변호사가 이분야를 잘하는지 찾는단 말이에요. 그런데 정작 스타트업이 자기에게 딱 맞는 법률 서비스를 원할 때 찾아갈 수 있는 로펌이 사실은 별로 없어요.


리: 이걸 해본 변호사들이 드문가요?


조원희: 대형 로펌은 변호사들마다 자기 전문 분야가 있기 때문에, 내 분야의 일을 다른 누구에게 맡길 수 없어요. 저 정도 연차와 전문성이 있는 다를 변호사님은 또 그만큼 일이 많고요. 미국 특허 소송, 기술 관련 조인트 벤처, 엔터테인먼트 M&A… 이처럼 좀 특화된 분야는 쉬이 대체하기 힘들죠. 이런 일이 스타트업에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 조건부 승인에만도 긴 시간이 걸렸다. / 출처: 머니투데이


리: 그런 일은 특화도 특화지만, 애초에 실제 경험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아요. 변호사들이 좀 도제식으로 일을 하나요?


조원희: 그렇죠. 완전 도제식이죠. 아까 말한대로 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씩 자기가 딜을 해보면서 경험하는 수 밖에 없으니까… 이런 시장은 정말 대형 로펌들만 알고 있는 시장인 거죠. 다른 개업 변호사들이 아무리 이걸 하고 싶어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전문성을 쌓을 수 없죠. 그런데 대형로펌 주고객은 대기업이고, 스타트업은 변호사 자체에 문턱이 있죠. 그래서 스타트업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하는 변호사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근데 변호사님도 마찬가지겠지만, 변호사라고 모든 영역의 문제들을 다 알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내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 어떤 변호사에게 물어봐야 할까요?


조원희: 그게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거죠. 대형로펌들은 대부분 다 자기 전문 분야가 정해져 있어서, 누구에게 물어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요. 제가 처음에 스타트업 쪽에 들어왔을 때, 저는 여기가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했어요.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형 로펌에 갈 수 없으니까 저년차 변호사들이 들어올 거라 생각했죠. 


2. 동업에 관하여: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꼭 알아야 할 사실


리: 큰 기업 같은 경우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비즈니스 구조가 명확하잖아요? 그런데 스타트업은 맨땅에 부딪히면서 시작하니까, 자기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기 힘들어요. 그럼 분쟁 가능성이 더 큰가요?


조원희: 그렇죠. 스타트업은 동업계약을 생각해보면 돼요. 처음에 동업자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가 일하는 1년 반 동안에만도, 코파운더들 사이에서 분쟁이 생겨서 회사가 휘청하거나 폐업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리: 왜 그런 일이 생길까요?


조원희: 이 코파운더들이 처음엔 대부분 계약을 맺지 않아요. 이슈가 생겼을 때 인간 관계로 풀기도 하지만, 서로 갈길 가자든지, 한 사람이 책임을 진다든지, 이런 경우가 많이 생기죠.


리: 굉장히 자주 있는 경우 같은데, 그렇다면 동업 계약서에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조원희: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동업이 파기되었을 때 주식의 처분을 어떻게 할거냐’예요. 사람은 떠나도 회사는 유지돼야 되니까요. 그러니까 저랑 이대표님이 지분을 50대50으로 회사를 만들었어요. 당연히 처음에는 끝까지 같이 하는 걸로 생각했겠죠. 그런데 한 사람은 밤낮없이 일을 하는데, 한 사람은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해요. 그러다보면 ‘쟤 파운더 맞어?’, 이런 의심부터 들고, 갈등이 생기고 싸우는 거죠.

영화 〈소셜 네트워크〉로 유명해진 윙클보스 형제도 마크 주커버그와 죽어라 싸웠다(…)


그러다 한 사람이 ‘너가 혼자 다해’, 하고 나가는데, 주식은 50% 들고 있어요. 그럼 남은 사람이 지분 50%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열심히 할 이유가 없잖아요. 폐업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보통 일도 아니고. 2명이 이런데, 여러명이면 더 힘들어요. 투자자가 있으면 빼도박도 못하고요. 이처럼 서로 이해관계가 안 맞아서 일부가 떠날 경우에, 주식의 처분을 어떻게 할 거고 그 가격을 어떻게 할 거고, 그런 걸 미리 넣어두는 게 중요해요. 파운더로 의무를 다 못하는 경우에, 그 사람을 어떻게 처우할 거냐, 이런 부분도 미리 정해야 하는 거죠.


리: 애매한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요. 초기에는 같이 개처럼 일하다가, 나중에는 노동법 위반이라고 말하는 케이스도 본 적이 있어요.


조원희: 초기 파운더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임원으로서, 사실상 동업을 하는 구조니까요. “파운더급”이라는 표현 많이 쓰잖아요. “파운더”가 아니라 “파운더급”. 파운더와 비슷한 대우를 해준다는 건데, 사실 명확한 지위는 근로자인 경우가 많아요. 자기는 파운더인줄 알고 밤낮없이 일했는데 어느날 보니까, 내가 파운더가 아니에요. 내가 가진 주식도 1~2% 밖에 안되고요.


리: 주식은 1주밖에 없는데 명함은 이사로 나오고, 그러는 케이스도 있더라고요.


조원희: 그렇죠. 사실 그 분은 그냥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갈등이 되게 많아요. 내가 파운더가 아니었네? 내가 근로자였다면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이제부터 행사하겠다. 그래서 야근 수당 다 청구하는 경우도 있고…


리: 법적으로 “파운더”라는 지위가 있나요?


조원희: 그러니까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이 사람이 법인의 ‘이사’냐, ‘등기 이사’냐가 중요한 거죠. 등기이사가 아닌 경우는 이사라고 불러도 피용자, 근로자인거죠. ‘내가 이사니까, 파운더급이야. 그러니까 임원 급으로 최선을 다해야 해’, 이러지만 “동업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있어요. 등기이사가 아니면,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벗어나려면 ‘등기이사’로 등록시켜야 해요.


그 큰 회사도 ‘등기이사’는 많지 않다. / 출처: 철강금속신문


리: 단순히 등기이사로 올린다고 끝은 아닐텐데, 계약서에 또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까요?


조원희: 아까 말씀드린대로에요. 가장 기본적인 건 지분 문제죠. 지분을 언제 팔고, 언제 매각할 수 있고, 언제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고, 어떤 의무를 해야 하고, 이런 것들이 들어가야되는 거죠.


리: 말씀을 들어보니 미국 스타트업 계약서가 떠오르네요. 지분에 대해 굉장히 복잡하게 서술되어 있더라고요.


조원희: 한국 정서상 서로 좋게 좋게 시작하니까, ‘이렇게까지 우리가 해야 하냐’, 이렇게 한 사람이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걸 요구하기가 어려워지니까 보통 심플하게 가죠. 제가 봐도 미국에서 일하다 온 친구들이 계약서를 명쾌하게 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리: 창업 단계에서 동업 계약서를 쓰면 확실한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계약서를 쓰지 않고, 창업한지 좀 지났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조원희: 그때라도 쓰라고 하죠. 왜냐면 창업 시작 시점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결국 회사가 잘 될 때, 어려워질 때 문제가 되는 거니까요. 창업 팀이 오면 그 팀이 6개월이 되었든 2년이 되었든 동업 계약서가 없으면 그걸 쓰라고 이야기를 해줘요.


리: 일반적인 직원들과의 근로 계약서에도 꼭 들어가야 하는 조항인데, 사람들이 놓치는 것들이 있나요?


조원희: 근로 계약서 같은 경우는 52시간 이슈가 있지만, 결국은 추가 근로죠. 연장 근로, 주말 근로… 사실 근로 부분이 계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지켜지는 거죠.


그래서 포괄임금제를 많이 쓰는데, 이걸로 무조건 끝은 아니다


리: 사실 조그만 기업은 아무도 안 지키죠. 심지어 대기업도 포괄임금제로 하고 있는데…


조원희: 그게 힘든 이슈죠. 저는 당연히 처음에는 포괄계약을 말씀드려요. 문제는 포괄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시간의 제한이 있으니까요. 그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문제인데, 서로가 확실하게 지켜야 해요. 요즘 공유 오피스 같은 곳도, 다 지문 인식해서 들어가잖아요?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언제 출퇴근했는지 찾아보려면 확인을 할 수 있는 상황인 거예요. 지킬 건 제대로 지키려는 의식이 필요해요. 


3. 초기 투자에 관하여: 공정한 첫 계약을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리: 표준 근로 계약서나 표준 투자 계약서 같은게 존재하잖아요. 이거대로 그대로 가면 어지간한 문제는 없나요?


조원희: 표준이라는 건 딱 중간인 것 같아요. 서로의 협상력을 고려하지 않고 어느 정도 양보한 상태죠. 근데 투자 계약서 같은 경우는, 한국VC협회에서 만드는게 표준계약서예요. 기본적으로 VC들이 쓰는 계약 자체가 완전히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성돼 있죠. 그게 마치 관행처럼 쓰이다보니 투자 환경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많이 빡빡하죠.


리: 그밖에는 계약서의 어떤 부분을 공들여야 할까요?


조원희: 그 다음 문제는 투자인 것 같아요. 창업을 해서 잘 성장했고, 서비스도 나왔어요. 그러면 결국, 엔젤이나 시드 라운드의 투자를 받고 여기서 한번 점프 업을 해야 하죠. 이때가 회사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죠. 또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향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조건으로 해야 하는데, 워낙 우리나라는 엔젤투자부터도 내용이 다 들어가 있으니까… 투자의 조건은 이후에도 계속 붙거든요. 그러니 점점 더 힘들어지는 거죠.


리: 그러면 되도록 심플한 계약서를 추천하시나요?


조원희: 적어도 엔젤단계에서는 그래요. 엔젤 단계에서는 웬만하면 동의권이나 이런 거 없이, 증자를 할 때 주주 동의 받고 이런 것도 없이 가는 게 맞죠.


요즘은 많이 정상화됐지만, 엔터사는 예전에 이런 수준이었다(…)


리: 하지만 주주들은 나름의 자기 권리를 지키려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조원희: 기본적으로 상법상, 주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가 있어요. 엔젤 투자 정도는 그냥 상법에 나와있는 권한 정도를 행사하면 되는 거죠. 정말 단위가 크고 이러면 몰라도… 적어도 시드 라운드 같은 단계까지는 보통주로 들어가는 게 당연하죠. 지금 한국에서도 추진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 계약’ 같은 게 정착되고 있어요.


리: 그게 뭐죠(…)


조원희: 컨버터블 노트는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내가 투자하고 싶은데, 투자하는 회사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초기투자자들이 무리하게 회사 가치를 낮춰서 들어가려 해요. 근데 미국에서는 어떻게 많이 하냐면, 지금은 어차피 회사 가치 판단을 못한다고 가정해요. 대신 예컨대 시리즈A 투자가 돼서 회사의 가치가 결정되면, 그 가치를 기준으로 몇 % 디스카운트 받겠다고 하는 거죠. 적어도 시리즈 투자를 받을 때 회사 가치 평가가 엔젤 단계보다는 쉽잖아요? 그러면 회사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 없이, 일단은 투자할 수 있는 거죠. 우리는 엔젤 단계부터 이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볼 거냐, 이걸 두고 서로 신경전을 하고 하는 거니까 그만큼 더 복잡한 거죠.


리: 컨버터블 노트 방식이 미국에서는 보편화돼 있나요?


조원희: 미국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투자 방식이 컨버터블 노트예요. 한국 투자자들 탓할 문제는 아니에요. 아직 한국에서는 그런 방식을 쓰기 어려운 게, 주식을 발행할 때 발행가를 사전에 정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는 상법상 그 제도를 바로 도입하기 힘들어서, 최근에 중기청에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컨버터블 노트를 벤처기업 창업진흥법에 도입하겠다는 얘기가 있었죠. 애초에 정부 펀드들조차 이 방식을 쓸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리: 변호사들이 흔히 하는 방식이 이걸로 안되면 우회할 수 있는 루트를 찾는거잖아요.


조원희: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스타트업 같은 경우는 변호사들이 막 우회해서 방법을 찾을 만큼의 시장은 아니에요. 상법 개정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특별법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는 정도예요.


리: 엔젤투자 관련해서 스타트업 사람들이 질문을 많이 할 것 같은데, 그때 ‘이건 꼭 피해라’, 또는 ‘이건 꼭 지켜라’ 하는 건 뭐가 있을까요?


조원희: 첫 번째는 절대로 이해관계인으로 들어가서 연대보증하지 말아라.


리: 엔젤투자해주면서 연대보증까지 시키면 자긴 아무 손해도 안보겠다는 거잖아요(…)


조원희: (웃음) 그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가급적이면 동반매도권(Tag along)이라든지 풋옵션이라든지 이런 건 넣지 말라는 거죠. 동반매도권은 내가 주식을 팔아야 할 때, 대주주가 주식을 팔 때 엔젤 투자자의 주식도 같이 팔아줘야 하는 거예요. 거의 대부분 들어가요. 95% 이상 들어가요.


웃으면서 도장 찍었다가 힘들어하는 창업자가 많다


리: 그게 또,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장치 아닌가요?


조원희: 그런데 대부분 계약서에는, 대주주는 주식을 못 팔게 되어있어요. 근데 부득이하게 파는 경우에도 항상 엔젤투자자의 주식을 같이 팔아야 한다거나, 이런 게 들어가서 문제인 거죠. 풋옵션 같은 경우에는 대주주가 뭔가를 잘못했을 때, 투자자가 대주주에게 투자한 주식을 대주주 너가 사가, 이런거거든요. 그런데 보통 그 요건이 굉장히 브로드해요. 예컨데 투자 계약을 위반한 경우, 형사 상 책임을 지는 경우, 분쟁이 발생한 경우, 이런 사소한 경우에도 투자 받은 돈을 개인이 뱉어내야할 수 있어서, 그걸 주의하라는 거죠. 


4. 시리즈A에 관하여: 쉽게 받을 수 없기에, 그만큼 조심해야 하는 돈과 계약


리: 시드나 엔젤 투자에서 이렇다고 하면, 동반매도권이나 풋옵션이 시리즈A에서는 들어가도 된다는 건가요?


조원희: 거긴 거의 100% 들어가게 되죠. 기본적으로 금액도 크지만, 이걸 들어온 사람들은 결국 차익을 남기기 위해서 들어오는 거란 부분을 좀 고려해주는 거죠. 시리즈 A는 훨씬 더 복잡해요. 지금 말씀 드린 것 외에도 기본적으로 동의권, 사전통지, 증자 우선 참여, 우선 매수권 행사… 이외에 이것저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 등, 뭐 거의 모든 게 대부분 표준계약에 다 들어있죠.


리: 그러면 시리즈A부터는 정말 꼼꼼하게 가야겠군요.


조원희: 시리즈A 계약서를 제대로 안 쓰면, 이게 결국 시리즈B, 시리즈C까지 다 연결이 돼서, 정말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죠.


대충은 이렇고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 출처: 비즈업 브런치


리: 그러면 사실 시리즈A 받기 전부터, 온갖 법률 검토를 받아야할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때까지는 사실 변호사를 쓸 여유가 별로 없을텐데요. 시간당 상담 받을 때 20만 원은 줘야 하지 않나요?


조원희: 그렇죠. 지금 그런 상황이 제일 문제죠. 저희가 지금 최대한 저렴하게 한다고 스타트업 레이트를 별도로 정한 게, 변호사 기준으로 최저 10만 5천원에서 가장 비싼 변호사가 23만 원 까지니까요.


리: 더 큰 문제는 스타트업에서는 무엇을 상담받아야할지 모른다는 점이라 생각해요. 내가 법에 저촉되는 것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이런 현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조원희: 그게 사실 정말 어려운 건데… 온라인 계약서를 서비스를 하려고 했던 게, 폼(form)을 상대방이 먼저 던져도, 스타트업에서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동반매도권이다 뭐다 써 있으면, 스타트업 처음 하시는 분들은 읽어도 그 정확한 의미를 모르거든요. 이걸 내가 꼭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업계 관행이 어떤지… 전환 사채다, 그러면 전환비율이라든지 전환가액 조정이라든지, 이게 얼마인지 잘 모른단 말이에요. 이게 시장의 일반적인 관행이냐 아니냐만 알아도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5. 위법에 관하여: 스타트업이 법률 문제를 꼭 고려해야 하는 이유


리: 일상이 모두 법으로 둘러싸여 있잖아요. 자기도 모르게 위법한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조원희: 제가 스타트업 상담해보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위법한 경우도 되게 많아요. 콘텐츠 저작권 문제는 너무나 흔하고, 풀러스 같은 공유 비즈니스 사례도 많죠. 또 부동산 쪽, 금융 쪽은 규제가 정말 많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사전에 비즈니스 모델을 정할 때 규제를 하나 하나 꼼꼼하게 살펴야 해요. 특히 금융과 부동산은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서 스타트업 상담하는 변호사들 찾아가서 물어봐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법적 리스크가 굉장히 많은 분야죠.


리: 리스크가 많지만 그러니까 또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조원희: 어떻게 보면 복불복인데, 스타트업은 모르니까 그냥 지르고 나가는 거예요. 이게 잘 성장하면 주위에서 얘를 좀 살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올 수라도 있죠. 성장하지 못하면, 그냥 법률 위반이라고 처벌 받고 끝나버려요.


문제는 온갖 게 다 법률에 걸린다(…)


리: 맞는 말씀입니다. 몰라서 했는데 하다 보니 매출이 막 늘어나고 공격이 들어오기 시작하죠. 이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조원희: 바꿔야죠… 우리나라 법 상 법률의 부지(不知), 이것이 위법성에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인지한 순간 서비스를 바로 바꿔야 하는 게 맞아요. 그러니 최소한 본인의 비즈니스가 법률 측면에서 어떤 리스크를 안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둘 필요는 있어요. 어디까지가 적법한 테두리 안에 있는지, 명백하게 불법인지, 그레이 영역인지, 이 세 가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거죠. 여기서 그레이 영역이 정말 중요해요. 이 안에서 얼마나 리스크를 짊어질 건지 의사 결정의 영역이거든요. 명백히 위법인 건 어차피 해도 안되기 때문에, 여기에 노력을 쏟을 필요가 없는 거죠.


리: 그레이 영역은 법률인들도 불법인지 합법인지 말이 갈리는 거죠? 


조원희: 그렇죠. 이걸 피해나가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여요. 여기서 써도 되는지 안되는지 모르겠는데, 저희도 온라인 법률 서비스를 위해 법인을 세웠단 말이에요. 저희 법무법인의 100% 자회사죠. 그런데 변호사법에서는 법률 서비스는 변호사만 할 수 있게 되어있어요. 만약에, 법무법인이 세운 100% 자회사인 주식회사가, 온라인 법률 서비스를 한다고 할 때 이걸 변호사가 하는 거라고 봐야 하느냐, 이런 이슈도 있는 거죠.


리: 왜 굳이 자회사를 만들었나요?


조원희: 법무법인은 무한책임(출자자가 기업에서 빌린 돈을 모두 갚아야 함)이거든요. 모든 책임을 파트너들이 다 져야 해요. 근데 B2C, B2B 이런 온라인 서비스를 하면서 무한책임을 지고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유한책임(출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돈만 날리면 끝) 범위 내에서 하려면, 주식회사 같은 상법상 제도를 활용할 수 밖에 없어요.

물론 연대보증 걸리면 그런 거 없으니 다들 주의합시다(…)


리: 골때리는 게 많네요. 반대로 변호사이기에, 방어가 용이한 것 같기도 하고요. 공격 들어올 때, 이런 이유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조원희: 그렇죠. 변호사가 기업 자문하는게 주로 그런 영역이죠. 뭔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향후 정부에서 규제를 이야기할 때를 대비하는 거죠. 우리는 이러이러한 고민을 미리 했고, 그래서 이런 준비를 해서 서비스를 런칭했다. 우리가 불법을 저지르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이런 논리를 만들어두는 거다… 


6. 특허와 상표에 관하여: 의외로 잘 모르지만 중요한 영역


리: 특허나 상표권은 스타트업에서도 많이 중요한가요?


조원희: 중요하지만, 우선 순위에서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일단 많은 스타트업들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쪽을 많이 하다보니, 특허를 받기 어렵거나 특허를 받아도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대신 제조업 쪽을 하는 곳들은 특허가 중요하죠.


리: 특허가 제조업 쪽에서 훨씬 중요한 건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가요?


조원희: 특허는 물건이나 방법에 대한 독점권을 주는 건데, 온라인 서비스는 우리가 흔히 BM이라고 하잖아요. 비즈니스 모델 특허. 비즈니스 모델 특허는 받기도 어렵고, 받아도 권리 행사가 힘들어요. 그래서 이걸 받는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이걸 못하게 하는 의미라기보다는, 우리가 이렇게 기술이 있다…


리: 정부 지원 좀 받을 때나 유용하겠군요(…)


조원희: 그렇죠.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도 제조업 쪽은 기술의 내용이 명확하게 파악이 되니까 필요하죠. 또 제조업은 수출을 가능성도 높으니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이런 거 많으면 정부지원사업 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리: 상표권은 어떤가요?


조원희: 상표는 사실 초창기에 설립할 때만 제대로 검색해서 출원하면 되는 거긴 해요. 저희 법무법인이 ‘디라이트’라는 이름을 쓰는데, 초창기에 상표 출원을 할까말까 고민했어요. 상표는 분야별로 하기 때문에, 법률 서비스 분야에만 없으면 상표 출원을 할 수 있거든요. 누가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디라이트라는 이름을 쓰겠냐, 굳이 안 해도 되겠다 싶어서 냅둘까 했어요. 그래도 내가 전공이 이쪽인데, 이러면서 출원을 했죠. 근데 정말 아이러니하게 3일 뒤에 누가 같은 분야에다가 딜라이트라는 상표를 출원한 거예요. 만약 우리가 상표 출원을 안 했으면, 이름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을 수 있는 거죠. 그러니 되도록이면 등록하길 권해요.


리: 상표권을 출원만 해놓고 안 쓰거나 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 경우 누가 그걸 사용하거나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조원희: 상표는 3년 간 안 쓰면 제삼자가 취소시킬 수 있어요.


리: 반대로 계속 쓰고 있는데, 상표권 출원을 안 했는데, 누가 몇 년 뒤에 그 이름으로 출원했다고 하면…


조원희: 상표법이 바뀌어서, 선사용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생겼어요. 내가 선사용을 했다는 걸 증명하면, 침해 문제로부터는 피할 수 있어요. 그래도 결국 그사람이 상표권자기 때문에, 내가 상표를 쓰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죠.


루이비통닭(…) 등 어설프게 재미 보려 하면 위험합니다(…)


리: 골아프네요. 이를테면 동네 구멍가게가 “동네 슈퍼”라는 이름을 쓰는데 누가 “동네 슈퍼”를 상표권 등록을 했어요. 이럴 경우 되게 애매해지지 않나요? 만약 강원도 두메 산골의 동네 슈퍼라면…


조원희: 아이러니하게 제가 어제 특허청 조정을 했는데, 그런 거랑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요. 어떤 분이 중국집 이름을 상표로 낸 거예요. 근데 중국집이라는건 동네 시장에도 있는 거잖아요. 부산에 있는 회사가 ABC라는 중국집 이름으로 상표를 냈다고 해요. 서울에 있는 회사가 ABC라는 중국집 이름을 써도, 부산에 있는 상표권자에게 침해가 발생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도 이론 상으로 침해는 맞아요. 다만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았기에, 못쓰게는 할 수 있지만 돈을 내라고는 할 수 없는 거죠.


리: 특허는 변리사의 영역으로 알고 있어요. 인사는 노무사의 영역이죠. 이분들과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떤 부분이 다른가요?


조원희: 행정청과의 실무냐 아니냐가 기준이 된다고 보면 돼요. 노동청, 중앙노동위, 이런 행정청의 절차들은 노무사 분들이 훨씬 잘 알고 익숙한거고. 변리사 분들은 특허청 출원이나 심판을 많이 하시죠. 그 외에 법원에서 하는 일, 또는 법률 해석은 변호사들이 더 익숙한 거죠. 


7. 소송에 관하여


리: 소송을 많이 경험하잖아요. 너무 광범위한 질문이긴 한데, 소송을 해야 할 때와 안 해야 할 때.


조원희: 첫 번째, 감정적으로 결정하지 말아라. 많은 분들이 소송을 해봤자 실제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질 수 없으니까,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걔가 나를 어떻게 보겠냐, 이런 마음으로 500만 원을 받기 위해 변호사비를 300만 원을 쓴다, 이런 의미가 없는 소송이 많거든요. 일단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뭐가 실질적으로 나에게 이익인 건지 고민을 하면 기준이 나올 것 같아요.


리: 스타트업의 경우 개인도 있지만 법인 대 법인, 법인 대 개인이 많잖아요. 사실 상 소송은 이성적으로 볼 때 본인이나 법인의 이익이 될 경우만 해야 하는건가요?


조원희: 제 생각은 그게 원칙이에요. 만약에, 소송 자체보다도 다른 뭔가와의 연관성 때문에 소송을 하는게 더 유리하다고 한다면 하는 거지만, 그렇지 않다면 소송 때문에 드는 스트레스나 시간, 감정적 낭비를 고려하면 안 해도 좋은 경우가 많은 거죠.


리: 안 하는게 차라리 낫다는 거죠?


조원희: 제 생각은 그래요.


결국 서로 감정은 감정대로 상하고 손해만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리: 소송을 안 한다고 하면 두 가지인 거잖아요, 협상을 어떻게든 하거나, 아니면 더러워도 내가 참는다.


조원희: 양쪽 모두가 필요하죠. 일례로 어떤 기업에서 직원이 하나 나갔어요. 고용노동청에다가 야간 근로 수당 같은 걸 다 달라고 300만 원을 청구했어요. 근데 안주는 거예요. 사장 입장에서는, 그간 얼마나 잘해줬는데 적반하장 격으로 나에게 청구를 하냐, 이런 억하심정이 드는 거죠. 그렇게 싸우다가 중간에 불안해지니까 변호사 선임해서 물어봐요. 결국 그 비용만 500만 원이 깨져요. 차라리 기분 좀 더러워도, “150만 원 줄 테니 마무리 하자” 이러면 끝났을 일이에요. 비용도 비용이고 얼마나 감정적으로 소모됐겠어요? 그 사람에 대한 비용과 원망과… 이런 경우가 너무 많은 거죠.


리: 그럼 보통 스타트업에서 찾아올 때 소송하라고 하는 건수는 열 개 중에 몇 개나 될까요?


조원희: 두세 개? 돈이 걸려도, 그 돈이 별로 큰돈이 아니라 소송을 하더라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또 돈과 관련된 소송이면 판결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방이 그 돈을 갚을 만한 재정적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경우가 많죠. 집행할 수 있는 재산도 없고…


이런 식으로 하지 말자


리: 그럼에도 하라고 권유하는 경우는 어떤 건가요?


조원희: 예를 들어 투자자가 있는 케이스에요. 내가 이 문제를 뭔가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마무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책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런 경우는 소송할 수 밖에 없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는. 최근에 제가 도와드렸던 회사는 한국에서 투자자를 받았어요. 그런데 해외 쪽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계약 위반이 있었어요. 투자자의 동의를 받고 그 돈을 썼어야 했는데, 동의를 안받고 해외 법인에 필요한 비용을 쓴 거죠.

근데 해외 법인은 보통 100% 자회사가 아닌가요?

설령 100% 자회사라도 이 돈은 국내 법인을 위해 쓰도록 준 거니까요. 그래서 이분이 결국 형사 고소도 당하고 민사소송도 당했어요. 이분이 원래 미국에 사시다가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해보겠다고, 가족도 두고 한국에 와서 혈혈단신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이거든요. 이 일로 너무나 힘들어했죠. 형사 고소는 무혐의로 끝났고. 계약 위반은 계약 위반이니까 민사는 졌어요. 이분이 열심히 뛰어서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투자를 받게 되고, 원금 갚을 테니 분쟁을 종결하자고 겨우 끝냈어요. 


8. 투자라는 족쇄에 관하여: 받는 순간 엄청난 책임과 무게가 생긴다


리: 법인이라는 개념, 이게 사실 저도 잘 모르고 시작한 건데… 탄생하는 순간 굉장히 신경써야할 것이 많더라고요. 여기에 대해서 창업자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을까요?


조원희: 법인이라는 것은 상법에 규정되어 있는 의무와 절차를 이행해야 해요. 그만큼 부과된 의무가 많죠. 결국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언제 전환할거냐 하는 부분인데, 보통 매출이 커지면 세금 때문에 법인으로 전환하죠. 특별히 주의할 것이라기보다는 적절하게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에 전환을 하는게 좋을 거 같아요. 또 법인은 개인사업자에는 없는 주주라는 개념이 있기에, 내가 회사를 누구와 제대로 할 것이냐, 이 문제가 결정되는 시점에 법인을 설립해도 늦지않을 것 같아요.


보통 세금 때문에 법인전환 많이 하는데, 하고 나면 또 다른 스테이지의 시작이다 / 출처: 공부하는 세무사


리: 난이도가 계속 높아지는데 일단 법인 되면서 족쇄가 한번 생기는 거고, 주주가 생기면서 또 한번 족쇄가 생기는 거고, 제대로 투자 받는 순간도 그렇고… 


조원희: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려운 게 뭐냐면, VC들은 어쨌든 투자 실패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가요. 그런데 실패한 투자에 대한 근거를 남겨야 하기 때문에, 여차하면 소송을 끝까지 간다는 거죠. 어차피 못받을 돈이란 걸 알고 의미는 없어도, 뭔가 기본 절차를 다 취했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리: 반대 케이스도 발생하나요? 투자사를 고소하는?


조원희: 투자사를 고소하는 경우는 사실 상 없겠지만, 반대로 투자사를 이용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죠. 예를 들어 회사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투자를 받은 다음 폐업을 하는 거죠. 이 회사를 정말 책임감 있게 끝까지 끌고 갈 것인지 본인도 확신이 없는데도,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니 이걸 모면하기 위해 투자를 받는…


리: 저도 주변에서 그런 케이스를 좀 봤어요. 이 경우 형사 고소 들어가면 어떻게 되나요?


조원희: 결국 이게 사기냐 아니냐는 문제예요. 뻔히 돈을 못갚을 줄 알면서 투자를 받은거냐는 거죠. 투자금은 갚아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 이전에 회사의 구조나 상태를 속였다면 문제가 돼죠. 잠재 거래처와 이야기만 되고 있는 상황인데 마치 계약이 된 것처럼 속이는 경우가 많아요. 이게 사기죄로 판결 나면, 사기친 사람이 형사상 책임도 지고 민사 배상의무도 생기고 그렇죠.


허나 작은 회사는 이거 처리하는 것도 보통 비용이 아니다. / 출처: 중앙경제


리: 사기나 배임횡령 같은 경우, 한국은 처벌 수위가 어떻게 되나요?


조원희: 그건 기준에 따라 다른데, 구속을 할 거냐 마느냐는 대개 기준이 3억 원 내외에요. 그정도가 아니면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나오겠죠.


리: 생각보다 감방 보내기 힘드네요. 횡령 은근 흔하잖아요. 그럼 걔네는 벌금 내고 끝?


조원희: 금액이 크지 않아서 그렇지, 아주 흔하죠. 근데 또 대부분의 회사들이 어지간하면 유야무야 형사고소 없이 넘어가요. 대부분의 경우는 재산을 미리 빼돌렸든지, 아님 갚을 길이 없든지, 둘 중 하나예요. 그러니까 민사상 받긴 힘드니, 형사 고소를 하고 형사 과정에서 합의를 하죠. 그런다고 취하가 되진 않지만 형량이 깎여요. 구속을 면한다든지…


리: 배임 같은 경우는 해석이 되게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주주 배임이라든지 대표자 배임라든지… 어떤 케이스가 있나요?


조원희: 경영 판단의 원칙이라는 게 있어요. 회사에서 투자나 사업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을 때, 과연 대표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그렇게 한 거냐, 또는 충분히 조사해야할 것을 제대로 조사 안 하고 대충 한 거 아니냐, 이런 걸 따져요. 그래서 항상 회사에 손실이 생기면 배임 관련 이슈가 나오죠.


리: 대표가 개인 회사 만들어서, 법인 일감 몰아주기는 것도 배임 아닌가요?


조원희: 기본적으로는 그렇죠. 그런데 시가에 상응하는 기준이면 회사가 굳이 손해를 본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 자체가 배임은 아닌데, 공정거래법 위반이거나 할 수는 있죠.


오뚜기 착한회사라 극찬받는데, 주주자본주의 측면에서 좀 문제가 있다. / 출처: 시사저널e


9. 해외진출에 관하여: 크게 꿈꾸고 꼼꼼하게 합작하라


리: 말 나온 김에 소송 이야기를 해보죠. 해외 소송에서 특허가 말고 문제가 되는 경우는 어떤 게 있을까요?


조원희: 특허 말고도 다양하죠. 영업 비밀 소송, 저작권 해외 소송, 상표권 해외 소송 등… 주로 미국에서 소송을 거는데, 프로세스를 잘 이해해야 해요. 미국에서부터 소장 들어오는 단계부터 배심원 고려하는 것까지, 풀로 다 해본 변호사가 한국에 별로 없어요.


리: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때려맞으면 정말 지옥이긴 하겠군요.


조원희: 얼마전에 미국 변호사 한 분을 만났는데,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정부에서 스타트업에 해외 진출 관련 지원을 해주는데, 자기가 볼 때는 너무 뻔한 소리라고요. 해외 나가면 법률 이슈가 중요한데, 정말 중요한 부분을 검토해주지 못한다고. 실질적으로 조항 하나하나는 물론, 미국 변호사 같은 경우는 협상 전체를 다 봐주는 경우도 있어요.

해외로 진출은 많이 하고 있는데, 그만큼 어려움도 크다. / 출처: 헤럴드경제


리: 근데 미국에서 소송 거는 기업들은 다 큰 기업 아닌가요?


조원희: 보통은 그렇죠. 미국 특허 소송은 소송 비용만 50억 가까이 들거든요. 변호사 비용만 그 정도예요. 사실 미국 소송은 협상용으로 많이 쓰여요. 넌센스인데, 워낙 소송 비용이 비싸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냥 돈 얼마 주고 해결하자’, 이렇게 협상이 되는거죠. 반대로 한국 대기업들은 먼저 소송을 걸기도 해요. 승소하면 배상금이 몇백억 몇천억씩 나오니까.


리: 조인트 벤처 만드는 경우는 변호사가 왜 필요한건가요?


조원희: 회사가 결혼하는 거잖아요. 결혼이 얼마나 힘들어요?


리: 그렇다기보다는 두 회사가 돈을 투여해서 아이를 하나 만드는거 아닌가요. 평생 같이 할 합병 이런 건 아니잖아요.


조원희: 그러다 보니 이해관계가 완전 다른 거예요. 돈만 넣는 경우도 있지만, 해외합작의 경우 한국은 기술을 넣고 해외에선 돈을 넣는 경우도 있어요. 현재는 둘이 이해관계가 일치해서 회사를 만들지만, 진행되다 보면 여기서 파생되는 여러 이슈들이 있단 말이에요. 이를테면 이사 선임하는 문제가 걸린다든지, 한쪽은 물건을 비싸게 팔고 싶은데 한 쪽은 싸게 팔고 싶다든지… 이런 여러 이슈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쟁상황에 대비해서 어떤 조항들을 넣을지가 중요하죠. 또 대부분 조인트 벤처는 해외와 함께하기 때문에 영문으로 계약서를 체결해요. 그런 언어적인 허들도 고려해야 하죠.


리: 그 수많은 사례를 어떻게 다 커버하죠?


조원희: 발생하다는 다양한 사례들을 경험해봐야죠. 어떤 게 이슈가 되고, 그걸 어떻게 계약서에 반영해야 하는지 겪어봐야 해요. 제가 맡았던 조인트 벤처도 많이 깨졌어요. 제가 일했던 대형 로펌은 엄청 깐깐하게 검토해서 들어갔는데도 그 정도인데, 일반적인 조인트 벤처는 훨씬 더 열악하겠죠. 분쟁도 많고.


얼마나 힘들면 점점 안 하고 있다(…) / 출처: 인베스트조선


리: 주로 어떤 걸로 그렇게 싸워요?


조원희: 주식과 관련된 다양한 권리들을 갖잖아요. 그만큼 주식의 매입과 처분 관련한 분쟁이 많죠. 투자 분쟁도 많아요. 한 당사자가 계약 시에는 시장 상황이 좋아서 추가투자를 하기로 했는데, 시장이 안좋아지니 투자를 안 하기도 하고… 다양해요. 가장 어려운 게 교착상태에요. 이사를 서로 2명씩 뽑는다고 하면, 결국에는 각자 의견만 주장하면 이사회 결의가 안되잖아요. 이런 교착 상태가 생겼을 때, 이걸 어떻게 풀 거냐? 이런 게 주요 이슈죠.


리: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 대비한 조항을 넣을 수도 없고…


조원희: 어떤 경우에는 아주 구체적으로 넣는 경우도 있어요. 2대2인 경우, 첫 번째 이사회에서는 특정 한 쪽이 가부동수 시 결정권을 가지고, 그 다음 이사회에서는 어느 쪽이 가지고 이렇게 정하는 경우도 있고. 어떠한 이슈에는 어느 쪽이 결정권을 가진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어요.


리: 그런 이슈에 대해 하나하나 마련하는게 맞다고 보시는 건가요?


조원희: 사실 모든 것에 대비하는 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예상되는 부분은 확실히 준비를 해야죠. 예를 들어서 중국 시장에 의약품을 수출한다고 결정해요. 임상 비용 등 코스트가 많이 발생한단 말이에요. 그럼 이 코스트를 보고 들어갈지 말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 코스트를 두고 이사진에서 가부동수가 나올 수 있겠죠. 이런 쟁점을 끌어내서 계약서에 담는 게 중요한 일이죠. 


10. MOU와 아이디어 빼가기에 관하여: 그래도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라


리: 법이 온갖 경우를 그럭저럭 합리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 같긴 하네요. 스타트업에서 MOU(양해각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MOU는 어떻게 보세요?


조원희: 마치 어떤 기업과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하면 첫 단계를 MOU로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스타트업들이 잘 모르는 부분 중 하나인데, MOU라고 해서 법적 효력이 있다 없다를 논할 수는 없어요. 말은 MOU인데 내용을 보면 언제까지 뭘 납품하는 등,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항을 쓴 경우도 많아요. 본 계약 하려면 협상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대략 같이 방향을 협의해보자는, 상호간의 이해를 서술한 거죠.


대기업과 MOU 맺을 일이 있으면 일단 숙이자


리: 그러니까 사실 MOU에 따라서 법적 효력이 있는 조항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조원희: 명시적으로 MOU이지만 이 조항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써있는 MOU도 있어요. 반대로 법적 효력이 없다는 문구는 없죠. 특히 대기업과의 MOU는 가볍지 않아요. 대기업에서 MOU는 당신의 회사와 우리가 공식적으로 협상을 시작한다, 이런 일종의 증표랄까요. 보통 대기업에서 MOU를 한다면, 내부 프로세스를 걸쳐서 이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결정이 난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대기업과 MOU를 맺는 업체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는거죠.


리: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끔 불만을 표시하는 게, 대기업에서 와서 이거 같이하자고 꼬시다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는 케이스… 들이 있는데 어떻게 처음 접촉할 때 주의해야 할까요?


조원희: 지금은 그 전하고 완전히 달라진 게, 부정경쟁 방지법이라는 법이 있어요. 이게 7월, 얼마 전부터 시행됐어요. 계약을 위한 교섭 단계에서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경우, 부정경쟁 행위로 손해배상한다는 규정이 들어갔어요. 이전까지는 대기업하고 얘기하다가, 그냥 아이디어만 가져가도 이걸 제재할 방법이 없었어요. 아이디어 자체는 법적인 보호를 받지 않았던 거죠. 사실 NDA(기밀유지협약) 체결하고 가면 되는데,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기업에게 NDA 체결하자고 하기 쉽지 않잖아요. 근데 법이 생기면서 스타트업 입장에서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죠.


리: 사실 스타트업 업계도 그렇지만 마케팅이나 PR회사에서도 굉장히 많이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사실 말도 안되는게, 을이 어떻게 대기업을 고소해요. 질게 뻔한데.


조원희: 정말 억울한 경우에 그렇게 까지 가는 건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소송하기 힘든 게 현실이긴 하죠.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야죠.


사실 뭐 이런 비밀도 잘 새나간다(…)


리: 얘기를 들어보니까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중재인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대기업에 이런 걸 해결하지 않으면 소송에 들어가겠다, 뭐 이런 식으로?


조원희: 실제로 그런 경고장 같은 걸 보내기도 하죠. 그걸 보고 뭔가 중재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긴 한데… 대기업들은 그런 경고장 보낸다고 해서 우리 협의하자, 이렇게 나오진 않아요. 하고 싶은거 있으면 해봐라, 이런… (웃음)


리: 대신 손해배상 걸리는 순간 대기업도 비상이 나지 않나요? 이미지 스크래치 가기 딱 좋은데.


조원희: 이게 법적으로 애매한 영역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그렇게 해온 거예요. 아이디어를 고안해내고 그걸 자기 사업에 쓰기 위해서 정말 1~2년 노력한 사람 입장에서는 자식 같지만, 사실 법적으로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했단 말이에요.


리: 반대로 대기업 입장에서도 억울할 일 많죠. 사실 아이디어는 도처에 널려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이미 내부에서 하려고 했던 실행안인데, 누가 유사한 아이디어 피칭했다고 주장하면… 


조원희: 사실 그렇기도 해요. 나는 이 아이디어가 나만의 새로운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미 다른 데서 하는 경우도 많죠. 제품도 자기가 전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한걸로 특허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구요. 세상에 보니까 정말 나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가끔 신박한 것도 나온다(…)


리: NDA 같은 경우도 사실 존재를 하지만 이걸 어떻게 보호하느냐는 문제가 생기지 않나요? 다섯 명이 있는데 유출 안 하겠다고 해놓고서 유출 되면 누가 유출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조원희: 그러니까 대기업은 이를 막기 위해서 이런 강력한 조항을 넣기도 해요. 만약 우리가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가지고 제삼자가 물건을 만든다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면 니네가 이 비밀을 외부에 유출한 걸로 간주하겠다…


리: 대기업이 정말 갑이네요.


조원희: 그럴 수밖에 없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계약이 체결되기만 해도 투자부터 시작해서 큰 길이 열리는 거니까. 


11. 투자 받는다고 끝이 아니다


리: 투자의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하셨는데 투자의 주체 경우에 따라 어떻게 스타트업이 대응하는지도 달라지나요? 대기업의 전략적 투자(SI)라거나.


조원희: 결국은 그거죠, 뭐… 순수한 FI 라고 하면 대부분 모범 투자 계약을 가지고 와요. 거기서는 철저하게 자기 경영권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 투자자의 간섭을 가급적 덜 받고 어떻게 경영을 할 건지, 내가 어떻게 향후 엑싯을 할 건지, 그런 정말 순수한 자본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끝이에요.


리: 네. 그래서 대기업의 투자…


조원희: 대기업이 SI로 참여하는 경우는 좀 달라요. 대기업과 내가 어떤 비즈니스를 같이 할 건지, 이 비즈니스가 잘못될 경우에 대기업이 우리 주주로서 어떻게 권한 행사를 해갈 건지, 이런 것들에 대한 다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가급적이면 대기업과 계약을 먼저 하고 투자를 받는 게 좋긴 해요. 일단 투자를 받아버리면, 우리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에서 수주나 본 계약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근데 대기업이 그걸 또 잘 활용하니까 조심해야죠.


미국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대기업의 투자, 인수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리: 반대로 투자계약서에서 주주로서 가져야할 정당한 권리, 감시 같은 영역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까요? 어차피 상법에 다 있으니까…


조원희: 지금 현재 돌아다니는 계약서 보면 충분히 다 감시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투자 계약이나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요. 이 사람이 주식을 5% 정도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계약을 하는데, 계약 기간이 ‘주식을 전부 매도할 때까지’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주식을 1주라도 가지고 있으면, 똑같은 의무를 1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에게도 져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계약 만료기간을 주식을 전부 양도할 때가 아니라, 매수한 주식의 50% 이상을 매각한 경우라든지, 이렇게 조금 더 계약의 효력이 용이하게 종료되도록 계약기간을 조정하도록 얘기를 많이 하죠.


리: VC랑 부딪힐 경우엔 어쨌거나 서로 같은 배를 탔으니까 어떻게든 조정을 하게 되는데, 개인투자자와 부딪힐 돈 몇 푼 날리는 셈치고 괴롭힐 수 있는 게 되게 많잖아요. 여기서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까요.


조원희: 실제로 초기 엔젤 투자나 소액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들이 어느 단계를 지나가면 엄청 힘들어하죠. 주주 총회를 하려고 할 때도 힘들고, 그중 일부는 사사건건 문제를 삼고… 그래서 얼마전에도 한 스타트업이 고민고민하다가 기존 회사를 폐업하고 새 회사를 창업하는 것도 봤어요.

사실 투자자나 창업자나 서럽고 힘들긴 매한가지다


리: 멀쩡한 회사를 왜 버려요;;; 그것도 배임 아니에요? 


조원희: 그중에서 주요 주주들, 정말 자기를 믿고 따라온 주주들에게는, 자기가 새 회사 설립한 다음에 그 회사 주식으로 교환해주겠다고 약정을 한 거죠. 나머지 주주들도 적절하게 해결하겠다 협상하고… 하여튼 그렇게 주주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경우는 종종 어려운 일이 생겨요. 그래서 한번 겪으신 분들은 투자받는 것에 신중해지는 거죠. 계약서를 쓸 때도 경영 간섭 같은 조항이 가급적 없도록 신경을 쓰죠.


리: 시리즈A 가면 그때는 경영의 레벨이 달라지니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시드나 엔젤 투자에서는 경영 불간섭에 대해 세게 조항을 넣을 수 있나요?


조원희: 그렇게 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그 대신 아주 기본적인 의무만 넣죠. 1년에 한 번 결산 할 때 재무재표를 보내준다든지 그런 정도. 엔젤 투자는 투자자를 보호하는게 아니라 투자자가 회사를 도와줘야 해요. 그러려면 애초에 그런 신뢰관계가 있는 회사들을 엔젤로 받는 것도 중요하죠. 


12. 우리는 계약서 서비스도 만든다


리: 리걸 피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일반적인 스타트업에게 추천하는 방식은 자문 방식인가요?


조원희: 아니요. 스타트업 같은 경우는, 저희도 월정액 자문이 있지만 스타트업에 권하진 않아요. 왜냐면 스타트업은 매월 법률 자문을 받을 일이 생기는게 아니니까요.


리: 까놓고 월 얼마인가요?


조원희: 50만 원이요.


리: 왜이렇게 싸요-_-???


조원희: 50만 원, 100만 원 두 개가 있어요. 물론 이게 월 자문이라고 해서 50만 원 내면 모든 걸 해주는 건 아니에요. 50만 원은 월 3시간, 100만 원은 월 7시간인데, 그 정도로 자문받을 일도 사실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스타트업 레이트를 정해서, 기본 레이트의 30%를 할인해줘요. 대기업 레이트에 비교하면 60% 저렴한 금액이죠. 저희로서는 아주 저렴하게 건 바이 건으로 하는 걸 추천하죠.

돈 이야기가 나오자 본격적으로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리: 일부 스타트업 로펌 쪽에서는 법률 자문 해줄 테니 주식 지분을 얼마 달라 이런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조원희: 저희도 몇 번 해봤는데, 어려운 점이 있더라고요. 주주가 되니까, 변호사와 고객의 관계가 아니라 투자자와의 관계가 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투자자와 법률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기준도 모호해지고… 그래서 지금은 일년에 한두 건 정도, 우리가 정말 식구로서 함께 할만한 회사들만 해보려고요. 수익 목적으로 지분 받고 법률 서비스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리: 변호사로서 스타트업과 소통할 때 제일 힘든 부분은 뭔가요?


조원희: 변호사와 어떻게 일하는게 본인에게 효율적이고 비용적으로 저렴한지에 대한 경험이 적은 거죠. 그분들 입장에서 되게 싫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꾸만 회의를 해서 뭔가를 해결하려고 해요. 변호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거든요.


리: 그렇다면 스타트업에서 좀 챙겨야 하는 게 있다면?


조원희: 그러니까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쟁점에 대해 물어보고, 알려주면 필요한 공부도 본인이 스스로 할 필요는 있어요. 변호사를 선임했으니까 이 변호사가 모든 걸 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조항 하나하나 모든 걸 물어보면, 변호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거든요. 대기업이야 그냥 시간당 피를 물면 그만이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시간 많이 써서 청구하면 돈 많이 깨져요. 그래서 오해가 없도록, 처음부터 그런 얘기를 하면 또 야박하다고 생각하죠. 그게 좀 힘들 때가 있죠.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조원희 변호사


리: 스타트업이 변호사를 잘 활용하려면 1번 좋은 변호사를 선임한다, 2번 쟁점을 명확히 한다, 3번 그 분야를 좀 스스로 공부한다, 인가요.


조원희: 좋은 변호사를 찾는 건 중요하고요. 전문 변호사가 아니면 명확한 조언을 해주지 못하니까요. 두 번째는 말씀하신대로 스스로 이해해야 해요. 좋은 스타트업 대표는 계약을 한번도 체결해본 적이 없어도 투자 계약을 할 때 계약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와요. 그러면 변호사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도와줄 수 있죠.


리: 가뜩이나 바쁜 스타트업이 참 챙겨야 할 일도 많군요.


조원희: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와서 하나씩 묻기 시작하면 시간도 많이 들고 우선 순위도 흐트러지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그렇죠. 냉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스타트업 대표는 모든 걸 잘해야 합니다. (웃음)




본 기사는 [스타트업 위기탈출 넘버원] 을 함께 준비 & 연재한 ㅍㅍㅅㅅ과 법무법인 디라이트 조원희 변호사가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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