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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라이트 Jul 12. 2018

내 회사란 생각으로 밤새 일했는데,내가 임원이 아니라고

④ 임원인가 근로자인가, 그 위험한 경계  _ ㅍㅍㅅㅅ  김어진

위기 사례 연구


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신절민(23) 씨는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K 기획의 핵심 임원으로서 미친 듯이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그는 하필 새 학기 시즌 직후에 전역을 해 버린 ‘날백수’였다. 다음 학기 복학할 때까지의 계획이 전혀 없었던 그에게 마침 연락을 한 것은, 절민 씨가 있던 창업 동아리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공유해 주던 선배 K였다.


절민아, 지금 대세는 ‘콘텐츠’야. 군대에서 ‘알파고’ 봤지?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잖아. 사람들한테 ‘소확행’을 ‘큐레이션’ 해주는 ‘BM’이 아니면 ‘존버’도 못 한다니까?


뭔가 엄청난 것이 지나간 것 같지만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신 씨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K가 문득 말을 끊고 신 씨에게 갑자기 물었다. 자기랑 일 하나 해 보지 않겠냐고. 자기한테 기막힌 스타트업 아이템이 있는데 이게 ‘로켓’ 같은 기회라서 신 씨한테 특별히 제안하는 거라고.


방금 막 군대를 만기 제대한 육군병장 신 씨에게 “위험하다” 같은 말은 우습게 느껴졌다. 신 씨는 그걸 수락했다.


이후 몇 달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야 절민아 이거 ‘바이럴’이 왜 이렇게 안 나올까? 이거 무조건 좋아요 공유 댓글 올려야 해. 내가 저번에 말한 대로 해서 새로 올려봐 봐. 이 이벤트 진짜 돼야 한다고. 이러면 다음 주 멘토링 때 들고 갈 게 없잖아. 그리고 저번에 섭외 문의한 건 답변 어떻게 왔어?

하나씩 말해라 하나씩…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신 씨는 문화 콘텐츠 체험 기획, SNS 홍보, 고객 문의 답변, 현장 진행을 포함한 이벤트 총괄, PR 자료 정리 등등 홍보-마케팅에 관한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썩 개의치 않았다. 사람이 원체 적으니까, 원래 ‘린’한 스타트업은 다들 이렇게 ‘애자일’하다고 하니까, 뭔가가 잘 되려고 하니까 바쁜 것이려니 하며.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런 데 있지 않았다.


친척 어른과 우연히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자기가 하는 사업 얘기를 꺼냈던 신 씨는 그에게서 뜻밖의 노무 법률 상담을 요청하게 된다.


제가 직급 자체는 CMO(Chief Marketing Officer)라서 스톡옵션 받기로 하고 일단 임원급으로 일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게 말이 되나요?

그리고 며칠 뒤, 상시 대기 상태였던 ‘임원진 단체방’의 알림을 끄는 것에서 시작해 조금씩 이 사업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고, 이윽고 결국 모든 관계를 정리했다.


한때 ‘로켓’의 꿈을 꾸며 헌신적이라 할 정도로 일했던 신 씨에게, 그 스타트업에서 나올 결심을 서게 한 그 충격적인 사실이란 무엇이었을까?


1. 4인 이하의 사업장은 근로 계약에 명시하지 않는 한 유급 연차휴가가 보장되지 않는다.

2.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사업장에서도 연장 근로에 대한 가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3. 사업장의 크기를 결정하는 '상시근로자' 에서 대표이사 등의 임원은 제외된다.

4. 근로에 대한 일정한 보수를 받는 임원은 실질적으로 근로자로 간주된다.


정답

4. 명목상·형식상 임원인 자가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업무 명령을 이행하여 그 보수를 받고 있었을 경우 근로자로 판단한다는 사실



사례 해설


이상적으로 말하면, 스타트업이란 업계 내 전문 경험에서 얻은 번뜩이는 발상과 열정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내려 기존 기업들이 잡지 못한 기회를 잡아 성장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는 영리 조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상과 비전에 비해 자본, 경험, 인력 등이 부족하여 구성원들에게 ‘열정페이’를 지급하고, 향후 잘 되었을 때의 반짝이는 미래를 약속하며 높은 노동 강도를 부담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계의 큰 어른도 인정하시는 건전한 스타트업 문화 ^0^


대부분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러한 관행은 오히려 ‘스타트업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라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대한민국 법체계는 그 기업의 문화나 계획, 관행 등과는 무관하게, 구성원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와 같은 객관적인 기준을 근거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노동 규칙과 규정을 근로기준법으로 명시해 놓았다.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사용자와 근로자가 있는 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그 법의 조항 중에는 위반할 시 근로 계약 자체를 무효화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를 형사 처벌까지 하도록 하는 조항이 적지 않다. 따라서 비록 스타트업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전에 없던 새 사업을 하니까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와 같은 업무 문화를 요구하기 이전에 이것이 현행 법률을 위반하고 있지는 않은지 적극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다. 법에 맞는 말을 하자


예방 가이드


근로기준법상 ‘스타트업’은 대부분의 경우 10인 이하의 사업장에 속한다. 이런 의미에서의 ‘스타트업’이 위반하기 쉬운 법령들을 살펴보자.


상시근로자가 4인 이하인 사업장의 경우에도, 근로계약에 명시된 근로 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에는 가산 임금을 줘야 한다.

가끔 “이곳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서 추가 근무 수당을 못 준다”라고 하는 사업장을 볼 수 있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물론 상시근로자가 4인 이하인 사업장의 경우에는 법정근로시간(50조), 가산임금(56조), 유급연차휴가(60조), 생리휴가(73조) 등의 특정 근로기준법 조항을 반드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특수 규칙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해당되건 말건, 일단 근로계약서에 근로 시간이 명시돼 있는 한은, 근로자가 그 시간을 초과해 일했을 때는 이에 대해 시급으로 계산한 가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몇 명이 일하는 사업장이든, 일하기로 한 시간보다 더 많이 일하면 그에 대한 추가 근무 수당은 법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근로계약의 기준이 취업규칙에 미달하면 그 기준은 무효가 되고, 취업규칙의 기준이 근로기준법에 미달하면 역시 무효가 된다. 


근로계약은 입사 첫날 서명한 서류상의 규정이고, 근로기준법은 대한민국의 법령인데, 취업 규칙은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회사 내규’로서,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반드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에 의해 이 규칙을 정해 놓아야 한다. 업무 시작 시간에서부터 퇴직급여, 안전과 보건 관련 사항, 표창 및 징계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예컨대 근로기준법상으로는 매월 3백만 원 이상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서상의 ‘매월 1백만 원 지급’에 동의하고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회사 내규상 자기가 매월 2백만 원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라는 걸 알았다면 어떻게 될까?
근로계약 기준이 취업 규칙에 미달하고, 그 규칙조차 근로기준법에 미달하므로 그는 매월 300만 원 이상 지급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 근로자는 상충하는 여러 규칙들 중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규칙의 적용을 받을 권리가 있다.

공부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다. 쇠고랑 차기 싫으면 해야만 한다.


이른바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근로계약에 대해서도, 그 계약에서 약정한 연장 근로시간보다 더 많이 일했을 때는 가산 임금을 줘야 한다.

스타트업, IT 기업 등 언제 어떻게 ‘특근’을 할지 모르는 기업체들이 포괄임금제를 채택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기본임금에 더해, 매주 또는 매달 얼마간의 연장 근로가 있을 것을 전제로 그에 대한 수당을 미리 합산해 두는 방식이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는 ‘프리패스’가 아니다. 일단 ‘누가 몇 시간 일했는지’를 따지기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 한은 포괄임금제 형식의 근로계약 자체가 무효하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포괄임금 약정을 했다 하더라도, 그 약정의 수당이 근로기준법 기준에 미달될 경우에는 그 계약의 임금지급계약 부분이 무효가 된다. 그리고 사용자는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해야만 한다.


조직 편제상 임원급 직위를 가진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노무를 담당했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 

2002년경 어떤 회사가 이사진들을 해고하면서 지급했던 퇴직금에 관해 시비가 붙어 대법원까지 갔던 사건이 있었다. 이때 대법원은 2003년의 선고에서 판결하기를,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심지어 2006년에 대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그 실질성을 더 구체적이고 꼼꼼히 살피도록 주문하였다. 이를테면,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거나,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런 것들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조치해 온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사실들만 가지고 사실상 근로자인 사람을 임원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다.

포기하는 순간 쇠고랑 찬다. 반드시 숙지하도록 하자.


가장 궁금한 것. 문제의 신절민 씨는 실제로 CMO라 불리는 임원일까, 이도 저도 아닌 특수 고용 관계일까?

그간의 판례에 따르면 신절민 씨는 사실상 임원도 기타 고용 관계도 아닌 단순 직원에 불과하다. 정황상 K가 지시하는 업무의 실무를 처리하면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업무 지휘를 받고 있었음이 명백하며, 심지어 임원에게 주어지는 보수로서의 “스톡옵션” 역시 실제로 지급된 적이 없으므로, 신 씨는 명목상 임원일 뿐 실질적으로 근로자라고 간주함이 타당하다.



오늘의 교훈

로켓에 자리가 나면 일단 올라타라.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쉐릴 샌드버그 씨의 명언으로 잘 알려진 이 말은, 성장 잠재력이 크고 규모가 작은 조직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그 위험을 감수해 보라는 조언이다.


그러나 어떤 영리 조직이든 그 잠재력이나 위험, 특수한 여건 등과는 상관없이, 사용자와 임원과 근로자로 구성되어 대한민국에 적을 두고 있는 한 그것은 어디까지나 근로기준법상의 사업장으로 간주되며 근로자의 권익을 위한 여러 규제를 동일하게 받는다.


그러므로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근로관계에 적용되는 법률이 그 어느 분야의 법률들보다 엄격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사업 분야의 혁신을 해내고 있다거나, 조직이 아직 너무 작다거나, 여러 여건이 부족하다거나 해서 이런저런 기준과 규제에서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필요한 법률 기준을 숙지하여 준수하지 않으면, 로켓은 임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발사 중단 명령을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총 4부작으로 예정된 〈스타트업 위기탈출 넘버원〉은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의 자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뜻밖의 순간에 스타트업을 가로막는 법률적 위기들을 어떻게 대비하고 대응해 돌파할지 고민이신가요? 

marketing@ppss.kr

로 각종 고민을 보내주시면 법무법인 디라이트와 함께 상세하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ㅍㅍㅅㅅ  x  D'Light   ;    2018.06.29)


글 원문 보기 :https://ppss.kr/archives/160552

D'Light 링크 : http://www.dlightlaw.com/스타트업-위기탈출-넘버원-④-임원인가-근로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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